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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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stence_of_nothing 2023. 1. 31. 16:27

양자 역학은 입자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두가지 얘기를 한다. 첫번째 얘기는 우리는 일반적인 입자의 현 양자 상태를 물리적 측정을 통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입자의 상태는 여러 가능한 상태들의 중첩으로 주어지고, 물리적 측정을 통해서 그 가능한 상태 중 하나의 상태만을 관측하게 되는데, 관측 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전자의 위치를 측정하여 x=0이라는 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더 이상 전자는 그곳에 있지 않다.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인 것이다. 도를 얘기하는 순간, 그 도는 더 이상 그 도가 아니다.

 

그러나, 만약 어떻게 저렇게, 우리가 양자의 초기 상태를 정확히 파악했다고 가정을 하자. 그러면 우리는 특정 시간 후에 양자들의 어떤 상태에 있을 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주변의 상황에 대한 완벽한 지식이 있을 때, 즉 해밀토니안 혹은 라그랑지안을 정확히 안다고 가정할 때 말이다. 즉, 우리는 초기 상태만 모를 뿐이지, 그 이후에 그 입자가 어떠한 운동 방정식에 따라 운동을 하는지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파악할 수 있다. 즉, 양자 역학에서 운동 방식에 대한 기술은 지극히 deterministic, 결정론 적이다.

 

이렇게 양자 역학은 관측의 확률론과 운동의 결정론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일견 오묘한 얘기를 한다. 문제는 초기 상태에 대한 확률이 어디에서 발생했느냐에 대한 시각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모를 때, 모르는 원인을 두가지로 주장할 수 있다. 우리가 무식하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고, 원래 모르게 설계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가 무식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욱 겸손할 태도일까, 그것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더 겸손할 태도일까... 아인슈타인은 후자의 가능성을 부정한다. 그는 완강히 우리의 무식을 주장한다. 일견 겸손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가지의 가능성 중, 하나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완고한 주장이었다. 

 

코펜하겐 학파는 우리에게, 인간들이 자연의 본질을 직접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으며, 그것이 물리학의 존재 목적 혹은 추구해야 할 목적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우리는 자연을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기술하려고, 자연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할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를 설명하고, 그 설명을 바탕으로 앞으로 있을 일을 얘기하는 것, 그것이 물리학의 존재목적이라고 말이다. 

 

보어는 원자의 주위를 특정 궤도로 회전하는 전자 모형을 도입하면서 선스펙트럼 문제를 해결한 듯 보였다. 그러나 왜 각운동량이 양자화되어야 하는지, 만약 헬륨과 같이 전자가 2개 존재하는 경우에는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등 여러 문제들에 봉착한다. 과학자들은 세상이 양자화되어 있다는, 빛의 에너지도 전자의 에너지도 하나 둘 ... 셀 수 있는 단위로 쪼개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정확히 어떻게 입자들의 움직임을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전자의 에너지는 어떻게 양자화가 된 것인가, 전자들은 어떻게 움직이게 되는 것인가.. 그 해답은 엉뚱한 곳에서 나온다. 즉, 빛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빛 입자는 파동 방정식에 따라 움직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전자는 입자이다. 입자가 어떻게 파동이 될 수 있는가... 슈뢰딩거는 폐결핵으로 요양 중, 심심해서 그냥 심심풀이로 만약 전자에 파동 방정식을 적용하면 어떤 형태일까를 주먹 구구로 계산한다. 사실, 그 방정식의 유도는 E=1/2mv^2 + V(x)라는 간단한 방정식에 파동 함수를 넣어면 갑툭튀하는 간단한 방정식인데... 사실 그 방정식의, 파동의 제대로 된 의미 조차도 몰랐던 슈뢰딩거는 졸지에 양자 역학의 거두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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