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극초음속 미사일

existence_of_nothing 2023. 5. 16. 08:43

 

#밀리터리

 

극초음속은 보통 마하 5이상, 즉 음속의 5배이상의 속력을 의미한다. 사실 보통의 탄도 미사일은 모두 극초음속으로 동작하는데, 대기권 재진입단계에서 최고 속력은 마하 20~30에 이른다. 예를 들면 북한이 작년에 발사한 ICBM 실험에서 고도 6천km의 사거리 1천 km의 고각발사 미사일의 종단 속도는 마하 22에 이른다. 한국의 현무 미사일(현무-4)는 고도 500~1000km 상승 후, 마하 10의 속도로 지상에 내리 꽂는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요격은 마하 20의 속력으로 내리꽂기 때문에, 일단 종단 단계에서 한 두번의 요격 기회밖에 없기 때문에 쉽지 않다. 실제로 정확히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하고 비껴 맞으면 원래의 운동에너지로 인해서 요격 후에도 목표로 강하게 충돌하게 된다. 사실, 탄도 미사일은 대부분의 연료를 가속에 사용해야 하기에, 정작 탄두에는 큰 무게를 실을 수 없지만, 이러한 무시무시한 종단 속력으로 인해서 상대방에게 대응할 시간을 안 주기 때문에 강력한 무기 체계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탄두로 핵을 사용하기에 그 무게가 작더라도 목표에 도달하기만 하면 임무는 쉽게 완수된다.

 

사실, 북한이 핵과 투발 수단을 갖춘 상태에서, 휴전선에 멀어야, 400km 떨어진 위치에서 저각/고각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사실, 한국으로서는 요격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디코이 미사일까지 한꺼번에 수십발을 서울을 향해 발사하면, 이들을 모두 요격하는 것은, 사실 너무 희망적인 시나리오일 뿐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맞대응할 핵이 없는 상태에서 재래식 무기의 우위를 얘기하는 것은 내 생각에는 큰 의미가 없는 군사적 수사일 뿐이다.

 

극초음속 비행체는 크게는 Hypersonic Glide Vehicle(HGV) 혹은 Hypersonic Boost-Glider(HBG)방식과, Hypersonic cruise missile(HCM) 방식이 있다. HGV는 대기권으로 바로 재진입하지 않고, 대기권과 일정 각도로 진입하여 대기권의 반발력(충격파)를 이용하여 기권 상층부를 물수제비짓 하듯이 비행하다가 목표에 도달하면 고속낙하로 타격하는 미사일이다. 별도의 연료투입이 필요없으므로 장거리 ICBM용으로 주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HCM은 연료를 주입하여 스크램제트(scramjet)엔진으로 자체적으로 가속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탄도 미사일은 일정한 낙하 궤도로 빠르게 떨어지기에 미리 궤도의 앞쪽에 미사일을 발사하여 요격이 가능하지만, 비행 전구간에서 인위적인 궤도 수정이 가능한 극초음속 비행체의 요격은 쉽지 않다. 간단히 그 뒤를 추적 미사일로 쫓아가기에는 너무 빠르고, 그 앞에 미리 미사일을 쏘자니, 그 궤도를 쉽게 변경해 버리기 때문이다.

위 그림은 작년 11월 북한이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2형 시험발사의 비행 궤적이다. 위에서 보듯이, 상승 단계, 활강 단계, 종말 진입 단계 모두에서 변칙적인 궤적을 그리고 있기에 요격이 결코 쉽지 않다. 마하 10(3km/s)으로 비행하면 서울-평양(195km)거리는 1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1번의 요격에 실패하면 서울의 운명은 탄두에 핵이 실리지 않았기만 기도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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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game changer로 여기며 개발에 여념이 없다. 그 중, 단연 top-tier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물론, 미사일은 아니지만 미국도 이미 2010년에 마하 5로 비행하는 웨이브라이더 극초음속 시험기 X-51을 개발한 상태이다. 또한 2020년에는 마하 20의 AGM-183A ARRW(Air-launched Rapid Response Weapon)을 선보였지만 2023년 시험발사 실패를 끝으로 개발 중단한다.

러시아의 주력 극초음속 미사일은 크게 3종류이다. 지르콘, 킨잘, 아방가르드가 그들이다. 최초로 나온 것은 2010년 개발된 지르콘으로, 사거리 250~1000km, 마하 8~9, 탄두 중량 3~400kg에 스크램제트엔진을 장착한 대함, 대지 HCM 순항 미사일이다. 마하 8로 저공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순항미사일이기에 이지스 체계로 탐지와 요격이 쉽지 않다.

 

두번째는 사거리 1000~2000km의 공중 발사 극초음속 미사일 (ALBM, Air-Launched Ballistic Missile) 로 단검이라는 뜻을 가진 킨잘(KH-47M2, Kinzhal)이다. 킨잘은 마하 10으로 서울에서 발사하면 4분만에 부산에 도착하고, 평양에서 서울까지는 1분이내에 타격이 가능하기에 사실 한두번의 대응 실패는 바로 타격으로 연결되며, 핵탄두의 경우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우크라이나전쟁 초기에 러시아는 여러발의 킨잘 미사일로 주요 목표물들을 타격하였지만, 얼마전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하여 발사하였다가 도리어 격추되었다고 알려진 미사일이다.

 

마지막으로는 보통은 마하 9, 최대 속력 마하 20-27, 길이 5.4미터, 최대 탄두 중량 2t, 사거리 6000km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인 아방가르드 미사일로 비행 중간 16개의 핵탄두로 분리되어 타격하기에 현재의 MD 체제로도 요격이 쉽지 않다. 앞의 두 미사일은 HCM인데 반해, ICBM으로 개발된 아방가르드는 HGV 방식의 미사일이다.

중국의 HGV형 극초음속 미사일로는 2014년 개발을 시작하여 2019년 공개된 DF-17이 있다. 사거리 1800~2500km, 마하 5이상의 초정밀 미사일이다. 현재는 XingKong-2라는 웨이브 라이더 방식의 사정거리 2,000~3,000km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DF-100을 개발하고 있으며 또한 2023년 유출된 미국 정보 자료에 의하면 DF-27이라는 사정거리 5000~8000km의 극초음속 미사일도 함께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12월 하이코어(Hycore)라는 극초음속 시험발사체를 완성하고 2023년까지 시험비행을 마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길이 8.7미터 무게 2.4t으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위한 프로토타입 발사체이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HGV 방식이라, 궤도 수정에 한계가 있는데 한국은 HCM 방식으로 개발 중이라, 좀 더 난이도가 높은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한 핵심 기술인 스크램제트 엔진은 이미 개발을 완료한 상태이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공기 흡입구 앞에 발생하는 V자 모양의 충격파에 의해 압축된 고온(1700도)/고압의 공기에 탄화수소나 수소 같은 연료를 분사하여 강력한 추진력을 얻는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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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팬 엔진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 속력은 마하 3정도로 제한된다. 압축기와 터빈이 더 이상의 고속으로 회전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공기의 흐름이 너무 빠르면 연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초음속 비행에 유리하게 만든 엔진이 바로 램제트 엔진(Ramjet engine, RAM=rapid air movement)이다. 이 구조에서는 문제가 되는 압축기와 터빈을 없애고 초음속 상태에서 발생하는 충격파에 의해서 흡입 공기가 압축된다. 압축기와 터빈이 필요없으니, 엔진의 구조는 도리어 더욱 간단하여 아래 그림과 같다. 공기는 관을 지나오면서 압축되고 이 압축된 공기에 연료를 분사하여 뒤로 내 뿜으면 된다.

초음속 상태에서는 구조와 동작 원리가 간단한 편이지만, 초음속에 이르기 전의 상태에서는 공기가 압축되지 않으니 엔진이 동작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렇게 저속 상태에서는 일반적인 터보제트 엔진으로 동작하다가 마하 2.5이상의 초음속 상태가 되면 랩제트 엔진으로 변환하는 형태로 설계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공기 중에서 연료를 태우다 보면, 때때로 엔진이 꺼지는 상태가 발생하기에, 비행 중, 엔진 저가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제트 엔진 대신 터보팬 엔진과 램제트 엔진을 결합하면 램 팬 엔진이 된다.

 

 

램제트는 충격파에 의해서 압축된 공기가 음속보다 낮아지며, 연소실에서 연료와 혼합된다. 램제트 엔진은 마하 2 이상에서 좋은 효율을 보이지만, 마하 5를 넘어가는 극 초음속에서는 충격파에 의해 압축된 공기의 속력을 낮추기 어렵기에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스크램제트는 내부의 공기 속도가 초음속의 상태를 유지하는데, 램제트보다 고속인 최대 마하 15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크램제트는 연소실로 들어오는 공기의 흐름이 초음속인 엔진을 지칭한다.

 

 

그러나, 실제로 초음속으로 흐르는 고속의 공기에 연료를 분사해서 불을 붙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며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스크램 제트 엔진 개발의 핵심 기술이다. 스크램 제트 엔진은 1960년대부터 연구되었지만 상용화가 되지 못하다가 최근 "이제부터는 속도가 스텔스이다, speed is the new stealth" 라는 록히드 마틴의 구호처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함께, 연구가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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