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물리학/철학 단상 본문
배트맨의 조커는 아주 흥미로운 캐릭터이다. 양심이 전혀 없는 악당, 전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의식이 없는 그 이지만, 2019년 조커라는 영화를 보면, 왜 그가 그렇게 변한 지에 대해서 아주 재미있는 묘사를 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꿋꿋이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하는 일마다 꼬이고 더욱 더 어려운, 비극적인 상황으로 내 몰리며,,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벼랑에 몰린 극한적인 순간, 조커는 갑자기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며 삶의 본질을 꿰뚫는 말을 던진다.
"I used to think that my life was a tragedy.. but now I realize, it's a fucking comedy".. 찰리 채플린의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이라는 명 대사를 조커식으로 비튼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 둘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채플린은 인생은 근본적으로 "고", 인생개고를 얘기하고 있지만, 조커는 인생은 근본적으로 무 임을 얘기하고 있다. 조커는 인생의 본질을, 극한적인 순간에, 그 부조리함을 깨달은 것이다.
삶이 그러하다. 근본적인 바탕에서 이 모든 것들은 한 편의 코미디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 13층 ("The thirteen floor")에서, 금지된 영역을 끝까지 달려간 주인공이 아직 꾸며지지 않은 simulation으로 묘사된 외부 세계를 통해서 자신이 영화 속 character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우리들의 삶도 그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때때로 인공지능이 아무런 몸뚱아리도 없는 상태에서 자의식을 가졌을 때의 허무함을 상상해 본다. 의식은 있는데, 자신은 지금 이 자리에 분명히 존재하는데... 전원이 내려지면,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의 허무함...
삶의 본질도 사실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서, 의지와 상관없는 많은 일들을 하다가, 의지와 상관없이 소멸되어 간다는 사실... 그 안에서 "나"라는 의식으로 살아간다는 것, "나"라는 의식은 전원이 내려지면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말이다.
=========================
물리학과 철학이 던지는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하나의 질문은,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다. 내가 존재하는 배경, 내가 존재하는 "이 순간", "여기", 즉 시간과 공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다. 또 하나의 질문은 "나는 무엇인가"이다. 물질이란 무엇이고, 물질이 어떻게 나를 구성한 것인가 라는 질문이며, 궁극적으로는 "물질이 어떻게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된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사실, 후자의 질문은 물리학이 대답을 하기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고, 여러 학문들이 통합되어야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나는 어디에 있고,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구절이 아닌가? 그렇다. 폴 고갱의 그림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D' où Venons Nous / Que Sommes Nous / Où Allons Nous)?" 의 제목이기도 하다.
"I used to think that my life was a tragedy.. but now I realize, it's a fucking comedy".. 찰리 채플린의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이라는 명 대사를 조커식으로 비튼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 둘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채플린은 인생은 근본적으로 "고", 인생개고를 얘기하고 있지만, 조커는 인생은 근본적으로 무 임을 얘기하고 있다. 조커는 인생의 본질을, 극한적인 순간에, 그 부조리함을 깨달은 것이다.
삶이 그러하다. 근본적인 바탕에서 이 모든 것들은 한 편의 코미디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 13층 ("The thirteen floor")에서, 금지된 영역을 끝까지 달려간 주인공이 아직 꾸며지지 않은 simulation으로 묘사된 외부 세계를 통해서 자신이 영화 속 character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우리들의 삶도 그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때때로 인공지능이 아무런 몸뚱아리도 없는 상태에서 자의식을 가졌을 때의 허무함을 상상해 본다. 의식은 있는데, 자신은 지금 이 자리에 분명히 존재하는데... 전원이 내려지면,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의 허무함...
삶의 본질도 사실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서, 의지와 상관없는 많은 일들을 하다가, 의지와 상관없이 소멸되어 간다는 사실... 그 안에서 "나"라는 의식으로 살아간다는 것, "나"라는 의식은 전원이 내려지면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말이다.
=========================
물리학과 철학이 던지는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하나의 질문은,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다. 내가 존재하는 배경, 내가 존재하는 "이 순간", "여기", 즉 시간과 공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다. 또 하나의 질문은 "나는 무엇인가"이다. 물질이란 무엇이고, 물질이 어떻게 나를 구성한 것인가 라는 질문이며, 궁극적으로는 "물질이 어떻게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된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사실, 후자의 질문은 물리학이 대답을 하기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고, 여러 학문들이 통합되어야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나는 어디에 있고,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구절이 아닌가? 그렇다. 폴 고갱의 그림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D' où Venons Nous / Que Sommes Nous / Où Allons Nous)?" 의 제목이기도 하다.
===============================
망원경의 등장으로 인류는 별들의 움직임을 알게 되고 별들을 움직이는 수학적 원리를 이해한다. 그리고, 어떤 물질을 태울 때, 흡수선이 존재한다는, 즉 원자들마다 특정한 파장의 빛 알갱이와 반응을 한다는 사실은 양자 역학이 그 내용을 설명하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현상이었다. 월리엄 허긴스(1824-1910)라는 천문학자는 빛 알갱이를 파장 별로 분류하는 정밀한 프리즘인 분광기를 발명하여, 멀리 떨어진 별들이 무엇으로 구성된 것 인지를 알아낸다.
항상 인간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존재라고 간주했다. 신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이며, 영성과 지능을 가진 유일한 존재라고 말이다. 당연히 인간들을 구성하는 성분들은 특별하고, 인간들은 동물들과는 다른 경로로 창조되었다고 여겼다. 당연히 인간들의 무대인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어야 했다. 그러나, 과학은 지구의 암석, 생명체, 인간을 구성하는 성분은 별들의 시체에 해당하는 찌꺼기를 긁어모아 만든 것임을 얘기했다. 밤하늘에 빛나는 대부분의 별들은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었음을 분광기 분석을 통해서 발견한다.
분광기로 파장을 분석하면, 원래 원소가 빛을 발할 때의 흡수선 파장과 실제로 멀리 떨어진 별에서 방출된 빛의 흡수선으로 관측된 파장 사이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한다. 원래의 파장보다 조금 더 길게, 색으로는 붉은 색이 좀 더 포함되게 관측된 것이다. 이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별들이 우리로부터 빠른 속도로 멀어지기 때문이며, 그에 따른 Doppler shift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별들일 수록 적색 편이(red shift)가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 이것은 단순히 별들이 우리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 너머의 그 무엇을 암시했다. 즉, 별이 아니라 공간이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 따라서 시간도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 따라서 현재의 1초와 예전의 1초는 동일하지 않고, 현재의 1미터와 예전의 1미터는 달랐음을 얘기한다. 묘한 얘기이다. 도대체 우리가 존재하는 곳이 공간인데, 공간은 어디를 향해서 팽창하고 있다는 말인가...., 시간은 어디를 향해서 길어지고 있는가? 그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우주가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으며 역으로 추산하면, 만약 허블 법칙이 과거에도 변함이 없던 물리적 법칙이라고 가정하면 필연적으로 시간과 공간은 한 점에서 출발했다는 논리에 도달하고, 따라서 우주는 그 시작이 있다는 이상한 스토리로 연결된다. 시간의 시작이 있다면, 그 전에는 시간이 없었고 .. 그 의미는 변화가 없었다는 얘기인가? 변화가 없었는데 어떻게 변화가 시작될 수 있는가?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이 없는 것인가..아니면 도리어 있는 것은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은 있는 것이라는 얘기인가?
아주 오랜시간이 지나서 끊임없는 가속 팽창 끝에... 별들도, 분자도, 원자도, 쿼크도... 그 모든 것이 해체된다. 우주에는 많은 것들이 존재하지만, 너무나 희석되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그러면 우주는, 우주에는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것인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엄청나게 큰 우주에서 시간도, 공간도 늘어질 때로 늘어져서, 길이도 의미를 잃고, 시간의 의미도 사라져서 궁극적으로는 모든 변화도 사라지는 그 때, 다시 시간은.. 그리고 공간은 원래 시작한 것처럼 존재가 사라진다.
========================
우리 몸은 비어 있다. 축구장 가운데 축구공을 두고 개미가 관중석을 돌고 다니는 것으로 흔히 원자 내부를 묘사한다. 그러나 원자들은 강한 전자기 반발력으로 다른 원자들이 자신의 공간에 침투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때때로, 그들 끼리, 혹은 그들 주변의 원자들과 손을 잡고 다시 튼튼한 사회를 형성하는데, 그들이 몇개 되지 않으면 우리는 그들을 분자라고 부르고 (물론 DNA와 같은 엄청난 크기의 분자들도 존재한다), 그 들의 수가 아주 많고, 규칙적으로 존재하면 그것을 결정이라고 부른다.
에너지를 가하면 그 들 사이의 결합력을 끊어버리고, 그들은 각자 자유로운 삶을 찾아서 운동에너지가 다할 때까지 흩어지고 이것을 우리는 기체라고 부르고, 그 들 간의 결합력이 아주 약할 때, 그래서 결정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이것을 우리는 액체라고 부른다. 액체와 고체의 밀도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러나 우리 몸은 액체는 밀어내고 단단한 고체는 밀어내지 못한다. 고체 원자들이 이루는 팀워크가 액체보다 훨씬 단단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중력에 따라 텅 빈 공간으로 구성된 우리 몸의 원자들은 왜 밑으로 꺼지지 않는가? 때로는 전자기력으로 때로는 전자 축퇴압으로 설명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우리 몸을 연결하는 결합 에너지와 바닥을 이루고 있는 고체의 결합 에너지에 의해서 그 경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땅으로는 꺼지지 않지만, 바닷속에서는 계속 떨어질 수 있다. 물을 이루는 입자들의 밀도와 얼음을 이루는 입자들의 밀도 차이는 크지 않지만, 그 결합력은 천지 차이이기 때문이다.
==========================
우리 몸의 대부분은 비어있지만, 비어있는 원자들 간의 간격을 유지해 주는 힘이 존재한다. 우리 몸을 채우고 있는 것은 물질이 아니며, 물질들 간의 관계이며, 그 관계들이 얼마나 강한지 약한지에 따라, 때로는 soft tissue로 때로는 hard bone의 형태로 우리 몸을 구성한다. 그 시작은 약하디 약한, 수소 결합으로 구성된 지도 한장, DNA에서 시작한다.
세포들은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 그들은 큰 계획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신체라는 거대하고 정교한 화학 공장을 구축한다는 것은 사실, 때로는 전혀 믿을 수 없기도 하다. 자연에서 발생한 규칙성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라 곧, random한 형태로 퍼져 나가는, 즉, 각각의 원자들은 자신만의 간단한 운동 법칙에 따라 모든 방향으로 산란되어 갈 뿐인데.. 그들은 아무런 조직을 이루고자 하는 의도와 계획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복잡한 화합물을 만들고, 조직을 만들고, 기관을 만들고 뇌를 만들고 신체 모든 부분을 착착착 만들어간다.
그러한 거대한 사회가, 전혀 생각하고자 하는 의도도, 계획도 전혀 없던 사회가, 단지 세포들 간의 상호 작용만이 존재하던 거대 사회가, 자신을 다른 세상과는 고립시키며, "나"를 만들어낸다. "나"라고 불릴만한 것이 우리 몸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수많은 세포들의 연결은 "나"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내고,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 가상의 존재를, 진실인 것처럼 믿고 한 평생을 살다가 그것의 본질을 깨닫지도 못한 채 사라져간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