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단상
眞空 ... vacuum은 vacuus (공허함)에서 나온 파생어이다. 보통은 어떤 공간에서 기체를 모두 제거한 그래서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의미한다.
입자들이 모두 비어 있다고 해서 무의 상태는 아니다. 에너지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란 실재인가 아니면 입자들 혹은 물질들 사이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공을 높은 곳에 가지고 올라가면, potential energy가 증가한다. 그렇다고 potential energy란 것이 그 공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지구와 공 사이의 관계가 그렇다는 것이며, 그 관계에 따라 공을 떨어뜨리면, 위치에너지가 낮아지고 운동에너지가 커지는 방향으로 운동을 한다. 즉, 그 공간에 에너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스프링의 무게를 재 보자. 스프링을 압축한 상태로 만들고 무게를 잰다. 그 두 무게는 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에너지는 실재하며 그 공간에 존재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가?
우주 공간은 진공 상태가 아니다. 밤하늘이 이렇게 별빛으로 가득찬 이유는, 빛 알갱이들이 우주 공간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중 어떤 것들은 138억년의 오랜 여정 끝에 내 몸에 끊임없이 내려 앉는 것들도 있다. 바로 내 곁에서 시작했는데, 우주 공간의 왜곡 때문에 138억년이란 모진 시간 후에야 비로소 내 곁에 내려 앉은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벽으로 모든 공간을 막아서 깜깜하게 만들면.. 이제는 드디어 photon은 하나도 없을 것인가? 사실 그렇지 않다. 벽의 재질이 절대 온도 0도가 아니라면, 그 벽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빛 알갱이를 뿌린다. 우리 눈에 보이는 빛 알갱이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주파수가 낮아서 우리의 망막을 자극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보다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검출기 센서는 자극할 수 있다.
이제 절대 온도 0도로 만들어보자. 그것이 가능한가? 물론 불가능하다. 열역학 제 3법칙과 불확정성의 원리는 신이 자신의 게임의 법칙을 뒤엎지 않는 이상은 그 자신도 도달할 수 없다. 어쨌던, 그렇게 어이어이 온도 0도에 가깝게 낮춰보자.
이제 드디어 진정으로 공한.. 아무것도 없는 진공 상태에 도달한 것인가? 불행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차피 질량 0의 보존 입자와 힉스 입자는 친하지도 않으니 힉스 입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곳에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무엇인가 중에는 존재하면 안되는 빛 알갱이도 존재한다.
진공 속에 존재하는 빛 알갱이를 우리는 virtual photon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무엇을 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사실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바로 진공 속에 숨어있는 그 빛 알갱이가 물질과 끊임없이 상호 작용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인가를 보고, 무엇인가를 느낄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