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지
일반인들은 뉴턴역학에 익숙하다. 문과생들도 누구나 F=ma라는 공식은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기계공학, 로봇 공학을 전공하는 이공계생들이 F=ma라는 공식으로 문제를 푸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 보다는 라그랑지안 혹은 해밀토니안 역학을 이용하여 문제를 푼다. 그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지 않는 한 이과생들도 잘 모른다. 그러나, 물리학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수학적인 내용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라그랑지안과 해밀토니안이야 말로, 물리학의 핵심임을 잘 알고 있다.
Joseph-Louis Lagrange는 1736-1813년간 살았던 이탈리아/프랑스의 수학/천문학자이다.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아직 라그랑지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아직 갈길이 멀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자중 한명인 오일러(1707-1783), 라플라스(1749-1827)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인물이다. 참고로 Isaac Newton 은 1642-1726년동안 살았기에 라그랑지보다 한 세대 앞의 거인이다.
라그랑지는 1736년 이탈리아 토리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만 아버지의 과욕으로 빈털터리가 된다. 문학 소년이던 그는 16세에 핼리의 미적분학 논문을 읽은 후, 수학에 반하여 독학으로 해석학을 익힌 후 19세에 토리노 육군사관학교 수학교사가 된다. 그 후 라그랑지는 오일러에게 자신이 발견한 변분법에 관한 이론을 편지로 보내는데, 오일러는 바로 그의 천재성에 반해서 23세의 라그랑지를 베를린 과학학술원 회원으로 선발하고 1766년 달랑베르와 오일러는 그를 회장으로 추천한다.
그는 오일러가 40년동안 해결못한 네제곱수의 정리를 증명한다. 즉, “어떤 자연수 n도 네개의 제곱수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7=1+1+1+4, 25=1+4+4+16 등)는 것을 1772년 증명한다. 뉴턴과 라플라스가 타인의 업적 인정에 인색한 반면 라그랑지는 타인의 업적을 거리낌 없이 인정하고 사소한 실수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등 인성적으로도 성숙하였다.
이론적인 연구를 하신 분들은 Lagrangian method 혹은 Lagrangian multiplier 라는 최적화 방법을 들어본다. 인문학을 하신 분들은 전혀 생소하겠지만, 경제학을 전공했다면, 이공계 출신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는 방법이다. 물리학 공부를 하다보면, 공부의 초창기에 이러한 변분법에 기반한 라그랑지안을 수도 없이 만나게 된다. (사실 뉴턴의 F=ma라는 공식은 현대 물리에서는 좀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베를린에서 20년의 세월을 보낸 후, 후원자 프레드릭 대왕이 죽자 루이 16세가 1787년 그를 파리 학술원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파리에서 수학에 완전히 흥미를 잃고 라브와지에의 제자가 되어 화학을 연구한다. 1789년에는 앙시앵 레짐을 타파하려는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하고, 프로이센 전쟁을 막아낸 의용군들의 지지로 자코뱅파의 로베스피에르가 이끄는 공포정치가 시작되고 1793년 루이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가 처형된다.
혼란의 와중에 라브와지에(1743-1794)를 비롯한 많은 대학자들이 처형 당했지만(당시 라브와지에는 세금 징수 기관의 고위 관리였다) 당파성이 약한 그는 살아남아 나폴레옹에게 최고의 수학자로 칭송 받는다. “이 머리를 베어 버리기에는 일순간이지만 프랑스가 다시 그 두뇌를 만들려면 100년이 걸린다”, 라그랑지가 라브와지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논평한다. 역사의 혼란기에는 항상 광기가 등장한다. 어떤 이들은 좌파들의 광기만 바라보면서 붉은 색을 논하지만, 역사에서의 광기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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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지안과 해밀토니안이 무엇인지 얘기하려면 수식을 사용해야 한다. 본 밴드에서 이에 대해서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냥 어떤 양 L(q,q’,t) 혹은 H(p,q,t)라는 함수가 있다고 하자. L은 당연히 라그랑지안이고 H는 해밀토니안, q는 x/y/z같은 좌표 벡터, q’는 속도 벡터, t는 시간이다. 만약 dL/dt + d(dL/dx)/dt=0이라는 Euler Lagrange 방정식을 풀면 뉴턴의 F=ma라는 방정식으로 환원된다.
물에 빛이 입사하면 굴절된다. 왜 빛은 똑바로 가지 않고, 매질이 다른 경계면에서 굴절될까? 그 이유는 물과 공기 중에서 빛의 속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빛은 천천히 달린다. 이제 A에서 출발한 빛은 P점을 거쳐서 B로 향하기 때문에 굴절된다. P점은, A에서 B로 가는 가장 시간이 짧게 걸리는 경로이다. 이것을 최소 시간 경로라고 하며, 페르마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자연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값을 최소로 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를 least action principle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자연계에서는 어떤 물리량을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운동이 결정된다. 위에서는 시간이라는 물리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면, 일반적인 질량을 가진 물체는 방향으로 움직일까? 그것은 Action이라는 값을 최소로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Action은 Lagrangian L(q,q’,t)를 A와 B지점에서 적분한 값이다.
자연계에서 보이는 현상은,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양, 작용 량 action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뉴턴의 F=ma는 이러한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물체에 대한 수학적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