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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양자 역학은 입자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두가지 얘기를 한다. 첫번째 얘기는 우리는 일반적인 입자의 현 양자 상태를 물리적 측정을 통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입자의 상태는 여러 가능한 상태들의 중첩으로 주어지고, 물리적 측정을 통해서 그 가능한 상태 중 하나의 상태만을 관측하게 되는데, 관측 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전자의 위치를 측정하여 x=0이라는 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더 이상 전자는 그곳에 있지 않다.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인 것이다. 도를 얘기하는 순간, 그 도는 더 이상 그 도가 아니다. 그러나, 만약 어떻게 저렇게, 우리가 양자의 초기 상태를 정확히 파악했다고 가정을 하자. 그러면 우리는 특정 시간 후에 양자들의 어떤 상태에 있을 지는..
1900년대초부터 빛이 알갱이로 되어 있다는 많은 증거들이 나온다. 광양자설에 따라, 파동의 진폭을 아무리 증폭해도 꿈쩍도 하지 않던 전자들이, 주파수를 올리자 바로 툭 튀어 나온 사건, 광전 효과가 나타나고 고전적 통계역학으로는 무한대의 에너지가 발생하는 흑체 복사에서 Planck는 빛이 취할 수 있는 에너지가 hf의 배수, 즉, 플랑크 상수와 주파수의 곱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정수배만 가능하다면 스펙트럼을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러나, 빛의 알갱이에 대해서 말하기를 꺼려하고, 그 공은 아인슈타인에게 돌아간다. 빛은 알갱이이다. 파동이 실제로는 입자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생각은? 즉 입자는 파동이 아닐까.. 이런 망상에 가까운 생각을 맨 처음 생각한 이가 슈뢰딩거는 아니다. ..
많은 과학자들이 환원주의적 접근법을 좋아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거시세계의 밑, 그 저변에는 미시적 현상들이 존재한다. 애인을 바라볼 때, 물질과 빛이 상호 작용을 하여 망막에 상이 맺히고, 그것들이 여러 화학적 신경 전달 물질을 방출하고, 그것이 기존에 뇌에 각인된 기억들과 조합하여, 뇌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을 양자역학은 설명한다. More is different, 창발의 개념을 얘기할 때 항상 만나는 말이다. 앤더슨이라는 초전도체를 연구하던, 1979년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가 얘기한 말이다. 공돌이들이 이것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확률 변수론의 central limit theorem을 이해하는 것이다. 동전은 앞과 뒷면을 1/2의 확률로 가진다. 이제 앞..
빛은 가볍다. 워낙 가벼워서 한 자리에 수억개의 빛을 세워두어도 질량은 0이다. 그들은 워낙 가볍기에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신의 입자, 힉스 입자도 빛 알갱이를 건드릴 수는 없다. 빛은 무겁다. 워낙 무겁기에 그들에 맞으면 조직이 파괴되고, 생명체는 즉사한다. 워낙 무겁기에 그들은 전자를 밀어내고, 우주의 초기에 시간과 공간을 비틀어 버린다. 빛은 정지질량은 없지만,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에 등가 질량은 가진다. E=pc, p=E/c.. 빛은 내부에 자신의 차원, 공간을 가진 것 처럼 보인다. 빛의 내부는 무엇일까... 세상의 많은 일들은, 빛과 전자와의 아름다운 운동으로 발생한다. 빛은 자신의 에너지를 전자에게 전달하고, 전자는 자신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빛에게 전달한다. 사물들이 결합하는 원리는 음과..
대칭성에 대한 에미 뇌터의 직관에 의해서 인류는 물리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게 된다. 공간 대칭성과 운동량과 의 관계, 시간 대칭성과 에너지와의 관계, 회전 대칭성과 각운동량과의 관계 등, 자연에는 우리가 보는 방향, 우리가 진행하는 방향을 달리해도 물리학적 현상을 그대로 설명할 수 있는 대칭성이 내재한다. 에미 뇌터는 전역 대칭이 하나 주어지면 그에 해당하는 보존되는 물리량이 하나가 있다고 얘기한다. 공간 이동에 대해서 대칭이라면 운동량이 보존되고, 시간 이동에 대해서 대칭이라면 에너지가 보존되고, 회전에 대해서 대칭이라면 각운동량이 보존된다. 위상 공간에서의 회전 대칭에 대해서는 전하가 보존된다. 현대 물리학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는 게이지 대칭성이다. 게이지 대칭은, 공간의 한 지점 마..

배트맨의 조커는 아주 흥미로운 캐릭터이다. 양심이 전혀 없는 악당, 전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의식이 없는 그 이지만, 2019년 조커라는 영화를 보면, 왜 그가 그렇게 변한 지에 대해서 아주 재미있는 묘사를 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꿋꿋이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하는 일마다 꼬이고 더욱 더 어려운, 비극적인 상황으로 내 몰리며,,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벼랑에 몰린 극한적인 순간, 조커는 갑자기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며 삶의 본질을 꿰뚫는 말을 던진다. "I used to think that my life was a tragedy.. but now I realize, it's a fucking comedy".. 찰리 채플린의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어제, 딸아이와 핵융합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이틀 전,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Lawrence Livermore) 국립연구소(LLNL) 과학자들이 인류 최초로 핵융합 반응에서 + 에너지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는 기사가 났기 때문이다. 2.1MJ의 에너지를 투입하여 핵융합 장벽을 넘어선 후, 2.5 MJ의 에너지를 추출하여 약 0.4MJ의 순 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짧지만 엄청난 기사가 발표되었다. 핵융합 기술을 상용화하는데에는 여러가지 기술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먼저, 1억도가 넘는 온도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러한 온도에서 날뛰는 이온들에게 접촉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을 좁은 곳에 가둘 수 있는 에너지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국제연합 ITER, 한국 KSTAR, 중국 EAS..
우주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참 재미있고 신비스러운 곳이다. 우주가 팽창을 시작하면서 별들이 존재할 공간을 만들고, 별들은 주변을 긁어 모아 자신의 몸 안 깊숙이 빨아들인다. 별들은 온갖 원소들을 소화하는데, 이 때의 소화는 분해가 아니라 합성이다. 수소를 모아서 헬륨을, 탄소와 산소를, 실리콘... 철까지의 모든 것들을 소화한다. 핵융합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존재들을 외부로 밀어내는데, 그것과 중력이 결합을 하면서 오랜시간 별들은 안정된 상태, 주계열성으로 머물게 된다. 더 이상 태울 것이 없게 되면, 존재들은 다시 압축을 시작하는데, 이 때 전자들간의 양자 반발력, electron degeneracy pressure에 의해서 별의 형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별들을 우리는 백색왜성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