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고고도 정찰기

existence_of_nothing 2022. 7. 28. 09:23
최고 수준의 군사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과학 지식, 엔지니어링 경험이 필요하다. 군사에 전용될 수 있는 기술은 선진국에서 전수하지 않는다. 전수하더라도 자신들보다 20여년전의 기술, 한 두 세대 전의 기술 혹은 자신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기술들을 전수해 줄 뿐이다. 그런 면에서 구 소련 붕괴, 차관 제공과 불곰 사업은 우리에게 엄청난 행운을 가져다 주었고, 이면에는 러시아의 화끈하고 단순한 국민성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러한 행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힘들지만 한발, 한발 기초적인 과학 수준부터 향상 시켜야 주변 초 강대국들 사이에 끼인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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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진을 정찰하기 위해서는 보통 정찰위성이나 정찰기를 사용한다. 미국에서 개발된 본격적인 최초의 정찰기는 U-2 드래곤레이디 정찰기이다. 1955년부터 1989년까지 총 104기가 제작되었는데 고도 15km에서 마하 0.7 로 순항한다. 미사일 요격 거리 위라고 안심하고 있다가 1960년 소련 지대공 미사일 SA-2에 격추된다. 이를 계기로 1960년부터 개발되어 총 32대가 제작된 SR-71(블랙버드)는 지상 26km에서 마하 3.3으로 정찰한다. 이후, 위성에게 정찰임무를 넘겨주고 퇴역한다.

그러나, 러/중의 위성 요격 능력의 향상에 따라 다시 그 필요성이 대두되어, 그 후속기종인 SR-72 정찰기를 2013년 개발 시작하여 2030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개발 중인데, 마하 6의 속도로 순항한다. 마하 3까지는 제트엔진으로 그 이후에는 램/스크램제트 모드로 동작한다. SR-72는 단순 정찰기 보다는 고에너지 광학 무기까지 탑재되어 탄도탄 요격 및 군사 위성 타격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하 6의 속도는 지구상 어느 곳이던 1시간이면 타격가능하다. 사실 마하 6의 속도면 속도가 곧 스텔스.. 즉, 알고도 요격이 어려운 비행기이다. AIM-120 암람과 MBDA 비티어 대공 미사일이 속력이 마하 4에 불과하다 ^^.
마하 3이면 비행중 대기와의 마찰열로 기체 표면온도가 300도까지 치솟기에 연료관을 기체의 외부에 둘러 냉각제 역할을 하며(로켓엔진도 비슷하게 냉각), 티타늄 합금으로 보호된다. SR-71을 시작으로 스텔스 기술이 개발되어 나이트호크 F117 스텔스 폭격기 개발에 적용된다. 스텔스 기술 개발 특별 설계팀을 “스컹크 웍스”라고 부른다.

해상에서 저공으로 경계 정찰하는 비행기는 초계기라고 부르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여객기를 개조해 만든 P-3 오리온으로 1960년부터 총 700여대가 생산된다. 2009년부터 이를 대체하기 위하여 P-8, P-8A 포세이돈이 개발되어 P-3를 대체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이후, 대잠 능력 무재를 깨달은 한국은 미국에서 퇴역하던 P-3 초계기 16대를 도입한다.

그러나 3면이 바다인 현실에서 필요한 대수가 32대라는 분석에 따라 2011~2018년까지 해상 초계기 도입사업 II를 통하여 20여대의 초계기를 도입하려고 하나,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P-8 초계기 6대를 2022년에 인도받기로 결정한다. 여전히 초계기는 주변국에 비해서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 KF-21 개발이 거의 끝나가고 있기에,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자 KAI는 해상 초계기 국산화 안을 군에 제안한 상태이며 결정이 되면 2033년 양산계획으로 체계 개발에 2025년 착수할 계획이다.
U-2를 대체하고자 노스롭그루먼사는 1998년 무인정찰기 RQ4(글로블 호크)를 개발한다. 20km 상공에서 아음속 비행으로 40시간 체류하며 SAR, EO/IR(electro-optical-Infrared) 카메라로 적진을 정찰 가능하다. 중고도 정찰과 공격 기능을 가진 MQ-1(프레데터) 드론도 1994년 실전 배치된다. 6km 상공에서 100마일의 저속으로 비행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때로는 원격조종 공격기로 활용된다.

2001년에는 MQ-9 리퍼가, 최근인 2007년에는 스텔스 무인 정찰기인 RQ-170(센티넬)이 개발되어 아프가니스탄에서 활약한다. RQ4 글로블 호크는 대공 미사일에 취약하여 정작 미국에서는 정찰위성에 역할을 물려주고 모두 퇴역하고 있는데, 한국은 뒤늦게 1조원을 들여 4대를 구입하여 부품도 제대로 공급이 안된 채, 여기저기 고장 나고, 제대로 된 활용 인력도 없어서 현재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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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km 상공에서 지상을 선명하게 관측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위험한 정찰기 대신, 인공위성에 카메라와 레이다를 설치하여 지상을 관측하는 방식으로 대체된다.

1960년부터 미국에서는 코로나 혹은 디스커버러라고 불리는 정찰 위성 Key Hole(KH) 시리즈를 배치한다. 초창기 위성들인 KH1~KH7 까지는 상대방 진영 상공에서 고해상도(30m~1.2m) 필름 카메라로 촬영 후, 자국 영역에서 낙하하여, 필름을 회수하는, 너무나 고비용/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정찰한다. 이러한 방식이니 5년동안 무려 170회나 발사되어야 했다. KH-8은 1966년~1984년동안 54회 발사되는데(수명 30일), 필요할 때마다 10~50cm로 추정되는 고해상도 촬영 필름을 특수한 용기에 넣어 지상에 내려 보낸다.

KH-11은 1976년부터 현재까지 활약 중인 위성이다. 평소에는 600km 상공에 체류하다가 정찰하기 위해 300 km 궤도로 내려와 촬영 후, 다시 원래 궤도로 돌아간다. 2.4미터의 반사 망원경으로 15cm 해상도로 촬영한다. 이때부터는 디지털 카메라와 통신 기술이 발달하여, 수명 10년이상에 2년에 한번씩 발사하는데, 트럼프가 이란 발사대를 촬영했다며 고해상도 촬영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다. 위가 위성에서 정찰위성으로 찍은 사진이고, 아래가 상업용 위성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군사 위성의 카메라 광학 기술은 민간 수준을 능가하여, KH-11은 수명을 다한 후, NASA에 기증되어 허블 망원경을 대체하여 2025년 발사될 미국의 차세대 가시광/근적외선 우주 망원경인 낸시 그레이시 로먼 우주 망원경 제작에 재활용된다. 렌즈의 크기는 허블 망원경과 동일한 2.4미터, 동일한 해상도를 가지지만 시야각이 100배 넓다. 중력 마이크로 렌즈로 외계행성 탐색, 암흑 에너지 영향 조사, 시공간 곡률 측정과 일반 상대성이론 검증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은 425사업을 통하여 2024년 레이더 정찰 위성 4기와 광학 정찰 위성 1기, 800kg급 정찰위성 총 5기를 스페이스 X 팰컨 9 로켓을 이용하여 발사할 예정이다 (누리호는? 무거워 운반 불능). 650~700 km 고도에서 15~30cm급의 해상도로 북한 핵시설을 2시간마다 한번씩 정찰한다. 그리고 수명 5년이 지난 2029년 발사될 위성을 위해, 후속사업으로 레이더 위성 10기와 광학 위성 2기, 총 12기의 대형 정찰위성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2시간 간격을 갭을 메우기 위해 11기의 EO 위성, 40기의 SAR 위성, 총 51개의 군집 위성을 추가로 띄울 예정이다.

원래 계획은 광학 모듈, SAR 모듈, 발사체 등 대부분을 국산 기술로 만든다고 했지만, 사실 한국에 그러한 원천 기술을 개발할 만한 인재들도, 개발했던 경험도 없다. 당연히, 개발은 외국 모듈(이탈리아 TASI 위성 탑재체)을 통째로 가져다 쓰는 형태로 될 수 밖에 없고, 발사도 국산 고체/액체 발사체가 아닌 검증된 팰컨 로켓을 사용한다. 위성의 수명이 5년밖에 안되고, 핵심 군사 기술은 이전이 안되니, 개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차세대 위성도 통째로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엔지니어로서는 조금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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