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레베카 골드스타인 - 플라톤, 구글을 가다 본문
모든 것은 연기에서 시작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만든 밴드에서 같이 과학과 철학을 논할 밴친을 구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밴드에 들어온 이유는 별로 만들고 싶지도 않은 개인 밴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밴드 탈퇴가 취미 중 하나인 내가 밴드를 만드는 것은 사실 가당치 않다 (조만간 문 닫을 것이 확실함.. ㅠㅠ).
그러나 밴드를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이전 천문 밴드의 밴드 장이 본인 외에는 게시 글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요즘, 그 밴의 터주대감들이 모두 잠수 내지는 나처럼 잠시 탈퇴한 상태라 아무도 그 조치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내 글들이 그냥 사라질지도 몰라서 일단, 개인밴드로 피난 시킨 후 공개를 했다. 굳이 본 밴드에 온 이유는 2만명의 책을 좋아하는 분 들 중, 1% 정도는 과학에 관심을 갖고 그 중 1% 정도는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는 정통 물리 공부 방법에 관심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맘에서였지만, 사실 큰 기대는 없다 ^^.
깊이와 너비, 둘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 항상 주변 분들에게 free lunch는 없다고 얘기한다. 비록 우주 자체는 free lunch로 공에서 부터 출발했지만, 인간사는 항상 가지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생긴다. 여러 해의 대기업 경력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전략은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버려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라는 서울대 경영대 교수의 특강 문구이다. 한 분야의 바닥까지 파보고 싶으면 사실, 많은 것들을 버려야 한다. 생업의 일부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예수가 부자를 보고,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으면 나를 따르라.. 라고 한 말은 빈 말이 아닐 것이다.
강남 좌파.. 요즘 그것처럼 어색한 말은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본인들만의 세상에서 본인들만의 정의를 바라본다. 가진 것이 많은 자가 십자가를 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본인이 살아가는 삶의 궤적과 본인이 추구하는 삶의 궤적을 일치시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내가 스피노자나 비트겐슈타인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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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의 사족이 길었다. 오늘 소개할 책은 "플라톤, 구글에 가다"라는 책이다. 며칠 전 소개한 괴델에 관한 글을 쓴 리베카 골드스타인이라는 여성 철학자가 쓴 책이다. 2000년 전의 플라톤을 현대에 소환하여 현대에 만날 수 있는 여러가지 철학적 주제에 대해서 만약 그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라는 주제로 논지를 전개한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숭고함이 무엇인지를 얘기한 철학자이다. 모두 대화체로 되어 있어서 어느 부분이 그의 철학이고 어느 부분 부터가 소크라테스의 철학인지도 명확하지 않고 한 주제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도 않는다. 부유한 집안에서 평범하게 자라난 플라톤은 20대에 아테네 민주주의에 의한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서 철학자의 길로 들어선다.
러셀과 함께 "수학원리"를 공저한 화이트헤드라는 철학자는 서양 철학은 "플라톤과 그 각주"라고 선언하고 그 문구는 레베카를 비롯한 수많은 철학자들의 입에 회자된다. 도대체 플라톤의 어떤 부분이 서양사 전체를 그의 각주라고 감히 말하게 하였을까? 본 책을 통하여 조금이라도 그의 철학을 이해하기를 기대한다.
아래는 일전에 플라톤에 대해서 공부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니 가볍게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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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발견인가, 발명인가?
밑변의 길이가 1인 직각 이등변 삼각형의 빗변의 길이는 root(2)입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우리는 알고 있으며, root(2)라는 숫자를 나타내는 어떠한 짧은 표기도 불가능함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pi=3.14159...라는 숫자에는 우주에 있는 모든(?) 정보가 나타납니다. 즉, 나의 생일도, 당신의 생일도... 그 숫자의 나열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리수와 초월수는 일견 신비해 보이는 숫자이며 그렇기 때문에 피타고라스가 우주의 비밀인, 무리수를 발설한 죄로 제자를 죽인 이유일 겁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인간의 뇌가 더 이상, 먹이를 향해서 운동만 해야할 필요가 없으니 만들어낸 망상일까, 아니면 원래 우주에 존재하던 개념을 우리는 그냥 발견한 것일까요?
많은 수학자들은 수학은 원래 있던 개념들의 발견이다라고 믿죠. 예를 들면,
1. 수학자 하디는 "수학적 실체는 우리 밖에 있다, 우리는 관찰한 것을 기록한 것에 불과하다"
2. 수/철학자 괴델은 "공리는 우리에게 자신이 진리임을 강요한다. 감각적 지각을 확신하는 것과 같이 수학적 직관을 확신한다"
3. 수/물리학자 펜로즈는 "수학의 세계는 우리와 상관없이 존재한다, 우리가 보는 물리적 세계는 수학적 세계가 드리우는 그늘이다. 과학은 항상 세계가 특정한 모델과 관련해 작동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그러한 모델은 수학적 구조물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들이 실제로 수학적 개념이 이 세상에 실체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만약 수학적 개념의 실체성을 인정한다면, "아름다움, 선함, 큼/작음" 같은 추상적 개념들도 세상에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요?
플라톤의 이데아에는 이러한 개념들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플라톤은 정치/도덕 철학, 인식론, 형이상학, 우주론까지 철학의 거의 전 분야에 걸쳐서 저서를 남기고 서구 사회에 아직까지도 플라톤주의자 논쟁을 이어지게 한 거대 산맥일 겁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큰 기여를 하였지만 사실 12~13세기까지의 서구 철학은 거의 플라톤의 영향력하에 있었습니다. 십자군 전쟁의 결과 아랍권에서 많이 연구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유입되어서 그 때부터 서구 사회에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플라톤의 주저는 <국가>, <파이돈>, <소크라테스의 변명>, <향연>, <티마이오스> 등이 있습니다. 플라톤은 영혼 불멸을 주장하고, 이 세상은 별도로 존재하는 이상적인 세상 이데아의 환영일 뿐이다고 주장합니다. 이데아에는 홍길동, 코아라 같은 개별 인간 모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 "아름다움" 같은 보편적인 것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반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와 같은 곳에 몰려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상(이데아)과 질료(세상)로 세상이 이루어져있긴 하지만, 형상은 개별 인간마다 존재한다고 주장하죠. 이러한 주장은 훗날 중세시대에 "유명론"과 "실재론" 혹은 그 후에 "합리론"과 "경험론"등 서구 철학의 논쟁에 큰 원인으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이데아론은 사실 본인 스스로도 잘 납득하기 어려웠는지 초기 저서에서는 강하게 주장하다가 대화편 파르메니데스편에서 다시 자신의 이데아론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는 주장을 합니다. 제 3인간 논증이라고 구글링 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인간"이라고 부를때, "인간"이라고 부를만한 본질은 이데아에 있다고 주장을 하면 이것은 본질주의이고, "인간"은 본질이랄게 없다.. 그냥 학교에 있으면 선생이고, 집에 있으면 남편이고... 이렇게 상황에 따라 본질이 결정된다고 하면 상대주의처럼 해석됩니다. 이러한 논쟁은 서구 역사 전체를 통해서 반복되고 있으며, 구조주의, 실존주의, 탈구조주의 논쟁에까지 연결됩니다.
플라톤에게 선함(아름다움)은 진리에 대한 앎을 의미하고, 진리는 "최고의 원리"가 그것이 진리가 되도록 결정하기 때문에 진리가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최고의 원리는 훗날 여러 철학자들에게도 비슷하게 계승되는데 예를 들면, 스피노자는 이것을 자기원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헤겔은 절대 정신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 최고의 원리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하여 저서 <티마이오스>에서 "데미우르고스"라는 신을 도입합니다.
다시, 원래의 논쟁으로 돌아와 보죠. 수학은 발견인가요, 발명인가요? 만약 발견이라고 주장하면 수학적 이데아를 인정하는 것이고 따라서 여러분은 플라톤주의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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