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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러의 명명 법칙

existence_of_nothing 2021. 1. 30. 13:47

조지 스티글러(George Joseph Stigler, 1911-1991)은 밀턴 프리드먼과 함께 시카고 경제학파의 거두로 알려진 미국 경제학자이다. 그는 정보 경제학 (information Economics)을 탄생시킨 조지 애컬로프와 함께 “역 선택문제”에 대한 이론적 기여로198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시장이 왜 실패하는가? 그에 대해서 시장 참여자들 간에 정보의 불균등으로 거래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중고차 판매자는 차의 상태에 대해 구매자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편집 제공하기 때문에 구매자는 자신의 정보만을 토대로 평균적인 가격에 차를 구매한다. 그러나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판매자는 그 가격에 팔지 않을 것이기에 결국 시장에는 질이 나쁜 제품만이 거래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불합리한 판단을 하는 것을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고 한다.

 

“스티글러의 명명 법칙(Stigler’s law of Eponymy)”이 있다. 과학의 많은 유명한 발견이나 법칙들의 명칭에서 원래 발명자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은 드물다(No scientific discovery is named after its original discover)는 법칙이다. 조지 스티글러의 아들 stephen Stigler 라는 통계학자가 1980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래하는 이름이다. 아들은 아버지만큼의 학문적 성취를 이루지는 못한 것 같다.  

 

파울리의 배타원리는 그보다 1년 앞서 1924년 영국 물리학자 스토너(Edmund stoner)가 먼저 논문으로 발표하지만 파울리가 자신의 아이템으로 장착하고 선전하러 다닌 덕에 파울리=배타원리로 알려져 있다. Fermion이라고 불리는 스핀 양자수가 1/2인 입자들은 동일한 양자 상태를 두 입자가 공유할수 없다는 유명한 이론이다. 전자/양성자/중성자 축퇴압.. 별들의 마지막 저항을 가져오는 힘이 여기서 기인한다.

 

얼마전에 소개한 아로노프-봄(Aharonov-Bohm)효과도 Ehrenbert와 Siday가 먼저이고, Boolean logic 혹은 집합론의 드 모르강의 법칙 (De Morgan’s law)도 J. Buridan이, 오일러의 지수 e도 Bernoulli가, 다윈의 종의 기원의 적자 생존도 그보다 1년앞서 1858년 러셀월러스가 먼저 발표한 개념이고 뉴턴의 운동의 제 1/2법칙도 그 기원을 생각하면 갈릴레이 혹은 데카르트의 법칙으로 불려야 할 것이다. 허블의 우주 팽창은 알고 있지만 그보다 수년 전 우주팽창을 얘기한 르메트르 신부는 아는 사람들만 기억할 뿐이다.

 

가우스의 정규 분포도 1809년보다 훨씬 앞선 1733년 A. de Moivre가 최초이고, 피보나치 수열도 그 당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던 수열을 피보나치가 책에 실었을 뿐이며, a^2+b^2=c^2이라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도 그보다 천년 이상 앞서서 바벨로니아에서 발견되어 그 당시에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던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이렇게 자주 발생하는 것인가? 최초의 발견이나 발명은 그 효용성을 채 발견하기 전에, 시대를 너무 앞선 탓에 명명되지 못하고 잊혀져 있다가 훗날 시대적 상황에 맞아서 다시 발견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상에 천재들은 유일하지 않고, 천재들은 정규 분포의 형태로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복소발견가설, Multiple discovery hypothesis)). 다만, 그 천재성이 천운을 만나면 잘 발휘되고 그렇지 않으면 이름모를 전쟁터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이름없는 한 사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인간의 탐욕에 의해서 고의로 그 공로를 가로챌 수도 있다. DNA이중 나선 구조의 발견에서 발견의 공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로잘린 프랭클린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왓슨과 크릭이 그녀를 교묘하게 이용하였고 그녀가 불운하게도 암으로 요절했기 때문에 그렇다.

 

마태복음 25장 29절에 쓰여진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라는 구절을 따서 마태 효과(matthew effect)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대가들이 말했기 때문에 그들이 제일 먼저 생각했을 것이라는 후광효과(Halo effect)도 인간들의 판단을 흐트러 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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