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물리학 단상

existence_of_nothing 2023. 1. 31. 16:16
어제, 딸아이와 핵융합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이틀 전,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Lawrence Livermore) 국립연구소(LLNL) 과학자들이 인류 최초로 핵융합 반응에서 + 에너지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는 기사가 났기 때문이다. 2.1MJ의 에너지를 투입하여 핵융합 장벽을 넘어선 후, 2.5 MJ의 에너지를 추출하여 약 0.4MJ의 순 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짧지만 엄청난 기사가 발표되었다.

핵융합 기술을 상용화하는데에는 여러가지 기술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먼저, 1억도가 넘는 온도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러한 온도에서 날뛰는 이온들에게 접촉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을 좁은 곳에 가둘 수 있는 에너지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국제연합 ITER, 한국 KSTAR, 중국 EAST, 유럽 JET, 일본 JT-60SA, 미국 NSTX-U등이 핵융합 기술 상용화를 위한 기술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제까지는 투입에너지보다 많은 추출에너지를 얻은 적이 없었고, 향후 수십년간의 기술적 도약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미국이 가볍게 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딸의 질문은, 핵융합이 에너지를 낼 수 있다면, 그 반대 과정인 핵분열은 어떻게 에너지를 낼 수 있는가? 즉, 원자를 합치는 상태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라면 원자를 쪼개는데 어떻게 에너지가 발생하는가.. 이고 그 대답은 당연히 원자를 합쳐서 에너지가 낮아지는 최소점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 이상에서는 원자를 합치는데 에너지가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 최소점에 있는 원소가 Fe, 철임을, 우주에서 가장 안정적인 원자 구조가 철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미국 LLNL은 수소원자 캡슐에 극초단파 레이저를 발사하여 캡슐내에서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서 더 많은 에너지가 방출됨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아직 이것을 외부로 연결하여 전력 생산에 사용하는데는 성공하지 못하였기에, 이른 시기에 상용화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최소한 기술적 혁신을 이루고 예상보다 빠른 사용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물론, 상용화에 성공하면 지구는 또 한번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며, 바닷물만 공급되면 거의 무한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에 에너지 문제는 일거에 해결되며, 많은 에너지 관련 분쟁들도 잠잠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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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핵융합은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달하는 첫걸음이다. 우주의 초창기 부터, 모든 원소들의 생산처는 별들의 내부 혹은 초신성폭발이었다. 그 원소들은 우주 곳곳에 뿌려지고 그 중 일부는 생명체를,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물질인 인간을 만들어 낸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존재는 다시, 자신의 기원을 생각하며 신들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인, 원자들의 합성을 만들어 낼 능력을 지닌다. 아직까지는 가장 낮은 단계의 결합인, 수소원자로 부터 헬륨을 만드는 수준이지만, 언젠가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원자들의 원하는 형태로 조립하는 것이 가능해 지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물론, 수소핵융합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비용에 비해 결과물의 가성비가 극도로 낮으니 큰 의미는 없겠지만 말이다.

어제 딸에게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해 설명했다. 모든 존재들은 광속으로 달리고 있고, 우리가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관성의 법칙 때문이라고, 우리는 지금도 시간축으로 광속으로 달리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E=mc^2의 의미, 왜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는 물체, 예를 들면 볼펜에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농축되어 있는지도 설명했다. 그 이유는 4차원 시공간에서 우리 모두는 엄청나게 빠르게, 광속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질량이 시간축으로의 여행을 멈추게 되면, 그 에너지는 공간축으로 산란하기에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한다고 말이다.

핵융합은 두 양성자를 좁은 공간에 가둠으로써, 각각이 별도로 존재할 때보다 더 낮은 에너지 상태에 둘 때, 그 차이에 해당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얻어낸다. 핵분열은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아슬아슬하게 결합되어 있던 두 원소를 떼어낼 때, 생기는 작은 질량 결손, 그 질량이 시간축으로의 여행을 멈추고 공간축으로 여행을 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이 모든 것은, 4차원 시공간에서 모든 존재가 동일한 속력 c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며 빛처럼 공간의 방향으로만 이동해서 시간의 방향으로의 이동을 멈춘 존재도 있고, 지금의 나처럼 오로지 시간의 방향으로만 빠르게 이동하는 것들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의 원초적인 에너지는 동일하며, 다만 그들 사이에 에너지의 교환만이 발생할 뿐이다.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모든 것들은 에너지를 주고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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