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

다윈의 식탁

existence_of_nothing 2021. 2. 6. 09:00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1976)라는 책에서 유전자 단위에서의 생존 경쟁을 진화라고 설명한다.

 

유전자란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DNA에서 유전 형질 발휘가 가능한 짧은 단위이다. 유전자는 DNA자체가 아니라 DNA의 일부분, 유전 형질에 관한 부분이며 그것들이 서로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흔히, 생명체 자체의 보존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유전자는 생명체를 이루는 유전 정보의 한 단위일 뿐이다. 

 

(DNA 중,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exon 부분과 관여하지 않는 intron 부분으로 구성되며, intron 부분은 삭제되고 exon 부분만이 mRNA로 copy 되어 리보솜 공장에서 단백질로 합성된다. 이렇게 화학적인 작용에 따라 결합되고 해체되는 유전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조정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유전자의 생존경쟁은, 진화 과정의 전후를 살펴보면 결과적으로는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는 유전 정보만이 전달되며, 개체가 생존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짧은 시간동안의 반엔트로피적인 물리법칙을 수행한 결과) 정보만이 남겨진다는 지극히 결과론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이 때로는 의도를 가진 것 같은 오해를 빚기도 한다. 영화 "연가시"의 모양선충은 귀뚜라미 같은 곤충을 밝은 곳으로 유인하여 물에 빠뜨려 성충으로 성장한다.

 

그러면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 자신의 유전자의 번식을 방해할 만한 행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 1964년 해밀턴(William D.Hamilton)은 개체 자신이 낳은 자손의 수인 개체 적합도에 더해서 개체가 자신의 행동을 통해 영향을 미친 자손 등가의 수인 포괄적 적합도를 얘기한다. 즉, 자신에게는 직접적으로 손해이더라도 동종 유전자를 보존하는데 이득이 되는 행동이 가능하다는 포괄적 적합도 이론을 얘기한다. 공식은 아래와 같이 간단하다. 이 원리에 따라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호혜적 이타행동 (reciprocal altruism)이라고 한다.

 

rB-C>0 , r: genetic relatedness, B:relative who is helped (benefit), C:relative who helps (cost)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2011)에 따르면 인류사에 있어서 문화/종교 유전자(밈)는 대규모 사피엔스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서 진화되어 왔다. 종교는 무의미해 보이는 존재에게 추상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큰 역할을 하지만 그것은 또한 많은 폭력의 원산지임을 안다. 

 

도킨스는 전투적 무신론자이며 그가 종교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을 주장한다. 그가 그러한 주장을 하는 동안 수많은 청중들은 야유를 하고 사탄임을 외치지만 그는 꾿꾿이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를 가지고 직진한다. 그것은 그로서는 무조건 행동해야하는 윤리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다고 해서 세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그도 모를 리가 없다. 그렇게 많은 총기 사건이 발생해도 미국의 총기 소지가 불법화될리는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다. "눈먼 시계공"과 "만들어진 신"에서 도킨스는 현재 우리 눈에 보이는 아주 복잡하고 규칙적으로 보이는 세상은 존재의 정보 유지 능력과 불확정성 이론에 따른 자연의 역동성에 기반한 것임을 주장한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극단적 환원론과 자연의 우연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것조차도 하나의 교조적 주장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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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드는 "단속평형설"을 주장한다. 만약 내 팔이 하나 없어지고 이것이 갑자기 깃털이 되었다고 하자. 이것은 생존에 유리할까 불리할까를 생각해 보면 점진적인 진화 과정에 의문이 생긴다. 

 

즉, 진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하면 중간 단계의 다양한 화석군들이 발견되어야 하고, 그러한 진화가 생존에 유리하다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진화가 극히 우연적인 돌연변이에 의해서 발생한다면 그것이 생존에 유리할 가능성은 불리할 가능성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따라서 굴드는  DNA 레벨의 돌연변이의 의한 작은 규모의 진화는 이루어지지만, 종이 바뀌는 거대 규모의 진화는 거대한 지질학적 변화 요인에 의해서 생긴다는 단속 평형설을 주장한다. 

 

삼엽충, 공룡의 멸종 같은 사건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최근에는 Hox gene(혹스 유전자, homeobox 유전자라고도 한다)의 발현 메커니즘으로 거대 돌연변이를 설명하려는 연구가 있지만 굴드는 단속 평형설 메커니즘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지질학적인 대규모 생물 멸종 증거들을 볼 때, 이것은 사실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며 사피엔스의 등장이후에 나타난 수많은 멸종과 새로운 종의 탄생을 볼 때, 점진적으로도 충분히 종변화가 가능한 듯 하기에 신뢰성도 의심된다.

 

진화에는 방향성이 있느냐, 즉, 인류가 탄생하게 된 것은 진화의 발전방향이냐 아니면 우연하게 변화의 부수물로서 지능이 탄생한 것이냐? 굴드는 진화의 방향성을 거부하고 도킨스는 진화의 일정 단계에서는 되돌릴 수 없는 요인이 있기에 일단 진화를 하면 퇴화란 없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진화는 점점 복잡한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눈을 보면 구조적으로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망막의 중앙에 시신경 다발이 존재하여 상이 중앙에는 맺히지 못한다(맹점). 따라서 뇌에서는 굴곡진 영상 신호를 받아서 신호처리를 거쳐서 평면을 복원한다. 사실, 누군가 설계를 했다거나 진화가 진보를 의미한다면 이렇게 이상한 망막 구조로 설계하지는 않고, 자연스럽게 시신경이 망막 센서의 뒤로 연결되게 설계했을 것이다.  

 

굴드는 이에 대해 "풀하우스"(1996)에서,  중세 기둥 상이의 삼각형 아치(스팬드럴)을 예로 들어 진화의 우연성을 얘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복잡해 보이는 이유는, 진화의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복잡한 생물도 존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일 뿐이지, 진화 자체가 복잡한 생물을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진화의 우연성은 지능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유용하지, 그 이후에는 지능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지 못하면 생존을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가는 곳마다 자신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생물들을 멸종시키고 있다. 즉, 의도가 탄생하면 진화에는 방향성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를 인공 선택이라고 부른다. 

 

굴드도 종교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종교와의 전쟁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서로가 서로의 밥줄을 건드리지 말고 조용히 지내자는 주장이다. 사실 말로 할 수 없는 부분, 근본적으로 진위가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다투는 것은 밥먹고 그냥 에너지를 버리는 것이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창조 과학회처럼 정면으로 과학계에 도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조용히 신앙 생활을 한다면 과학이 종교를 공격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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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은 사회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개척한다. 사회 현상을 생물학적으로 해석하는 학문이다. 그는 원래 도킨스의 편이었지만, 말년에 "지구의 정복자"(2013)에서 해밀턴의 포괄적합도 (C<rB, r:근친도, B:개체의 이익, C:비용, 이 간단한 공식을 많은 진화학자들이 성경처럼 모신다. 이것은 간단히 얘기하면 유전자가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자신이 아니더라도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남기려고 한다는 것이다)이론을 부정함으로써 도킨스와 등을 진다. 

 

이 책에서 그는 유전자 선택설을 부정하고 이미 오래전에 폐기된 학설인 집단 선택론(정확히는 다수준 선택론)을 다시 꺼낸다. 집단 선택론은 개개의 유전자의 보전이 아니라 종과 같은 집단을 보전하기 위해서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이론이며 이는 이미 유전자 선택론에 밀린 낡은 학설이었다. 즉, 유전자 선택이 개체단위의 낮은 레벨에서 이루어지느냐 아니면 집단과 같은 높은 레벨에서 이루어지느냐?

 

실제로 동물성 플랑크톤들이 낮에 자식들을 둔체 일제히 수직낙하를 하여 마치 집단 보육을 하듯이 자식들이 먹이를 섭취할 기회를 준다고 한다. 또한 개미집단에서 여왕개미만이 번식을 하고 일개미들은 자신 개체의 유전자를 남길 기회를 양보한다. 몸 안의 항체 세포는 많은 경우 태어나자 마자 스스로 사멸한다. 

 

개미 연구의 전문가인 윌슨은 다시 집단선택설을 꺼내어 이론을 정교화하며, 이것은 진사회성 동물인 개미와 인간에게서 주로 나타나며 집단 선택을 선택한 이들이 지구의 정복자라는 주장이다. 이것은 인간을 타 동물들과 동등한 레벨에서 해석하는 생물학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어찌보면 인간 정신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생물학계에서는) 대담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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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혹자들은 에너지를, 혹자들은 궁극적인 입자를, 혹자들은 영원한 기하학적 구조를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정보의 자기 발현성일 것이다. 

 

시공간이 탄생하기 전에 아무것도 없었다면 우주는 탄생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우주를 탄생시킬 무엇인가가 있었으며 그 원리에 따라 물질이, 우주가, 그리고 생물과 의식이 탄생하였다. 

 

태초에 혹은 그 전부터 존재했던 그것은 가장 추상적인 형태일 것이며, 그것을 정보 (information) 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한 정보는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방향으로, 즉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방향으로도 진화하고 (실제로 정보이론에서는 random한 경우의 정보량이 가장 높다), 또한 반대로 세상에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계속 엔트로피를 거역하는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진화는 정보의 보존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만약 순수 확률적으로만 바닷가에 정교한 시계가 존재할 확률을 계산하면 아마, 우주 탄생이후, 지금의 시간이 지나더라도 시계는 탄생하지 못했거나, 극히 우연히 그 모양을 만들었더라도 결코 유지는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변이와 정보의 보존, 이 두개가 결합되기에 진화가 가능하다. 왜 우주에는 정보를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있는가? 시간의 일방향성과 함께, 우리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우주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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