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신비

existence_of_nothing 2023. 1. 31. 15:59

빛 알갱이는 질량이 있을까... 있다. 빛 알갱이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빛 알갱이는 질량이 있을까... 없다. 빛 알갱이는 힉스장과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빛 알갱이는 존재할까... 존재한다. 빛 알갱이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빛 알갱이는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는다. 빛 알갱이는 공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빛 알갱이를 잘 모른다. 전자는 존재한다. 에너지도 가지고 힉스장과도 상호작용하기 때문이고 공간도 차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는 여기에 존재하는가... 그렇다. 여기에 존재한다. 그것이 입자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여기에 존재하는가... 아니다. 그것은 저기에 존재한다. 그것은 파동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이고, 에너지이면서 동시에 물질이기 때문이다. 원자의 옆에 전자가 있지만, 그것은 원자 주위를 회전하지 않는다. 양과 음은 서로를 끌어당기지만, 양성자와 전자는 결합하지 않는다. 전자는 양성자의 주변에 유령처럼 퍼져서 존재한다. 우리는 전자를 잘 모른다.

우리가 바라본 빛 알갱이는 늙지 않는다. 그것은 공간축으로만 여행을 할 뿐, 시간축으로는 여행을 멈췄기 때문이다. 빛에게 시간은 의미가 없다. 빛은 존재하지도 않고 비존재하지도 않는다. 존재와 비존재는 시간이 의미가 있을 때만 의미가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빛에게는 시간이 없으니, 존재도 아니고 비존재도 아니다. 그것은 있는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빛이 본 우리들은 어떨까... 빛이 본 우리들에게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빛이 바라본 모든 것들은 존재도 비존재도 아니다. 그것은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빛이 바라본 우리도, 우리가 바라본 빛도 모두 유/비유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둘 다 각자가 바라본 상대방의 세상이 비유인데도 불구하고, 빛도 존재하고 우리들도 존재한다. 이것이 우주의 신비이다.

우주 태초의 빛, 그것이 여행을 시작할때의 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뜨거웠다. 빛은 나이를 먹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바라보는 태초의 빛, CMB 광자의 온도는 너무나 차가운, 살에 닿으면 바로 우리를 얼릴 수 있는 영하 270도의 차가운 광자이다. 물론, 숫자가 작아서 전혀 위협적이지 않지만 말이다.

빛은 나이를 먹지 않는데, 빛의 체온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그것은 빛의 탓이 아니다. 빛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 측도가 매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은 항상 차고 넘친다. 누가 이렇게 공간을 가지고 장난을 하고 있는지 인간들은 모른다. 지금 이순간, 바로 나의 옆에 있는 공간도 커지고 있다. 물론, 우주적 스케일에서 볼때, 내 주변의 공간의 크기는 한동안은 나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말이다.

공간이 이렇게 계속 팽창하면 양성자와 전자 사이의 거리도 커질까... 그렇지 않다.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의 거리도 커지지 않는다. 과연 그런가? 언제까지 그런가... 조용히 생각해 본다.

=================

명상을 한다.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면 어느 순간 자의식이 사라진다. 외부의 자극을 멈춘 상태, 의식이 있는 꿈의 세상을 만난다. 그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어떤 이들은 이것이, 물질을 벗어난 세상, 의식의 본질, 참나 혹은 청정심, 여래장이라고 얘기한다.

어떤 이들은 그것조차도 마음의 상일 뿐, 그것을 참나라고 믿는 마음을 경계하라고 얘기한다.

우리들은 마음에 대해서 잘 모른다. 정확히는 뇌가 어떻게 사물과 세상을 인식하게 되는지를 잘 모른다. 뇌는 정보로 부터 세상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재구성된 상태에서 사물들을 판별한다. 그러한 판별심은 재구성된 세상에 의존한다. 같은 현상이 어떤 이들에게는 공명정대한 정의로, 어떤 이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불의로 다가온다.

뇌는 생각을 만드는 기계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상, 뇌의 한 부분은 정보로 부터 세상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의식은 그렇게 재구성된 세상을 바라본다. 의식은 지향성이다. 재구성된 세상, 그 세상에는 실재도 존재하고 추상도 존재하고, 과거와 현재가 혼재한다. 그 세상에서 의식은 외부에서 주어진 자극에 따라, 때로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생각의 흐름에 따라 기억속을 여행하고 다닌다.

명상은 의식과 무의식의 세상은 분리시킨다. 명상으로 무의식의 세상을 들어갈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의식이 무의식이 만든 바탕 위에서 동작을 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