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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별의 운명

existence_of_nothing 2023. 1. 31. 15:49

 

얼마 전 작은 형에게 전화가 왔다. 조카가 대입 시험을 다시 보고 학교를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결정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의사인 아버지에는 미치지 못한 조카가 원한 과는 수의대였지만, 점수가 그다지 높지 못한 모양이다. 1지망 H대 전자과, 2지망 S대 전자과, 3지망 제주대 수의대를 내는데, 3지망은 가망이 없다는 얘기였다. H대 전자과가 전국 모든 수의대보다 점수가 낮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다시 한번 한국의 현실을 자각한다.

애들에게 가능하면 미국으로 가는 것을 고려해 보라고 자주 얘기한다. 물론, 애들은 내가 젊었을 때처럼 강한 집념이 없고, 전혀 외국에 살 생각은 없다. 그러나, 출산율 0.8명으로, 2050년이면 나이지리아보다 GDP가 못한 나라, 인구 소멸과 노인들이 넘쳐나는 곳에 굳이 안주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소수로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려면 R&D와 같은 고부가가치에 집중해야 하지만, 전국 모든 대학의 수의대까지 채우고 공대가 시작하는 한국과, 모든 인재들이 공대로 몰리는 중국/베트남 같은 국가와의 경쟁은 애초에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사실, 이것은 MZ 세대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은 우리들이 만든 게임의 룰에 따라, 우리들이 만든 사회에 비교적 잘 적응을 한 세대이다. 모든 문제는, 기득권에 집착하여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좋은 비젼, 희망찬 미래를 제시하지 못한 우리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가끔, 과거,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못살 때가, 풍요로운 현재보다 훨씬 인간답고 행복했다고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불행을 망각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부탄의 행복지수가 인터넷 보급 후 1위에서 95위로 급락했다고 한다. 상대적 불행은 때로는 절대적 행복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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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생명을 가진다. 어린 시절 별은 주변의 먼지들을 흡수하면서 조금씩 형체를 갖춰나간다. 그리고, 성년이 되면 수소와 헬륨을 에너지원으로 쓰면서 주변에 위성을 거느리면서 은하계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온 몸의 기력을 쇠진하고 쓸쓸히 무대에서 사라진다. 성년의 시기를 주계열(main sequence)성이라고 부른다. 젊음은 길지만, 사라짐은 순식간이다. 별은 대부분의 시간, 90% 이상을 수소와 헬륨을 소비하면서 보낸다.

수소가 헬륨으로 결합하면서 입자의 수가 작아지고 따라서 외부로 떠받치는 압력도 낮아진다. 이에 따라 중력을 떠 받치던 힘이 줄고 별은 다시 붕괴를 시작한다. 붕괴에 따라 중력 포텐셜 에너지가 입자의 운동에너지로 전환되어 급속한 항성 내부 온도의 증가를 가져오고 외부 껍질은 뜨거운 열기로 부풀어 오른다. 내부는 중력 수축에 의해서 점점 단단해지고 외부는 찐빵처럼 부풀어 오른 적색 거성(reg giant)이 된 것이다.

만약 항성이 애초에 조금 컷더라면(0.5M~8M,M=태양질량), 내부의 온도와 압력은 헬륨을 태울 만큼 올라가서 다시 얼마간 더 생명력을 유지하지만 태양처럼 조그만 행성은 그 정도의 온도까지 상승하지 못하고, 껍데기는 날려버리고 단단한 중심부만 남은 차가운 별, 백색왜성(white dwarfs)로 전락한다. 물론, 적색거성도 조금의 수명 연장 후에는 모든 연료를 소진하고 같은 운명에 처한다. 만약 8M을 넘어서면, 그것은 신성이나 초신성으로, 짧고 굵게 한방 터뜨리고 순식간에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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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크면 별의 붕괴는 피드백 메커니즘에 의해서 연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a)에서 수소가 타서 헬륨이 되면서 무거워진 분자들이 중력에 따라 떨어지고 따라서 운동에너지와 온도가 증가하여 그 밑의 헬륨 층을 (b)와 같이 태운다. 그러면 헬륨은 타서 탄소나 산소가 되고 이것들은 다시 중심부로 떨어진다(c). 그리고 그 에너지는 다시 바깥으로도 전달되어, 온도와 압력이 낮아 타지 못한 수소를 태워 헬륨으로 변환시킨다(d). 이 과정은 계속 반복하고, 계속 무거운 원소가 쌓이고 그 온도/압력이 임계점을 넘으면 다시 내부의 C-O를 태운다.
이 과정은 별이 무거운 경우 원자 번호 26번의 철(Fe)까지 진행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면, 우주에 어떻게 철 이상의 원소가 생기게 된 것일까... 별의 내부에서 생성되는 것은 어렵다. 그 이유는, 중력이 철을 다시 융합시킬 정도로 뜨거워지려면, 그 온도로 극단적으로 높아야 하고 그 온도에서 방사되는 전자기파, 빛은 이미 존재하는 철까지 붕괴시킬 정도로 높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원자까지 날려버릴 판이다.

중성자는 전하 중성이다. 따라서 양성자와 쿨롱 반발력이 없기 때문에, 원자의 곁에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 양성자의 곁에 간 중성자는 은근슬쩍 원자핵에 붙어 버리는 데 이것을 중성자 포획(neutro capture)현상이라고 부른다. 중성자는 양성자보다 무겁기에 원자와 분리된 중성자는 대략 10분 후에(880초) 베타 붕괴되어 양성자, 전자, 중성미자로 분해된다.

그러나 원자핵내에서 중성자가 붕괴되면 양성자가 되는데, 이 경우 포텐셜 에너지의 증가로 시스템이 더욱 불안정한 상태가 되므로 핵내 중성자는 붕괴하지 않는다. 그러나, 포획된 중성자의 수가 한계를 넘어가면 중성자 중 일부가 베타 붕괴하여 더 높은 원자 번호의 원소로 붕괴한다. 아래는 중성자 포획에 의해서 철이 그보다 더 무거운 코발트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이 느리면 이것을 s-process라고 부르며, 초신성의 내부와 같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면 이것을 r-process라고 부르며, r-process에 의해서 금과 같은 원소가 생성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애초에 중성자 포획에 필요한 중성자는 어디서 왔을까... 이것은 핵융합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원자핵을 벗어난 중성자의 수명이 10분 정도에 불과하기에 이렇게 생성된 중성자가 바로 사용되어야 한다. 초신성 내부에서 r-process에 의해서 이렇게 생성된 중성자가 빠르게 철에 포획되면서 부터, 차례차례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되어 금도 생성할 수 있다고 보는 이론이 있는데,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불명확하고 실제로 r-process가 관측된 사실도 없다. 오늘날 다른 금의 기원에 대한 이론으로는 2개의 중성자 별의 충돌을, 금과 같은 높은 원자 번호의 원소들이 생성된 또 하나의 가설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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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죽음을 경험한다. 꿈과 함께 의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간단히, 우리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죽음이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경험하지만, 여전히 죽음의 공포 앞에 무기력하다. 현상적 차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죽음의 과정이 아니라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기억의 소멸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것은 그냥 기억일 뿐인데 말이다.

우리는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깨어난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자체적으로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가능하다. 우리 몸에 실제로 시계가 있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대략 저녁 9~10시가 되면 뇌에서 멜라토닌 호르몬을 분비하여 수면을 준비한다. 물론, 계절에 따라 낮과 밤의 길이가 달라지면 이를 조절한다.

1971년 칼텍의 벤저교수팀은 초파리에서 Period(PER)유전자를 발견한다. 1984년 브랜다이스대의 제프리 홀과 록펠러대의 마이클 영은 실제 PER유전자를 분리하는데 성공하고 PER 단백질이라고 불리는 물질이 쌓이면 다시 PER 유전자의 전사를 방해하여 PER 단백질생성을 줄이는 형태로, 즉 피드백의 형태로 진동함을 밝혀낸다. 아래 그림에서 해가 비치면 세포내에서 PER 유전자를 전사하여 PER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PER단백질이 세포내에 쌓이면 다시 PER 전사를 방해하는 형태로 24시간 생체 시계를 만든다는 이론이다.
1994년 영은 연구를 계속하여 타임리스 유전자(Timeless, TIM)를 발견한다. 이것의 역할은 PER 단백질과 결합하여 다시 세포내 핵으로 진입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진핵 생물의 전사는 핵에서 mRNA를 바깥으로 보내면 리보솜에서 단백질 합성이 되는데, 전사를 조절하는 물질이 다시 핵내로 들어오는 과정의 연결고리를 완성한 것이다. 이 이론은 초파리실험을 통해 검증되고 연구를 진행한 세명,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배시와 마이클 영에게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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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생명체같이 움직인다면 그들에게도 시계가 있을까.. 혹은 시계역할을 하는 별이 존재할까.. 그렇다. 그러한 별을 펄사(Pulsar, pulsating star)라고 부른다. 1967년 영국 캠브리지 무라드 전파 천문대에서 별을 관측중이던 대학원생 조슬린 벨은 여우자리 방향에서 오는 특이한 전파 신호를 발견한다. 약 1.3초마다 똑딱이 시계처럼 맥박치는 외계 신호를 잡은 것이다. 일견 외계 문명이 보내는 것처럼 보인 이 신호는 곧 우주 여러 곳에서 관측된다. 그녀와 지도교수 앤서니 휴이시는 이 별에 LGM-1(little green men)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것은 매우 빠른 속도로 자전하는 중성자 별에서 발생한 전자기파가 원인이다. 중성자별은 전하는 없지만, 강한 자기 모멘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속운동을 하면 외부에 전파를 생성한다. 모든 펄사가 이렇게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것은 엑스선과 감마선을 방출하는 펄사도 있다. 펄사의 에너지원에 따라 자전, 강착, 마그네타의 세종류의 펄사로 분류된다. 모두 중성자별에서 발생하지만 그 정확한 메커니즘은 여전히 천문학의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이다.

큰 중성자 별이 물질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과속으로 자전하게 된 마그네타의 경우 10GT의 자기장을 가지는데 지구 자기장 25~65microT의 150~400조배이며, 1000km 거리의 인간을 분해할 정도로 강력하며, 10광년 이내의 거리에서 마그네타가 감마선을 분출하면 오존층 파괴로 지구 생물을 멸종시킬 정도의 위력이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로 펄사를 최초로 발견한 이는 여성 천문학자 조셀린 벨인데도 불고하고 1974년 노벨상은 그 지도교수인 앤터니 휴이시와 동료 교수 마틴 라일이 가져가는데 이것은 큰 논란이 된다. 노벨상에 벨이 사라졌다.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박사과정, 여학생.. 학생이 교수가 첫 저자로 논문을 발표하는데 항의하기는 어렵다. 물론, 교수의 생각은.. 학생은 그냥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신기한 것을 발견한 것일 뿐, 연구 방향은 자신이 제시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사실, 여성 과학자에 대한 차별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에미 뇌터는 힐베르트의 도움이 없었다면 교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며 자연이 왼손잡이인 것을 실험으로 밝혀낸 Wu experiment의, 당대 최고의 핵실험물리학자였던 우젠슝박사도 양전닝과 리정다오에게 수상된 노벨상에서 제외된다. X 선 결정학을 생물학에 도입하여 결정적으로 DNA 나선 구조를 가장 먼저 발견한 엘시 프랭클린도 크릭과 왓슨에게만 수상된 노벨 생리학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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