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존재와 에너지

existence_of_nothing 2021. 9. 10. 11:53

 

철학이나 물리학 모두에서 가장 원초적인 질문은 "왜 세상에는 무엇인가가 존재하는가?"일 것이다. 세상에 무엇인가가, 아주 많은 수의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존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물리학자들이 존재라고 얘기하는 것들은 크게는 물질과 에너지이고, 본질적인 것 하나만 고르라면 그것은 에너지이다. 에너지가 없이 존재하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에너지의 변화를 통해서만 우리는 무엇인가를 인지하기 때문이다.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물리학자들에게는 에너지는 원래 부터 있었고 그 총량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공간에 스며들어 있다고 믿는 암흑에너지에 대해서 우리가 잘은 모르지만, 그것이 무로부터 창조되었다고 설명하는 순간에 우리의 논리적인 이해 구조는 큰 타격을 받는다. 에너지는 원래부터 있었고 에너지는 끊임없이 순환을 할 뿐이다. 누군가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데 아무도 그것을 받은 이는 없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모든 것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모습을 바꿀 뿐이다.

 

또한, 에너지의 흐름, 교환에는 방향성이 있다. 모든 존재들이 에너지를 골고루 나눠 가지는 방향,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방향으로 운동한다. 한 점에 모여있던, 에너지가 끊임없이 퍼져나가면서 세상만물들은 유전한다. 인간들은 우주력의 1초도 안되는 시기에 우주의 티끌같은 변방에 존재하면서 엄청난 서사를 남겼지만, 지구상에 인간의 무늬, 흔적, 역사를 남기면서 엄청난 서사를 남겼지만, 우주 전체로 보면 그것은 의미없는 순간의 해프닝일 가능성이 많다.

 

개미들이 수많이 움직이면서 그들의 서사를 남기지만, 인간들에게 그들의 역사는 중요하지 않으며, 단지 내가 사는 지역에 개미의 수가 얼마인지만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때때로 러시아워에 지하철을 오가는 수많은 인파들을 볼 때면, 인간들의 삶도 개미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생각은 이 세상의 많은 생로병사의 많은 고통들이, 그냥 스쳐지나가는 흐름에 지나지 않는다는 존재의 가벼움을 주지만 동시에, 나는 별로 관심도 없는 영화의 한 작은 조연에 지나지 않는다는 허무감을 가져다 준다. 

 

오늘날 우리는 에너지라는 개념을 너무나 당연시 여기며 사용하지만, 인류가 에너지의 개념을 파악하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물론, 에너지라는 용어의 어원인 "energeia"라는 단어를 아리스토텔레스(BC384-322)가 사용하였고 에너지의 본질인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 후, Leibniz(1646-1716)와 Thomas Young(1773-1829)같은 이들이 에너지의 개념에 대해서 어렴풋이는 생각하였지만, 오늘날 우리가 얘기하는 에너지라는 개념은 열역학 분야에서 최초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1842~1847년 사이에 , Meyer, Joule, Helmholtz 같은 물리학자들은 이전 사람들이 마치 흘러가는 액체처럼 상상한 "열"의 흐름에 관해서 연구를 하다가 보존량으로서의 에너지의 개념을 최초로 생각해 낸다. 에너지의 단위는 그 중 한명의 이름인 Joule임을 우리는 잘 안다.

 

열역학적인 에너지의 개념은 Thomson(캘빈경, 1824-1907)과 Rankine에 의해서 모든 역학적 힘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확장되었고, 1905년 아인슈타인은 존재 자체도 에너지 임을,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들도 실제로는 4차원 시공간에서 끊임없이 운동하기에 에너지를 가질 수 밖에 없음을 알아챈다.

에너지는 실재인가, 아니면 관념인가? 인간들이 그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지구가 태양주변을 움직이는 것,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뉴턴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힘, Gravity를 얘기하면서 설명하였다. 처음에는 줄도 없이 어떻게 그 둘이 끌어당기냐고 비웃었지만, 뉴턴은 인류 최초로 별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설명하고 예측하였다. 한때 뉴턴은 신의 존재급으로 추앙되고, 이제,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법칙은 없을 것이라고 인간들은 자만했다. 막스 플랑크가 20세기 초에 물리학을 전공하려고 하자, 지도교수가 "너 돈 많니?, 그거하면 굶어죽을 지 모른다"고 협박했을만큼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류는 중력이 실제로는 힘이 아니라, 공간의 휘어짐이라는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음을 안다. 즉, 중력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기하학에 의해서 생긴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한 관념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우주를 설명하는 4가지 힘 중, 중력은 다른 3힘과 독특하게 구별된다. 다른 세가지 힘은 모두 field theory로 잘 설명되는데, 중력은 재규격화가 불가능하여 직접적으로 QFT를 적용하기 어렵다. 오늘날, 인류는 중력이 실재하는 힘이 아니라, 정보에 의해서 생성된 엔트로피 현상에 따라 나타나는 emergent phenomenon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은 수학적인 구조에 따라 변화한다. 우리가 연속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개념들, 시간과 공간 같은 것이 실재인지에 대해서 물리학자들은 의문을 제시한다. 우리가 이렇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 그렇게 존재하는 것인가.. 인류는 관념론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물리학자 wheeler은 "It from bit"이라는 재미있는 말을 남긴다. 존재의 본질은 정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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