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철 - 아주 특별한 생물학 수업3
- 아주 특별한 생물학 3
갑자기 모니터가 사망했다. 제조년도가 2010년이니 9년 정도 사용한 것 같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넘이 오늘 갑자기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기계도 인간도 상태가 안 좋아진다. 인간 피부세포는 매일 떨어져나가기에 80일이면 이전의 "나"에 해당하는 부분은 없다. 매일 거울을 보기에,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기에 실감은 못하지만 우리의 세포는 나날이 노화하고 있다. 우리 몸의 70%는 물이고 세포 내 조직들도 물에 떠 다닌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 우리 세포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현상이다. 낙엽이 마르는 것처럼.. 생명도 말라간다..
새로 사면 비슷한 24인치 모니터는 14만원 정도이다. 수리하려면 힘들게 들고가야 하고 수리비는 약 5~10만원정도 예상된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인건비를 고려하더라도 굳이 그 먼 길을 들고 갈 필요는 없었으리라. 그러나, 지구 별에서 조금이라도 찌꺼기를 덜 남기기 위하여, 20분을 옆구리에 끼고 LG전자 서비스 센터에 갔다. 20분을 기다린 결과... "그 모니터는 단종되었고 여분의 전원 보드가 없는 관계로 수리가 불가능합니다"... 전화상담으로 모델명이라도 알려줬다면... 머리가 나쁘면 머리에 붙어있는 수족들이 고생해야 한다..
20분을 다시 들고 왔다. 그냥 버려도 되지만, 이공계 출신으로서 일단은 뜯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들고 왔다만...그 사이에 지쳐서... 지금은 몹시 후회하고 있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는 않는다... 출근 후 매일 20분 정도 쓰던 글도 오늘은 패쑤... 원래 2편으로 마감하려던 아래 책을 다시 한번 울궈 먹는다. 원래 게시하려던 글은 예일대 이대열 교수의 "지능의 탄생"이었는데.. 오늘 아침의 예상치 못한 사고로 계획을 변경한다.
생명의 본질 DNA가 세포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는 구조는 거의 예술이다. 어떻게 자연은 스스로 이렇게 정교한 구조를 만들어 내었을까. 그 좁은 세포 하나하나마다 2미터 길이의 DNA가 차곡차곡 접혀서 필요한 경우에만 알아서 펼쳐지는 구조... 우연들의 조합 치고는 기막히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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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DNA 정보로 부터 생명활동을 시작합니다. DNA는 길이가 약 2미터이며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단일 분자입니다. 정보는 A/C/G/T라는 염기로 표현되며 3개의 염기쌍(codon)이 하나의 아미노산을 지정합니다. DNA정보가 함부로 누출되면 안되니 이것은 이중 나선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습니다(지퍼를 연상). DNA 염기서열의 3%정도는 단백질 합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coding seq, exon이라고 함), 나머지 97%는 단백질 합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습니다 (noncoding seq, intron으로 불림). 예전에는 이것을 junk DNA라고 하였고, 왜 이렇게 많은 junk가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던집니다. 요즘은 이 부분이 실제로 control code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고 정확한 control sequence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2m의 DNA는 약 10um의 세포(cell)에 저장되기 위해서는 약 1/500000으로 접어서 저장됩니다. 세포 당 2m이고, 우리 몸에 약 100조개의 세포가 있으니 펼치면, 200조 m 입니다. 지구와 태양사이의 거리가 1억 5천만 km이니 ... 이 복잡한 실타래를 어떻게 얽히지 않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생체는 DNA 실을 먼저 뉴클로솜(염색질)이라는 단위로 묶는데, 하나의 뉴클로솜은 히스톤(histones)이라는 (알칼리)단백질 실패에 감깁니다. 염색질이 세포 분열때에는 염색체로 우리 눈에 보입니다. 실패에 감으니 공간이 엄청 줄어들겠죠? 하나의 히스톤은 146염기쌍의 DNA를 감으며, DNA는 하나의 히스톤을 왼손방향으로 약 1.65회 정도 감습니다. DNA가 산성이므로 히스톤 단백질은 양전하를 띠며 이것이 히스톤 단백질에 수소 결합으로 붙어 있습니다. 실패와 실패 사이의 공간은 약 59옴스트롱 (1옴스트롱이 원자의 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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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분자생물학] 뉴클레오솜의 구조(Nucleosome structure) 뉴클레오솜은 히스톤(Histone) 단백질과 DNA 이중 사슬이 결합하여 규칙적인 구조를 이루는 것으로, 염... blog.naver.com
DNA 정보로 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크게 전사와 해석, 즉 transcription 과 translation 으로 이루어집니다. 전사란 DNA 염기서열이 mRNA 염기서열로 복사되는 과정을 말하며 해석은 mRNA 염기서열(유전정보)을 기반으로 실제로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DNA는 이중 나선으로 닫겨있고 이것이 히스톤 실패에 빼곡히 저장되어 있기에 평소에 DNA 정보가 누출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생명활동의 필요성에 따라 DNA 설계도가 필요하면 두가지 단계가 필요합니다. 먼저 필요한 설계도가 어떤 히스톤 실패에 있는지 찾아서 히스톤 실패를 풀어야 하고, 단단히 고정된 DNA 이중 나선을 풀어야 합니다. 히스톤 단백질에 아세틸기(C-O-CH3)를 탈착 혹은 부착함에 따라 DNA와 히스톤의 수소 결합력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먼저 아세틸화를 통해서 히스톤실패에서 DNA 실을 풉니다. 그 복잡한 DNA 실이 한치의 엉김도 없이 풀어헤쳐졌다가 다시 그대로 감깁니다. 인간이 만든 그 어떤 형상 기억 합금도 이렇게 정교하지는 못하겠죠...
DNA 염기서열은 시작하는 곳(promotor)과 끝나는 곳(terminator)에 특정한 부호가 존재하며(염기 sequence, 100~1000 염기로 구성), 이 자리에 RNA 중합효소(RNAP)와 전사인자 (transcription factor, TF)라는 단백질이 결합합니다. 물론 그러한 전사 인자 단백질도 세포에서 자체적으로 만듭니다. 이제 RNAP가 promotor부터 terminator까지의 DNA 이중나선 지퍼를 풉니다. 이 과정에도 많은 ATP가 소모됩니다. 그리고, 한쪽 나선을 이용하여 그 코드를 mRNA에 복사하고 이를 리보솜 공장으로 옮깁니다. 어떻게 코에 위치한 세포는 정확히 코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심장에 있는 세포는 정확히 심장을 이루는 단백질을 만들까요... 그 사냥 과정에서 homeobox 유전자를 만나게 됩니다.
리보솜은 35%의 단백질과 65%의 RNA (rRNA)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리보솜은 세포라는 거대 조직의 단백질 제조 공장입니다. rRNA 리보솜이 mRNA를 불러오고 이를 코돈 (3개의 염기, 아니노산 합성단위) 단위로 tRNA가 전달해 온 아미노산과 연결시켜서 단백질을 합성하죠. 이 과정이 translation(해석) 단계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단백질 조각들이 얻어지고 이것을 소포체와 골지체를 거쳐서 필요한 조직에 공급합니다. 소포체내에는 수많은 리보솜 공장이 있고, 리보솜 공장에서 조립된 아미노산 서열들을 3차원 구조로 펼쳐서 실제 모양을 잡는 역할을 합니다. 골지체는 그 가공된 제품을 세포 내/외 곳곳에 전달합니다. 누가 어떻게 전달할까요? 아래 동영상을 보면.. 소름이 돋을 수 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y-uuk4Pr2i8
물건을 제조하다 보면 항상 불량품이 발생합니다. 자연은 Gaussian 분포를 하는 변이가 존재하기에 불량품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고, 세포내 리보솜 공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만약, 불량 단백질이 생기면... 끔찍할 것입니다.. 때로는 거대 종양으로 부터 고통 받는 사람들을 봅니다. 이러한 불량 단백질은 알아서 폐기 처분하여 세포 밖으로 배출해야 할 겁니다. 그러나, 멀쩡한 재료를 그냥 버리기는 아깝겠죠? 그래서 폐기된 단백질로 부터 아미노산을 회수하는 재활용 센터가 세포내에 있습니다. 리소좀과 액포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세포는 말 자체로 거대한 사회조직이며, 영양분만 외부에서 공급되면 자급자족이 가능합니다 ^^.
샤페론 단백질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백질이 입체적 구조를 가지도록 도와주는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이 리보솜에서 합성될때에는 DNA 설계도에 따라 1차원의 구조로 생성되는 폴리펩타이드 형태입니다. 대부분의 단백질은 펩타이드간의 전하와 수소결합에 의해 생성되지만, 특별한 몇몇은 샤페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보통의 단백질은 리보솜에서 주조되어 나오면 molten globule(녹은공)의 형태를 취하지만, 일부는 샤페론에게 끌려가서 죽도록 맞으면서 단조됩니다. 샤페론은 ATP를 소모하면서 단백질에 열을 가하고 풀어지면 이를 원래 상태로 다시 조립한다 (HSP). 만약 샤페론도 처리를 못한다면 이것은 유비퀴틴이라고 하는 쓰레기 봉투에 담겨서 적당한 쓰레기장(proteasome)에 가서 폐기 처분하거나 아미노에시드 형태로 재활용됩니다. 인체가 공장과도 같이 정교하게 돌아가는 동안, 자아는 이 중요한 모든 생화학활동에서 제외됩니다 ^^.
최근 분자 생물학계의 최대 관심사는 RNA 작용을 이해하는 것일 겁니다. RNA는 DNA와는 다르게 아주 많은 종류가 있으며, 이것들은 단백질 합성을 위한 synthesis code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 전체를 제어하는 control code로도 작용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으며 그 정확한 control mechanism을 밝히는 연구를 주로합니다. RNA 간섭(RNAi)이라고 부부르고 이에 관여하는 수많은 RNA 가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