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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벨리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본문

도서

로벨리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existence_of_nothing 2021. 3. 29. 08:41

 

어제 로벨리의 "보이는..."의 소개글을 올리니, 댓글로 로벨리의 신작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밴친께서 얘기하셨다. 사실 제목만 보아도 어떤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짐작은 되고, 여러 책들에서 로벨리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이 있으니 그 내용일 것이라고 예측하였고, ebook 구매후 읽어보니 예상과 크게 빗나가지는 않았다. 20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이니 금방 읽을 수 있는데, 물리학적 지식이 없으면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이 책은 어제 소개한 "보이는..." 부분 중 시간에 관한 부분을 좀 더 집중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흐르지 않는 시간.. 마치 네모로 생긴 삼각형을 연상케 하는 미묘한 명제다. 흐르지 않는 시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미 주어진 세상을 뇌가 시간에 따라 합성해서 세상을 재구성한다는 의미일까? Deterministic(결정론적) 세계관을 의미하는 것인가?

 

시간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서 논할려면 이 질문을 던지는 화자가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정의하느냐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베르그송과 아인슈타인이 시간에 관해서 모임에서 논쟁을 한 적이있다. 베르그송은 "지속" 으로서의 시간을, 아인슈타인은 측정가능한 물리적 시간을 얘기.. "당신이 말한 그런 시간은 없다"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판정승이라는 의견..). 시간이라는 용어는 사실 설명이 어려운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변화를 통해서 시간이 흐른다고 느낀다. 그러면 변화가 없다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가? 뉴턴은 아무것도 없는 절대 공간에도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1. 배경지식 

 

특수 상대성 이론의 핵심은 뉴턴의 (물질이 없이도 존재하는) 절대 시간과 그에 수직인 3차원의 절대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자신만의 시공간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만의 관성 좌표계(innertial reference frame)를 갖는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시공간이라는 4차원 구조속에 합쳐져있고 그 공간에서 모든 존재는 평등하게 광속 c로 흘러간다. 내가 정지한 이 순간에도, 시간축으로 나는 광속으로 달리고 있다. 

 

일반 상대성이론의 핵심은 시공간은 물질/에너지에 의해서 다양체(manifold) 곡면으로 휘어지고 그 휜 시공간을 따라 존재들은 광속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과를 잡고 있다가 놓으면 아래로 떨어진다. 중고교에서는 이것이 사과와 지구 사이의 만유인력에 의해서 라고 배우지만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사과는 그냥 제 갈길을 갈 뿐이다. 단지 4차원 시공간에서의 운동 방향이 달라질 뿐이다. 물질이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하기에 그에 따라 시공간도 끊임없이 요동친다. 즉, 시공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움직이고 사라지며 생성되는 물리적 실체이다.

 

세상의 변화 방향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다. 하나의 거시 상태를 구성하는 미시상태의 수, 보이는 것의 표면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의 가지 수가 엔트로피로 정의된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이유는 존재들이 자신이 가진 자유도를 누리기 때문이며 궁극적인 상태는 절대 혼돈의 상태이다. 우주의 가치 중립성때문에 세상은 절대 혼돈의 상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르며 이 방향성을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이라고 부른다.

 

양자역학은 세상을 확률로 묘사한다. 입자들은 확률파동 함수로 묘사된다. 전자 1개를 2개의 구멍으로 쏘면, 1개의 전자가 양쪽 구멍 모두를 통과하여 간섭 패턴을 만든다. 양자장론을 공부하면 우리가 움직이는 경우, 우리는 실제로는 모든 이동 가능한 경로를 따라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고, 그 중 확률적으로 자주 나타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양자장 론에서, 세상의 모든 것들은 field라는 입자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것들이 가장 에너지가 낮은 상태에 머물면 "vacuum, 진공"이라고 부르고, 이것들이 그 다음 양자화된 에너지 레벨에 머물면 입자를 관측한다. 

 

2. 휠러 디윗 방정식

 

이 책의 논의는 이 세상을 설명하는데 고정된 하나의 인자로서의 시간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담론은 1967년 두명의 물리학자 브라이스 디윗 (Dewitt)과 존 휠러( Wheeler)가 만들어낸 "Wheeler-Dewitt" 방정식에서 출발한다. 휠러-더윗 방정식은 일반 상대성이론을 우주 전체에 적용하여 만든 FRW 방정식(metric)에 양자장론을 결합하여 만든 우주 전체에 대한 양자 중력 방정식인데, 희안하게도 그 방정식에는 시간에 관한 항이 없다. 저자에 따르면 시간의 부재에 대해 학회 참여자들이 잉크가 마르도록 싸웠다고 한다. 우주 전체의 움직임을 기술하는데 시간 항이 없다.그 말은 시간에 따른 변화가 없다는 얘기인가? 

 

3. 블럭 우주론 

 

특수상대성이론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A의 현재는 B의 미래, B의 현재와 A의 미래는 동시에 현재적 사건이 될 수 있다. 말이 되는가? 나는 친구의 자식과 같은 나이인데, 친구는 나의 자식과 같은 나이이다 ^^. 가능하다. 이것을 문자 그대로 설명하면 우주의 현재/과거/미래는 이미 주어져 있고, 이것을 어떤 단면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현재선이 결정된다. (관심있는 분들은 brian greene의 동영상을 찾아보기 바란다) 이것을 block universe theory라고 부른다. 이것은 또한 철학적 결정론(determinism)의 과학적 근거가 되기도 한다.

 

4. 시간의 지역성/상대성

 

로벨리는 결정론이나 블럭 우주론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세상은 변화한다. 그것도 양자 역학의 확률적 특성에 따라, 발생 가능한 모든 것들이 나타나며 그 중 확률이 높은 것들이 우리 눈에 보일 것이다. 휠러-더윗 방정식 자체에는 시간 항이 없지만, 그것은 절대적인 하나의 시간 좌표와 그에 따른 시간의 흐름으로 세상을 기술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지 변화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즉, 우리의 좁은 영역에서 여전히 우리는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 관계를 규정짓는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전 우주적으로 혹은 넓은 영역에 걸쳐서 절대적으로 흐르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어려운 물리학적 용어로 설명하자면, "우리는 질량/에너지 모멘텀 텐서에 따라 휘어진 시공간의 좁은 영역에서, 접표면 (tangent surface)을 근사화하는 민코프스키 평면에 존재하고, 그 평면에서 운동 방향을 따라 형성되는 자신만의 고유시간 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5. 거시적 근사에 따른 시간 착시

 

왜 세상을 기술하는 방정식에서 시간이라는 변수가 특별하지 않은데 인간들은 시간이 공간과 구별된 특별한 존재이고, 시간에 따라 공간이 구성된다고 느끼는 것인가? 데이비드 흄이 주장한 것처럼, 우리는 관계되어 나타나는 현상(사건)들에 인과적인 관련을 지어서 시간적으로 재구성한 것이 아닌가?

 

60~100조개의 세포들의 거대 연합체인 인간들은 미시적 특성을 체감할 수 없고, 거시적인 현상만을 관측할 뿐이다. 양자적 세계에서 묘사되는 절대적으로 흐르는 시간의 부재를 우리는 체감할 수없으며, 거시적으로 변화하는 모습만을 관측할 뿐이다. 이 변화하는 거시적 모습으로 부터 인간은 시간이라는 요소를 추출하여 파악하는 것이다. 세상의 변화 방향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기에 우리는 그 방향성으로 시간(열적 시간)의 의미를 부여한다. 

 

6. 결론

 

사실 책을 차근차근 끝까지 읽고, 또한 본인이 물리학적인 지식이 조금 있다면 저자의 주장은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주장이다. 양자장론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양자장 방정식들에서 시간 혹은 입자에 해당하는 변수를 필드 변수로 대체가 가능함을 안다. LQG의 핵심 방정식인 휠러-드윗 방정식에서 시간 변수가 없지만, 필요하면 특정한 시공간 이벤트들을 연결하는 시간 변수를 도입할 수 있다. 

 

또한, 일반상대성이론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세상 모든 지점의 시공간이 균일하지 않으며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세상 모든 지점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감을 이미 알고 있다. 운동하는 사람이 자기 몸에 지닌 시계로 측정하는 시간을 proper time (고유시간)이라고 부르며,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유시간을 가지고 살아간다."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의 원제는 the order of time.. 즉, 시간의 질서 혹은 시간의 순서이다. 원제에서의 의미를 살리자면 로벨리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간은 순서에 따라 (관계에 따라) 진행한다가 맞을 것이다. 

 

로벨리의 책을 읽고 시간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들은 이미 시간적 구성에 따라 사건들을 연결하는 것에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물리학적으로 우리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시간적으로도 뒤로가나 앞으로 가나 물리현상들은 모두 설명이 된다. 즉,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흐를 특별한 이유는 없다. 왜 세상 모든 변수들 중 시간만이 일방향성인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 중 하나이다. 그 외, 책에서 로벨리 자신의 개인적인 시간에 관한 감상을 얘기하지만, 별로 감동적이지도 않고, 논지를 명확히 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소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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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유명한 상대성 이론의 역설들

 

Q1. A,B가 10미터의 창을 들고 서로를 향해서 광속에 가깝게 돌진한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상대방의 창의 길이가 짧아진다. 그러면

       관측자에 따라 세가지 사건이 관측된다.

       1. A가 B를 먼저 찌른다

       2. B가 A를 먼저 찌른다

       3. A와 B가 동시에 찌른다.

       이 중 실제 발생한 사건은 무엇인가?

 

Q2. A/B는 같은 나이이다. A는 지구에 있고

       B는 지구에서 광속에 가깝게 운동하는 우주선을 타고 100년 후

       지구로 돌아온다. 누구의 나이가 더 많은가?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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