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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땔감을 팔고 오던 혜능은 어느 스님의 금강경 독송을 듣는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당연히 그 뜻을 모르니 스님에게 그 의미를 묻고, 혜능은 그 깊은 의미를 좀 더 알고 싶어서 오조 홍인대사를 찾아 떠난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은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고요한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이다. 붓다가 다르마를 얘기하지만, 다르마에 집착하지 말고 그 본질인 공을 바라보라는 의미이다. 원효는 해골물을 맛있게 원샷하고서는, 그 말의 뜻, 세상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 상일 뿐, 그러한 집착을 버리면 물은 그냥 물일 뿐이고, 산은 그냥 산일 뿐이라는 것을 느낀다. 돈오냐, 점수냐... 신수는 "몸은 보리의 나무요, 마음은 맑은 거울이니 부지런히 닦아서 먼지가 묻지 않게 해야 한다"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게송을 얘기한..

모든 것은 DNA라고 부르는 작은 정보 덩어리에서 시작한다. 유전자는 아빠와 엄마에게서 서로를 탐하는 마음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아빠 몸에서 배출된 수많은 올챙이들이 엄마몸을 향해서 달려간다. 그들은 진이 빠져라고 달려와서, 난자를 지키기 위한 수많은 장애물들을 필사적으로 피하면서 난자의 내부로 침투한다. 그리고, 반쪽의 정보들은 합쳐져서 하나의 정보로 완성된다. 수억개의 정자들은 단 하나의 목적, 정보의 결합을 위한 위험한 전쟁을 치른 후, 모두 전사한다. 난자는 단 한개의 승자만을 선택한 후, 철저히 성벽을 잠궈 버린다. 이렇게 단순한 작업, 정보의 결합을 위하여 왜 이렇게 복잡한 과정, 이렇게 불필요한 희생이 필요했을까... 23개의 정보가 합쳐져서 46개의 염색체를 이룬 후, 생명은 시작한다. ..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이 4차원, 시간은 공간의 다른 표현임을 얘기한다. 우리는 공간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시간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어떤 존재는 공간으로, 어떤 존재는 시간으로 움직이고, 우리가 어느 각도로 사물을 보느냐에 따라 나의 아들과 나의 아버지는 동시대에 같은 생물학적 나이로 존재할 수도 있다. 이상한 얘기이다. 세상이 원래 이렇게 이상한 것인지, 우리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공간은 물질에 의해서 휘어지고, 휘어진 공간으로 물질들은 등속으로 이동한다. 우주에는 물질과 에너지가 있고, 따라서 그것들은 공간을 휘게 만든다. 물질과 에너지의 양에 따라 우주가 안으로 휘어질 수도 바깥으로 휘어질 수도 있으며, 우주는 한없이 쪼그라 ..

아리스토텔레스는 만물이 물, 불, 공기, 흙의 4가지원소로 이루어져 있고, 이것들의 성질을 변화시키면 하나의 원소에서 다른 원소로 변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과학이 발달하기 전까지 2000여년을 이어져서, 중세에 연금술은 학문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서양에서 종교적 영향으로 금지된 연금술은 아랍권에서 활발히 연구되다가 11~12세기 십자군 원정을 통하여 다시 서유럽으로 유입된다. 현자의 돌 혹은 마법사의 돌을 이용하여 값싼 금속을 금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고 믿은 수많은 사람들의 헛된 시도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현대 화학의 발전으로 연결된다. 18세기에 라브와지에(1734~1794)는 모든 원소는 기본적인 원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이들은 더 이상 분해될 수 없다는 이론을 확립하고 금이 그..
빛 알갱이는 질량이 있을까... 있다. 빛 알갱이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빛 알갱이는 질량이 있을까... 없다. 빛 알갱이는 힉스장과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빛 알갱이는 존재할까... 존재한다. 빛 알갱이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빛 알갱이는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는다. 빛 알갱이는 공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빛 알갱이를 잘 모른다. 전자는 존재한다. 에너지도 가지고 힉스장과도 상호작용하기 때문이고 공간도 차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는 여기에 존재하는가... 그렇다. 여기에 존재한다. 그것이 입자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여기에 존재하는가... 아니다. 그것은 저기에 존재한다. 그것은 파동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이고, 에너지이면서 동시에 물질이..
어제는 가족들과 함께 아바타를 감상하였다. 상영시간이 3시간을 넘었지만, 마치 수족관에 온 듯, 스킨 스쿠빙을 한 듯한 느낌이었다. 주제는 1편의 연장선이다. 자연과의 교감, 문명에 의한 자연 파괴에 더해서 제이크와 네이티리가 만든 작은 사회, 가족의 의미를 더하였다. 1편의 마지막에서 죽어가는 제이크는 영혼의 나무로 옮겨져 그 씨앗들인 아토키리나에 의해서 아바타로 자신의 영혼을 옮긴다. 사실, 스토리 자체는 1편에 비해서 2편이 약한 편이었다. 그러나, 그래픽에서 가장 어려운 모사체인 물의 현실감을 극도로 올렸다는 점에서 그래픽은 훨씬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물의 모사가 어려운 이유는, 물의 움직임에 특정한 규칙성이 없기 때문이다. 아주 복잡해 보이는 프랙탈 영상인 단 하나의 방정식으로 기술됨에 비해서..

예전에 밴드에 분자 생물학과 관련된 여러 게시를 하였었다. 그때는 주로 전사, 번역, 에너지 대사를 살펴보았다. 이 과정은, DNA 설계도로부터 mRNA 설계도를 복사하고 이를 토대로 단백질을 합성하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어떻게 얻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그러면 이러한 과정은 누가 trigger하느냐, 즉 언제 단백질 합성을 시작할지를 결정하느냐에 관한 것도 쉬운 얘기는 아니다. 이것이 바로 cell signaling이라는 의/생물학 분야에서 연구하는 주제이다. 인체는 수많은 세포들과 그들이 이루는 분업적인 사회의 연합체이다. 어떤 세포들은 혈관으로 어떤 세포들은 간, 위, 폐로 어떤 세포들은 뇌로… 각각이 맡은 분업적 구조를 위하여 필요한 기관으로 분화한다. 망막, 청각, 감각 세포들은 주변 ..

잭슨 폴록(1912-1956)의 그림을 보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같이 EQ가 낮은 이들에게 감동 회로는 지극히 느리게 동작하고 이성 회로는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는데, 그의 그림에서 이성회로는 그냥 멈춘다. 아래는 2013 년까지, 회화 사상 가장 비싼 값(1억4천만$) 에 팔린 그림 중 하나인 'No. 5, 1948'이라는 작품이다. 2년 후 "No. 17A, 1948"는 2억 $에 팔리면서 또 한번 기록을 갱신한다. 좌측이 No 5, 우측이 No 17A이다. 작품을 보면, "이게 머지?" 그리고, 나의 뇌는 동작을 멈춘다. 뭔가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고 싶은데, 어디에 촛점을 둬야 할지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는 "나는 자연이다. 내 그림에는 이유가 없다"라고 스스로, 아무런 생각없이 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