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화이트헤드, 생성과 과정의 철학자 본문

철학사

화이트헤드, 생성과 과정의 철학자

existence_of_nothing 2021. 4. 23. 11:12

 

 

생성과 과정의 철학자 화이트헤드 (1861-1947)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의 철학은 요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오래된 철학자이다. 러셀과 함께 “수학 원리”라는 수학책을 완성하였고, 당연히 수학자로 시작하였다가 1924년 63세의 고령의 나이에 미국(하버드 철학과)으로 건너가면서 철학을 시작하였다. 우리 말로는 백두 선생이라고도 한다 ^^. 대표적인 저서로는 “수학 원리”와 “과정과 실재”이다. 유기체 철학이라고 불린다. 모든 철학자들이 그렇듯이,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도 상당히 난해하다. 일단, 용어부터 이전 철학자와 통일되지 않고 그만의 용어들을 창조한다.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사실 주류보다는 변방에 가깝다. 사실 늦은 나이까지 그의 주 전공은 수학이었기에 철학계에 기여할 여지가 많지는 않았다. 20세기 초에 여러 위대한 과학적 발견들이 이루어진다. 뉴턴역학을 뿌리부터 흔든 상대성이론, 존재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재인식을 요구하는 양자역학의 태동이 그것들이다. 화이트헤드는 이러한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반영한 자신만의 독특한 존재/인식론을 만든다.

 

철학의 많은 문제들을 보면 사실 큰 카테고리로 분류를 할 수 있다. 목적론적인 세계관이냐 아니면 기계론적인 세계관이냐, 본질주의이냐 상대주의이냐 등이 큰 부류 중 하나일 것이다. 뉴턴 역학이 태동하기 전만 하더라도 존재들의 운동에는 존재 자체에 내재한 목적인이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모두들 믿었다. 운동의 원인을 내부에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 과학적인 발견과 위배되기에 이를 배제한다. 우주에 있는 존재들 (화이트헤드는 “현실적 존재”라고 부른다) 간의 상호 작용 (“현실적 계기”라고 부른다)으로 존재들은 운동한다.

 

화이트헤드에게 이 세상은 항상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진행한다 (“합생”과 “이행”이라고 한다). 1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동일한 나가 아니며 재 창조된 나이다. 화이트헤드의 현실적 존재는 미시적인 존재 (소립자, 원자…?)이며 그들은 사라진 후, 다시 합일을 통해서 “다자속의 일자”를 재구성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재구성된 일자는 다시 새로운 합성/창조를 위한 여건이 되며 이것을 “창조성”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지고 진화와 변화가 이루어진다.

 

그러면 재창조되는데 어떻게 1초전 나와 비슷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가? 자연법칙적인, 기계적인 공식에 따른 것인가? 화이트헤드는 단순한 기계론을 거부하고, 또한 아리스토텔레서의 과도한 목적인도 경계한다. 그 절충은, 현실적 존재의 내적 계기와 타자와의 인과적 (외적) 계기의 조합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존재들 간의 인과적 관계성을 “연쇄”라고 부르며 현실적 존재가 이를 수용하는 경우를 “포착”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거부도 가능하며 이를 그는 “상대성 원리”라고 부른다). 그의 말을 따르면 “작용인은 현실적 존재로부터 현실적 존재로의 이행을 표현하며, 목적인은 이 현실적 존재가 그 자신이 되어가는 내적과정을 표현한다”

 

원자들이 모여서 분자들을 이루고, 분자들이 모여서 물체를 이룬다. “사과”를 보자. 세상에 “사과”는 존재하는가? 개별 사과들은 존재하겠지만 “사과”라는 보편자는 존재할 수도 있고 (실재론), 그냥 관념일 뿐일 수도 있다 (유명론). 화이트헤드는 사과를 이루는 성질들 예를 들면 “붉다”라는 보편자가 실재한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여러 보편자들의 결합으로 인간들은 세상을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붉다”라는 개념 혹은 1+1=2라는 수학적 개념은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었기에 이를 “영원한 객체”라고 부른다. 사과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개별적 보편자들 사이의 관계 맺음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보편자들 간의 관계 맺음을 통해서 다자의 일자를 완성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를 그는 “신”이라고 부른다. 재미있게도, 그의 철학에서 신은 현실적 존재이기에 생성과 소멸의 대상이지만, 영원한 객체의 관계맺음을 해야 하기에 시간의 지배를 넘어선다. 또한 티마이오스의 데미우르고스처럼, 신은 세상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편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실적 존재 (미립자)들은 세상에 존재하고 있고, 보편자들도 또한 존재한다. 신은 이들의 결합을 지휘하는 지휘자로서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인지 가능한 모든 물체들은 보편자들의 유기적결합, 신의 작용과 함께한다. 즉, 세상 모든 것들에 신이 깃들여 있기에 이것을 다른 말로는 “범재신론”이라고 한다.

 

화이트헤드의 철학을 보다보면 창조진 진화, 질적인 시간, 존재 내부의 탈주의 원천인 엘랑비탈을 주장한 베르그송의 생의 철학과 유사함을 느낀다. 또한, 철학자들의 철학자인 스피노자의 무한 양태, 범신론의 개념도 차용하고 있으며, 보편자의 실재론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플라톤의 모습도, 존재 내부의 목적인을 부분적으로 허용한다는 면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도 일부 보인다. 또한, 개별 존재들 내부의 창조성을 주장한다는 측면에서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의 모습도 보인다.

 

반응형

'철학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있는 텍스트, 데리다  (0) 2021.04.27
들뢰즈, 차이의 철학자  (0) 2021.04.27
베르그성, 반지성주의  (1) 2021.04.22
철학 단상  (0) 2021.04.20
사회학자 뒤르켐  (0) 2021.04.2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