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움베르트 에코 - 장미의 이름 본문
- 장미의 이름 by 움베르트 에코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유머는 한군데도 찾을수 없다. 웃음.. 미소를 지으셨다는 내용도 전혀 없다. 제자들과 잡은 고기를 먹으면서 포도주 한잔 하면서, 힘든 생에서 조금은 웃을만 했지만, 한번도 미소를 띤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신은 감정이 없는 것인가? 그러나 분명히 그는 성전에서 파는 비둘기 장사치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분노를 표시 하였고, 나사로 무덤앞에서/겟세마네 동산에서도 우는 모습을 보이시고, 자신의 죽음 앞에서 극도로 불안함을 보이시고 제자들에게 실망한 모습을 보이셨다. 다른 모든 감정은 가지고 있던 신이 .. 하필이면 왜 웃음은 잃으셨던것인가? 웃음은 신에게 그 가치가 없는 것인가?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화두는 바로 이 웃음이다. 일전에 펭귄님께서 올린 글처럼, 아리스토텔레서의 시학 제 2권이 존재했고, 그것은 희극의 가치에 대해서 얘기했을 것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소설을 전개한다. 알다시피 시학은 한권만 존재한다. 1장 문학의 장르, 2장 모방의 대상, 3장 모방의 양식, 4장 시의 기원과 미메시스, 5장 희극론, 6장 비극론이다. 희극론에서 희극의 정의는 간단히 하지만 진지한 논의가 없다. 비극의 카타르시스도 중요하지만 우리 삶에 있어서 웃음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할 것이다. 학자들은 아마 2권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웃음의 미학에 대해서 심도있게 다루지 않았을까 추측하기도 한다.
어느 날 중세 수도원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 수도원에서 황제파와 교황파 간에 중요한 회의가 열리기로 되어 있었기에 수도원장의 요청에 따라, 수도사들의 현인 월리엄(오컴)을 나이 어린 아드소에게 보좌시켜 파견한다. 그들이 7일 동안에 겪었던 일을 엮은 소설이다. 소설의 전개는 시간적 순서에 따라 진행되고, 내용 전개가 어렵지 않기에 소설은 술술 읽힌다. 단, 상하권 600페이지라서 나같은 공돌이에게는 심하게 따분한 분량이다. 사실, 이미 결론도 다 알고 있는 상태라.. 추리하는 맛도 전혀 없었다. 아마 내용을 모르는 상태였다면 재미있게 읽었을 것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설명하지 않겠다. 이미 인터넷에 충분히 그 줄거리가 나와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호르세라는 맹인 수도사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의 서책을 구한다. 그러나 그는 웃음이 영혼을 망친다고 생각하고 아무에게도 그 비밀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면 걍 태우지... 그러나 에코의 소설을 위해서 그는 그 책들을 끝까지 고이 간직한다). 수도원에서 책을 베끼는 책사가 주요한 업무였던 수도사들은 지적 호기심에 빠져서 그 책에 접근한다. 그러나 책에는 호르세가 이미 극약을 발라둔 터라 책을 읽다가 죽는다. 월리엄 수사(셜록홈즈를 모델로 함)는 이 사건을 냉철하게 추적하여 해결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호르세는 수도원을 불태우고 시학 2권은 영원히 사라진다.
월리엄은 현자이다.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그는 하느님보다는 자연 과학을 좀 더 숭상한 것이 아닌지 생각된다. 그의 스승은 로저 베이컨(1214~1294)으로 수도사로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그(베이컨)는 카톨릭 수사이지만 이슬람 철학에도 동조할 정도로 진보적이라 도미니코회와 프란치스코회 모두에 배척당하고 파문당한다. 둘 다, 심지어 주인공인 아드소 조차도 실존인물이다. 월리엄은 못들어봤어도 오컴(월리엄)의 면도날은 모두 들어봤을 것이다. 며칠전에 댓글로 올린 바 있는 유명론의 대표적인 스콜라 철학자이다.
사실 카톨릭 영세를 받았지만 나는 인격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 솔직히 의문심이 크다. 와이프와 처가 식구들이 모두 카톨릭 신자라, 가끔씩 와이프와 성당에 가는 나로서는 영성체 의식이 귀찮아서 영세를 받았다 (세례를 받지 않으면 영성체를 먹을 수 없기에 항상 비켜서 있어야 한다) 카톨릭 영세는 교육 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길고, 모두 무관심한 분위기라 영세 과정을 끝까지 수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나와 장인 어른은 둘 다 튼튼한 나이롱이고, 반신반의의 존재들이다. 일단은, 밥숫가락은 걸쳐 놓은 상태다..
어쨌던, 신의 존재는 두번째로 치고, 성경에 나오는 신의 모습을 보고, 신은 과연 선한 존재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크다. 각자의 세상에 살면 되니 이 글을 보고 심하게 태클을 거실 필요는 없다. 인간은 자유롭지 않기에, 어떤 글을 보고 불편함을 느끼면 참지를 못한다. 그들이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것은 종교 뿐 아니라, 정치 혹은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의 선함과 우리가 생각하는 선함은 다를 것이다.
중세에 이단에 대한 심판이 자주 이루어진다. 이단 심판은 주로 도미니크 수도회에서 주도하였으며 그들은 고문을 통하여 이단을 유도한다. 이단으로 낙인찍힌 이들은 끔찍한 고문과 함께 화형틀에서 불태워진다. 프란치스코 성자는 빈자의 성자였다. 항상 가난한 자들의 편에 서고, 무소유를 주장하였다.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이단의 편으로 때로는 낙인이 찍힘이 흥미롭다. 도대체 무소유가 왜 죄악시되는가?
인간들은, 불편함/ 불안함을 참기 어렵다. 프란치스코파의 세력이 커짐에 따라, 사람들이 청빈을 도덕의 기준으로 삼음에 따라, 기존에 호위호식하던.. 혹은 그냥 일반적인 도덕률에 따라 작은 소유를 하던 모든 성직자들은 비리의 대상으로 낙인찍힌다. 교황조차도 말이다. 교황은 그들의 교리와 별 차이도 없던 프란치스코 소형제파를 공격하여 이단으로 조작하고 화형에 처한다. 웃기는 situation은, 절제와 전혀 상관없던 황제파는 도리어 프란치스코파를 옹호한다... 교황파를 견제하기 위하여 ^^
대부분의 종교가 소수일 때, 흔히 이단으로 몰린다. 교리 자체가 이단적인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대중들은 그 교리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몇몇 불편한 이들이 씌운 이단의 프레임에 갖혀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사도 바울이 아니었다면 현재의 기독교는 유대 한 지방의 소수 이단 종파에 불과했을 것이다.
왜 예수님은 한번도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일까... 그에게 세상은 항상 우울함의 연속이었을까... 제자들과 포도주 한잔하면서 힘들지만, 으샤으샤를 외칠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러고 보면 부처님도 웃었다는 얘기는 별로 없다... 우리에게 웃음은 영혼을 해치는 마약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호르세와 월리엄은 둘 다 프란치스코를 따르는 착실하고 신앙심 강한 수도사들이다. 호르세가 바라본 월리엄은 악마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서 지적 허영에 들떤 수도사의 모습이지만, 월리엄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호르세를 보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당신은 속았어 악마는 바로 당신이야. 악마라고 하는 것은 물질로 되어 있는 권능이 아니야,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 이런게 바로 악마야"
===========================================================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에코가 전하고 싶었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 문장들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도 일치하기에 책에 나오는 내용을 여러분들께도 소개한다.
"절대적인 것을 경계하라. 절대적인 것은 절대 그대를 죄로 물들여갈 것이니.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수도 있는 것이다. 성자 중에서 이단자가 나오고 선견자 중에서 신들린 무당이 나오듯이......
아드소,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능의 탄생 (0) | 2021.04.05 |
---|---|
이강영 - LHC (0) | 2021.04.03 |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0) | 2021.04.02 |
이대열 - 지능의 탄생 (0) | 2021.04.02 |
이방인, 시지프 신화 (0) | 2021.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