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엔트로피 단상

existence_of_nothing 2021. 6. 14. 12:54

 

물리학의 개념 중, 엔트로피처럼 다양한 이들이 혼용/오용하고 있고, 그 개념의 애매모호함이 큰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엔트로피를 무질서도도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거시 상태를 이루는 미시 상태의 수라고 어떤 이들은 일로 변환될 수 없는 에너지라고도 하며 어떤 이들은 시스템을 표현하는데 필요한 정보의 양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이들은 엔트로피 법칙은 통계역학의 너무나 당연스러운 결과로 바라보며, 어떤 이들은 엔트로피 법칙이야 말로, 우주에서 가장 근원적인 법칙, 그리고 시간이라는 개념의 기원으로 간주한다. 

 

 

블랙홀에 관한 유명한 이론 중 하나는 no hair theory이다. 모든 블랙홀은 단 3개의 거시 변수, 질량, 전하, 각운동량의 총량만 알면 유일하게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그 극단적인 반대 이론은 Bekenstein의 blackhole entropy이론이며, 그것은 블랙홀이 가지고 있는 정보량, 엔트로피는 시간의 지평선이라는 큰 면적을 플랑크 상수 h라는 극미한 값으로 나눈,, 어마어마하게 큰 값이라고 주장한다. 우주의 거의 모든 정보가 사건의 지평선에, 우리에게는 닿을 수 없는 인과성의 저 너머에 존재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지금부터 138억년전, 우주의 상태는 현재의 view로 바라보면 아주 좁은 지역에 에너지가 밀집되어 있었다. 공간은 극단적으로 작았고, 엔트로피는 아주 낮았다. 왜  그렇게 낮은 상태에서 출발했을까.. 이 논리의 시작은 빅뱅이론의 시작과 유사하다. 공간이 지속적으로 팽창했다면, 과거,, 아주 먼 과거에는 전 우주의 크기는 필연적으로 플랑크 길이 이내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이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를 조롱하는 용어가 바로 빅뱅이다. 마찬가지로 열역학 제 2법칙이 과거에도 계속 성립했었다면, 우주의 초기 엔트로피는 극단적으로 작았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우주의 엔트로피가 낮았을 것이라는 얘기는 일견은 상당히 이상한 얘기이다. 엔트로피가 낮다는 것은 무질서도의 개념으로 얘기하면, 과거에는 상당히 구조적이었을 것, 필연적으로 모든 것이 얽혀있었다는 얘기로 연결이 된다. 우리의 애매 모호한 엔트로피적 직관에 상당히 위배되는 내용이다. 순수하게 에너지로만 구성된, 대칭성 만땅인 시스템의 엔트로피가 낮았다,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중력은 흩어져 있던 입자들을 한 곳으로 모은다. 엔트로피가 random하게 퍼지는 것을, 주질서도를 얘기한다면, 중력은 엔트로피에 반하는, 즉, 중력이 존재하는 시스템의 엔트로피는 줄어드는 방향으로 작용할까? 그렇지 않다. 중력에 의해서 potential energy는 감소하고, 운동에너지는 증가한다. 낙하하는 물체의 운동 에너지는 커지고, 온도가 상승하면 결과적으로 복사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므로 엔트로피는 다시 증가한다. 실제로 블랙홀이 같은 면적을 가진 어떤 존재보다도 엔트로피가 커다는 것은 우리의 직관과 위배되는 재미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생명 활동은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가, 아니면 결과적으로 감소시킬까? 재미있는 상상일 것이다. 

사실, 궁극적인 입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오늘날 물리학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물리학자들은, 우리가 좀 더 자세한 현미경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가 궁극적이라 생각하는 입자들의 내부는 다시 소름끼치는 구조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많은 물리학자들이 동의하기 때문이다. 점입자로 모델링되는 전자가 스핀을 가진다는 것은 사실 개념적으로도 모순적이다. 스핀은 각운동량이며, 각운동량은, 어떤 축을 중심으로 회전할 때 의미가 있는 양이기 때문이다.

물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우주의 근원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끈이론에의 관심은 피할 수 없다. 최근 50~60여년간 주류 물리학자들, 입자 물리학자들의 80~90%이상이 연구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이론은 일반인들의 관심 분야 저 너머에 존재하는 신비의 세상일 수도 있다. 필요한 도구의 수준이,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너무나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끈이론이라는 용어자체가 너무 old 하다. 현대 물리에서는 더 이상 끈을 얘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브레인 혹인 막 이론이라는 것이 더욱 적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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