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로벨리 -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본문
저는 1년에 두어달 집중적으로 글을 쓰고 잠수를 탄다. 밴드도 중독성이 강해서 생업에 지장을 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간만에 글을 써 본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카를로 로벨리 작이다. 일전에 읽었던 내용을 지하철안에서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내게는 구글에서 구매한 50여권 정도의 책이 있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이다. 본 밴드에서 책의 실사를 올리라고 하시는데, 사실 그 의미가 무엇일까... 책을 실제로 읽었다는 증빙일까..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서 한권의 책이라도 더 읽자는 취지로 이해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ebook의 형태라서 스크린 샷을 올릴 수 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시길.. 서점에 갈 시간이 부족하고 샘플본을 읽다가 원클릭으로 구매가 가능하기에 ebook을 종종 구매한다.
"실재"는 철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이며, 물리학에서 익숙한 용어는 아니다. 보이는 세상이 실재가 아니라면, 로벨리는 플라톤의 이데아나 칸트의 물자체를 얘기하고자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사실 일반인을 위해서 수식을 생략하면서 설명을 하였지만, 일반인들이 물리학에 대한 기초 지식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은 절대 아니다. 호킹지수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로벨리의 얘기를 이해하려면 최소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그리고 양자장론에 대한 기초 지식이 필요한 듯 하다.
세상에 보이는 것이 있고, 보이지 않지만 보인다고 생각하는 혹은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들이 있다. 진화론에 따르면 뇌가 생겨난 이유는 먹이 사냥을 위한 운동 경로 최적화를 위해서이다. 그 이후에 인간들이 경작을 통해서 잉여 농산물을 생산/소유하게 됨에 따라 예측이 가능해지고 남는 시간동안 뇌는 논리의 정합성을 통해서 스스로 폭주하지 않게 진화되었다. 뇌는 끊임없이 자신의 주변의 현상을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게끔,, 혹은 스스로 안정화되고 편하다고 느끼게끔 얘기를 만든다. 특히 뇌의 좌반구가 집중적으로 하는 일이다. 뇌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시간" 과 "공간"이라는 실체를 만들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존재와 존재들의 운동, 존재들 간의 상호작용일 뿐이다. 인간의 뇌는 시간을 도입하여 인과적인 관계를 만들고, 존재와 존재 사이의 간격일 뿐인 공간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가정하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시간과 공간이 실재한다고 믿지만 시간과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고 직접적인 측정의 대상도 아니다. 그러한 시간과 공간은 무한히 쪼갤 수 있는 것이라고 가정한다. 제논은 그러한 무한한 가분성에 근거해서 역설을 제시한다.
물리학을 어설프게 공부한 분들은 시공간도 양자화되어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현대 물리에서 시간과 공간의 좌표 t, x는 연속적으로 존재한다. 적어도 주류 물리학 이론에서는 말이다. 로벨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에너지와 운동량이 양자화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실재한다고 믿는 연속된 시공간이 실제로는 양자화된,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는 물리 양이며 그것은 스핀 네트워크를 통해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지고 요동치고 상호작용한다고 얘기한다.
시간과 공간의 역동성은 아인슈타인과 양자역학, 우주론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거시적 세상에서 한점에 온 우주가 존재할 수도 있고, 공간은 현재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 바로 나의 주변에서 말이다. 그러나 뉴턴, 상대성이론 그리고 양자역학에서도 시공간 좌표 t,x는 연속적인 변수이며 그러기에 미분연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로벨리는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다. 시공간은 중력장의 양자화된 형태일 뿐이다.. 즉, 시공간을 이루는 양자장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우리에게 시공간이 연속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거시적인 세상에서 나타나는 착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에는 4개의 힘이 있다.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그 중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세 힘은 표준 모형이라는 형태로 통합되어 설명된다. 즉, 양자장론 (quantum field theory)에 의해서 잘 설명이 된다. 그러나 중력은 다른 모든 힘과는 확연히 성격이 다르며 이를 양자장론과 통합하려는 노력이 있다. 두개의 큰 이론이 LQG (loop quantum gravity)과 초끈 이론(super string theory)이며, 주류는 초끈이론이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는 이 중 LQG에 관한 이론이며, 아직은 끈이론에 비해서 소수이론이다.
본문 중에 물리학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 있다. 물리학이 해야 할 일은 세상이 존재하고 동작하는 진리를 파악하는 것이냐, 아니면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인가? 코펜하겐 학파는 후자를 취한다. 나도 그를 지지한다. 인간들이 세상의 진리를 파악한다는 것이 가능하냐, 그렇게 오만하게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인간들이 대단한 존재인가? 뇌는 자신의 한계내에서 논리적 정합성을 유지할 뿐이라는 생각이다. 이미 인공지능의 도래를 통해서 인간이 아는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를 인간들은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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