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죽음에 대한 단상.. 본문

잡담

죽음에 대한 단상..

existence_of_nothing 2021. 6. 10. 17:48

 

지금 이 나이대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사실, 물리학 지식 조금 안다는 것이 이 나이에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100세시대라고 하지만, 삶의 quality를 생각한다면 인간의 의미 있는 수명은 길어야 75세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제 20여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을 뿐이고, 그것도 암이나 기타 병고나 사고가 없어야 가능한 희망사항일 것이다. 

 

요즘,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언제든 닥쳐올지 모르는 죽음이란 친구와 친해질 것인가이다. 우리의 의지로 삶을 선택하지는 않지만, 사실 죽음은 우리의 의지데로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사고의 위험이 언제든 존재하지만, 그런 우연적인 요소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죽음의 모습에 대해서, 내 존재가 사라지는 모습에 대해서 설계를 시작할 수 있다. 

 

가끔씩, 지금 당장 죽어도 별 미련이 없겠다고 여기지만, 때로는 악몽으로 다가오는 나의 존재의 부재에 대해서 두려움을 완전히 이겨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리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우리 삶이 우연적이고, 큰 의미가 없다고 말로는 얘기할 수 있지만, 나에게 실존적으로 다가오는 죽음에 당당하게 대적할 용기, 대담함이 아직은 나에게 부족하다.

 

나이가 듦에 따라서, 애들이 성장함에 따라서, 내게 부양과 가족들의 미래에 대한 부담은 많이 들은 상태이다. 나는 사실 한달에 10만원만 있어도 생활이 가능할 만큼 minimalism life에 익숙한 상태이니, 은퇴 후의 경제적인 부담에 대한 걱정도 하나도 없다. 지금이 바로 나의 죽음에 대해서 조금씩 설계를 해야될때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입자/양자 물리학은 존재의 근본 단위, 단일 소립자에 대해서, 양자 역학에 대해서 얘기하지만, 사실 현실을 지배하는 것은 셀수 없이 많은 입자들로 구성된, 개별 입자에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는 그러한 것들로 구성된다. 통계역학은 때로는 나비효과 , chaos에 의한 예측 불가능성을 얘기하지만, 때로는 개별 사건들, 그 미세한 detail들이 전체적인 물리적/역사적 흐름에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이중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지금 이순간 내 몸에서 100조개의 세포와 100조개의 원자, 10^28개의 원자들의 거대한 협주곡이 연주되고 있다. 10^28... 너무 커서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 숫자이다. 우주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렇게 깨알같은 많은 것들이 만들어내는 변주곡, 엔트로피의 흐름일지 모른다. 우리가 중력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존재들의 움직임을 일방향성으로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엔트로피를 낮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존재들의 질서를 radiation 의 형태로, 무의미한 형태로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렇게 많은 입자들이 매순간 나를 재구성하고 있다. 내가 단 2분만 숨을 쉬지 않으면 내 몸에 충분한 에너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ATP 밧데리가 소진되어, 비가역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느끼지 못하지만, 지금 이순간 "나"라는 환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100조개의 세포들이 끊임없이 변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쌓이는 미세한 오류로 인해서, 다른 병으로 죽지 않은 인간들은 결국은 암에 걸려 죽게 된다. 2명중 1명은 평생에 걸쳐서 암을 만나게 되니, 우리의 운명은 이미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끝을 맺지 못하게 정해져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나의 선택지에서 확실한 하나는, 죽음의 장소가 병원은 결코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결정해야 할 많은 모습들이 있을 것이고.. 사실 그것이야 말로, 이제부터 내가 준비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낙엽이 지고, 낙엽이 썪는 것은 자연스러운 엔트로피의 흐름인가.. 답은 Yes and no일 것이다. 나의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서, 다시 입자단위로 분해되고 스며들 것이다. 우주의 본질.. 그것은 흐름일 것이다. 모든 것은 흘러간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을 지금 이 순간 알 수 있다면, 내 영혼을 메피스토에게 팔수도 있을 것 같다. 비록 답이 없을지라도, 답이 실제로 없다는 것을 확신만 할 수 있어도, 훨씬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otXXu3wocLY

 

 



반응형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엔트로피 단상  (0) 2021.06.14
Law of large numbers  (0) 2021.06.12
물리학 단상..  (0) 2021.06.10
Che vuoi (케 보이, 너 뭘 원하니?)  (0) 2021.04.15
2020년 마지막 날...  (0) 2021.03.2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