이징 모델, Ising model
통계역학에서 관심이 있는 phase change는 boiling point 끓는점이 아니라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 액체와 기체의 구분이 사라지는 지점, 그 온도 이상에서는 압력을 조절하여 기체를 액체로 냉각시킬수 없는 지점인, second order phase transition 점이다. 그점을 임계점, critical point라고 부른다. 지난번 게시글의 마지막 수식부터 연결하여 쫓아가 보자. 아래의 그림을 잘 살펴봐야 수식들을 쫓아갈 수 있다. 마지막 결과식을 보면, critical point 인근에서는 기체와 액체의 부피 차이가 거의 사라지고, 압력은 부피의 세제곱에 비례해서 커지고, 압축도 (compressibility k)는 무한대로 발산한다 (액체인데 계속 압축할 수 있다면 기체와의 구별이 모호할 것이다).
위의 여러 수식들은 반데르 발스 방정식으로부터, 즉, 분자들 사이에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전하의 불균형, dipole moment에 기인하는 인력효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였다. 따라서 위의 수식들은 반데르발스 힘이 적용될 수 있는 상황에서만 유효하고 그 상황은 분자들간에 거리가 충분히 먼 경우에 해당한다. 즉 기체 상태에서 유효한 식이므로 위의 식이 맞다고 온전히 가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기체들에 대해서 임계온도 주위에서 특성을 실험적으로 조사해 보면 아래와 같이 반데르 발스방정식에서 유도한 값과 다른 order로 표현됨을 알 수 있지만 그 형태는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 때, 아래의 beta, gamma, delta 세 값을 critical exponents (임계 지수)라고 부르고, 상변이 현상을 설명하는데 그 exponents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상전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아주 재미있는 toy model이 있다. Ising model(아이징 혹은 이징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Ising model은 자석의 자화를 설명하기 위한 아주 간단한 모델인데, 실제로 자석의 자화는 액체 기체의 상전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석이 특정 온도 (임계온도)를 넘어서면 자석의 성질을 잃어버린다. 더 이상 자석이 아니다. 그러나 그 온도 아래에서 외부에서 강한 자장을 걸면 자석내 분자들의 자화 방향이 정렬되어 다시 자석이 된다. 어떻게 자석의 자화 현상과 상변이 과정이 유사하다고 하는 것일까?
자석의 내부를 살펴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아주 작은 자석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온도가 높을 때 혹은 온도가 낮더라도 외부 자장이 전혀 없을 때에는 좌측 그림과 같이 각 자석들의 북극은 모두 다른 방향을 가르킨다. 그러나 임계온도 이하의 상태에서 외부에서 강한 자장을 걸면 걸어준 방향으로 모두 한마음으로 같은 방향으로 자화되어 자석이 된다. 자화 방향이 2 방향이 가능하므로 2개의 state중 하나로 정렬하게 되는 것이다.
100도의 온도를 경계로 해서 조금 온도가 낮으면 혹은 압력이 높으면 분자들은 모두 액체 상태에 있다가, 온도가 조금 높아지면 혹은 압력이 떨어지면 모두 기체 상태에 머문다. 즉 자화가 2개의 자화 상태 중 하나의 ground state를 취하는 것처럼, 상 전이도 액체와 기체 2개의 상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그 메커니즘이 동일하다. 이제 Ising model을 설명하자.
Ising model에서 입자들은 고정된 lattice의 꼭지점에 존재한다. Lattice는 1, 2, 3 혹은 일반적인 d 차원 공간에 존재할 수 있다. 각 꼭지점에는 2개의 상태, {1, -1}중 하나의 값을 취할 수 있는 입자가 있으며 그 정렬 상태에 따라, configuration에 따라 에너지가 달라진다. 그러한 시스템의 전체 입자들의 에너지는 다음과 같은 관계식으로 표시된다. 아래에서 si는 spin을 나타내며 1 혹은 -1의 값을 취한다. <ij>는 바로 인접한 두개의 점(들의 모든 조합)을 표시하는 인덱스이다. 하나의 꼭지점에서는 d개의 그러한 연결이 존재할 것이다.
위에서 만약 J>0, 양수라면 입자들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할때, (11) 혹은 (-1-1)일때, 에너지가 낮으므로 그 상태를 선호한다. 만약 B>0이라면 1상태를 선호하고 아니면 -1상태를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 줄에는 통계역학에서 확률 분포에 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partition function을,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자화정도 즉 magnetization을 보여준다.
Ising model의 partition function Z를 구할 수 있으면 다른 많은 값들을 구할 수 있다. 그것을 구하는 문제를 Ising problem이라고 한다. Wilhelm Lenz교수가 대학원생인 Ernst Ising에게 학위 주제로 던져준 문제이고 1차원 문제에 대해서 해를 구하고, 1차원의 경우 phase transition현상이 발생하지 않음을 증명하였다. 그러나 2차원만 가더라도 너무 난해해서 20년동안 문제가 풀리지 않다가 Lars Onsager라는 물리학자가 1944년에 해법을 제시한다. 당연 3차원 이상은 풀이법이 없다.
Onsager(1903-1976) 노르웨이 미국인으로 Ising problem을 해결한 공로로 196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다. 오슬로에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나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1925년 드바이(Debye, 반도체 분야 과목을 들으면 그의 이름을 자주 만난다. 당연히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이다)의 전해질 이론의 오류를 지적하니, 드바이는 인재를 알아보고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에 박사도 아닌데 교수자리를 마련해준다.
그리고 1928년 존스홉킨스 대학에 터를 잡지만 강의 평가 빵점으로 첫학기만에 바로 해고된다. 다시 브라운대학교에 자리잡지만 역시 화학과목 강의점수 낙제점으로 다시 해고된다. 그러나 연구 능력을 인정받아 예일대학교에 자리잡는다 (물론, 강의는 최악).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소통 능력 0점이었던 그는, 아인슈타인이 얘기한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이론을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의 결정적인 반례이다.
대부분의 (성급한) 일반화는 거의 항상 실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