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파동과 입자 본문
1900년대초부터 빛이 알갱이로 되어 있다는 많은 증거들이 나온다. 광양자설에 따라, 파동의 진폭을 아무리 증폭해도 꿈쩍도 하지 않던 전자들이, 주파수를 올리자 바로 툭 튀어 나온 사건, 광전 효과가 나타나고 고전적 통계역학으로는 무한대의 에너지가 발생하는 흑체 복사에서 Planck는 빛이 취할 수 있는 에너지가 hf의 배수, 즉, 플랑크 상수와 주파수의 곱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정수배만 가능하다면 스펙트럼을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러나, 빛의 알갱이에 대해서 말하기를 꺼려하고, 그 공은 아인슈타인에게 돌아간다. 빛은 알갱이이다.
파동이 실제로는 입자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생각은? 즉 입자는 파동이 아닐까.. 이런 망상에 가까운 생각을 맨 처음 생각한 이가 슈뢰딩거는 아니다. 슈뢰딩거는 1920년대 Zurich 대학에 가서 당대의 대가들인 Herrmann Weyl 이나 Peter debye같은 이들을 만나고, 플랑크/아인슈타인/보어/조머펠트로 연결되는 양자 역학의 결실들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1925년 어느 날, 드브로이의 논문을 만나게 되면서 연구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개인적으로 노벨상을 가장 쉽게 수상한 이를 뽑으라면 아마 드브로이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사실, 드브로이의 연구에는 이론적 심오함이나, 고난도 실험의 어려움이 거의 없다. 그의 학위 논문, 즉 파동이 입자이다라는.. 사실 그 당시로는 거의 형이상학에 가까운 주장을 접한 폴 랑주뱅 교수는,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아인슈타인에게 "내 밑에 또라이 하나 있는데, 어떡하냐.."라고 자문을 구한다. 그의 답은 "wonderful, Excellent".. 그 간단한 아이디어성 논문으로 드브로이는 1929년 노벨상을 수상한다.
입자가 파동이다.. 입자는 입자의 운동 방정식 P=mv, E=1/2mv^2의 뉴턴 역학을 따른다. 파동은 맥스웰 방정식을 따르며 파동의 입자는 P=h/λ, E=h𝜈 라는 공식을 따른다. 빛알갱이의 운동량은 파장 λ의 역수에 플랑크 상수를 곱한 값이고, 에너지는 주파수 𝜈에 플랑크 상수를 곱한 값으로 계산된다. 주파수와 파장의 곱은 광속이니(c=𝜈λ), 사실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운동량 P=h/λ --> λ=h/ P=h/mv 라는 간단한 얘기를 할 수 있다. 노벨상 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간단한 얘기이지만, 이것은 그의 대담함에 대한, 물질의 파동성이라는 같잖은 말을 뱉을 용기에 대한 보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슈뢰딩거는 드브로이의 논문에 감동을 받고, 이것을 뉴턴의 운동 방정식에 대입할 계획을 세운다. E=1/2mv^2+V, 즉 총에너지=운동에너지+위치에너지라는 초등생도 아는 간단한 공식에 파동의 입자성의 결과식인 P=h/λ, E=h𝜈 과 파동 방정식의 해를 대입하면 슈뢰딩거의 방정식은 누구나 쉽게 유도할 수 있다.
어쨌던, 입자가 파동이고 입자를 파동의 운동 방정식으로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다만, 문제는 도대체 그 파동이 무엇인고... 진정으로 우리들은 파동으로 이루어졌다는 얘기인가.. 현재의 나는 파동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것인가? 물리학자들을 혼동에 빠뜨린다. 만약 그렇다면 그 파동의 매질은 무엇이고, 그리고 명확히 보이는 입자들의 입자로서의 성질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막스 보른은 혁명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통하여 존재의 확률성을 제안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슈뢰덩거도 드브로이도, 자신들이 제안한 파동의 의미를 전혀 알지 못하지만 확률만은 아닐 것이라고 강력히 저항한다.
나는 파동인가.. 나는 파동의 중첩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그렇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