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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어제, 딸아이와 핵융합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이틀 전,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Lawrence Livermore) 국립연구소(LLNL) 과학자들이 인류 최초로 핵융합 반응에서 + 에너지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는 기사가 났기 때문이다. 2.1MJ의 에너지를 투입하여 핵융합 장벽을 넘어선 후, 2.5 MJ의 에너지를 추출하여 약 0.4MJ의 순 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짧지만 엄청난 기사가 발표되었다. 핵융합 기술을 상용화하는데에는 여러가지 기술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먼저, 1억도가 넘는 온도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러한 온도에서 날뛰는 이온들에게 접촉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을 좁은 곳에 가둘 수 있는 에너지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국제연합 ITER, 한국 KSTAR, 중국 EAS..
우주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참 재미있고 신비스러운 곳이다. 우주가 팽창을 시작하면서 별들이 존재할 공간을 만들고, 별들은 주변을 긁어 모아 자신의 몸 안 깊숙이 빨아들인다. 별들은 온갖 원소들을 소화하는데, 이 때의 소화는 분해가 아니라 합성이다. 수소를 모아서 헬륨을, 탄소와 산소를, 실리콘... 철까지의 모든 것들을 소화한다. 핵융합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존재들을 외부로 밀어내는데, 그것과 중력이 결합을 하면서 오랜시간 별들은 안정된 상태, 주계열성으로 머물게 된다. 더 이상 태울 것이 없게 되면, 존재들은 다시 압축을 시작하는데, 이 때 전자들간의 양자 반발력, electron degeneracy pressure에 의해서 별의 형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별들을 우리는 백색왜성이라고 부른다...

몇달 전 독일 포츠담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전시된 인상파 원조인 클로드 모네 (1840-1926)의 유명한 연작 작품 "건초더미"를 환경 운동가들이 으깬 감자로 훼손하는 시위를 한다. 그 작품은 1890년 모네가, 자신이 머물던 곳의 건초 더미를 여러 해에 걸쳐 총 25작의 연작으로 그린 것으로 경매가 1600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작품이다. 물론 명화들을 원작 그대로 노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단단한 유리 내부에 전시하기에 작품 자체는 보존되었지만, 환경 운동가들에게 고가의 작품 보존은 의미가 없다. 그보다 훨씬 절실한 문제들이 많으며,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인간의 무관심에 대해서 분노하기 때문이다. 인상파를 연, "인상:해돋이(impression:sunrise)"이다. 도대체 뭘 그린 것인지, 완성을 ..

인상파가 등장하여 프랑스 회화계를 뒤흔들든 시기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빈 분리파"가 등장한다. 클림트( Gustav Klimt, 1862~1918)와 그의 제자 에곤 쉴레(Egon Schiele, 1890~1918) 가 주도한다. 그 둘의 그림은 누가 봐도 알아차릴 정도로 개성이 가득하고 독특하며, 일견은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금 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난 클림트는 빈 부르크 극장 천장화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관람하는 관객들을 사실적이고 고전적으로 묘사하여 황제로부터 황금공로십자 훈장을 수여받고 상금으로 유럽여행을 떠난다. 인상주의의 혁신이 휩쓸고 있는 파리에서 큰 감명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오스트리아 미술계에 환멸을 느끼고, 기득권에 빠진 기존 화단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인간에게는 종교 회로가 있다. 과학 만능의 오늘날 세상에서도 종교 회로는 동작하며, 비록 그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겠지만 종교가 사라지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주관적인 신비 체험은 인류 역사의 초기에서 부터 현재까지 진행형으로 존재한다. 울리히 슈나벨의 "종교는 왜 멸망하지 않는가?" 라는 책에서 이러한 주관적인 신비 체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제시한다. 2016년 미국 유타대 제프 앤더슨 교수는 종교인들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하면서 대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fMRI는 뇌 혈류 변화를 감지하여,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판별하는 기술이다. 모르몬교 신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험에서 중뇌 부분의 감정에 관여하는 부분인 limbic system(변연계)와 가치판단을 ..

생전에 단 한 품의 그림만 판매한 고흐의 사후에 동생 테오는 그를 알리기 위해 뛰어다녔지만 형 사후 6개월만에 그도 사망한다. 남겨진 미망인은 테오와 고호사이에 오간 편지들을 공개하면서 그림의 의미와 사연이 알려지고 파리/브뤼셀/헤이그 등의 주요도시에서 전시전이 개최된다. 그 전시전은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게되는데, 뭉크도 그 중 한 명이다 (Edvard Munch, 1863~1944). 뭉크는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로 현재도 많은 이들이 오슬로 뭉크 미술관으로 그의 작품을 보러 간다. 그는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 상실감으로 냉소적으로 변한 아버지의 광기를 물려받아 평생을 정신병/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유부녀 밀레 타올레를 시작으로, 다그니 유엘, 룰라 라센이라는 세 여인과 사랑에 ..

에른스트 곰브리치(1909~2001)는 영국 런던대학 미술사학과 교수였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1950년에 쓴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이다. 다른 보통의 사가들, 미술사가들이 예술가들을 일련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그러한 화풍이 나타나게 된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 분석하려고 했다면 곰브리치는 화가 개개인이 어떠한 삶의 궤적을 따라갔고 그것이 어떻게 그의 그림으로 표현되게 된 것인지에 집중하였다. 인간은 외부의 자극에 생화학적으로 반응한다. 어떤 시대에는 어떠한 행동 패턴들이 존재하고 공통의 자극/생활 환경이 존재한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비슷한 행동 양상을 보이고 거시적으로 볼 때는 개개인의 개별 행동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헤겔은 이러한 구조적인 진화를, 우리들의 눈에는 ..
무아, 나는 없다. 그러면 지금 이렇게 타이핑을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허상이고 없는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음을 누구나 안다. 그렇게 타이핑을 치고 있는 것을 "나나"라고 부르자. "나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나"는 연기적으로 존재하기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범인들은 이러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상"에 집착한다. "나나"를 "나"로 착각하는데서 아상이 생긴다. 나는 있다. 지금 이순간 이 자리에 내가 존재하고 내가 기쁨과 슬픔과 화남과 자비를 느낀다. 그러나, 그러한 나는 순간순간 변화한다. 좀 전의 나는 화를 내는 나였고, 지금의 나는 자비의 나이다. 그러한 변화는 왜 생기는 가, 누군가 나를 긁었기 때문이거나 내가 만든 상을 곱씹어서 생각한 결과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