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영의 이중 슬릿 실험 본문
빛이 두 개의 구멍을 따라 서로 다른 길이의 경로로 이동하면 보강/간섭현상에 의해서 간섭 무늬가 발생한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은 빛의 파동성을 보이는 과학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실험이다. 뉴턴은 빛은 수많은 알갱이들로 이루어진 입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호이겐스는 빛은 파도처럼 매질을 통해 진행하는 파동이라고 주장했다. 150년동안의 논쟁 끝에 Thomas young은 double slit experiment를 통해서 빛은 파동임을 발견하고, 맥스웰은 전파의 속도와 광속이 정확히 일치함을 근거로 빛은 전자기파임을 주장한다.
만약 전자빔을 쏘면 간섭 무늬 패턴이 보일까? 1961 Claus Jönsson 은 전자빔을 이용한 이중 슬릿 실험을 하고 간섭패턴이 발생함을 확인한다. 전자라는 입자도 파동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만약 전자를 한개씩 쏘면 어떨까? 전자 1개가 2개의 경로로 갈라진다면 이것은 우스꽝스러운 상상아닌가? 1976년 전자를 1개씩 쏘면서 간섭 패턴이 생기는지 조사한다. 전자 1개는 워낙 에너지가 약하니 감광지에 흔적이 없다가 계속 쏘면서 감광지는 놀랍게도 간섭 패턴을 만든다. 전자 1개도 2개의 경로로 진행을 하면서, 자신의 파동함수와 self interferring하는 것이다.
고뤠? 그러면 이제는 좀 더 큰 넘을 한번씩 던져보면 어떨까? 1999년 Fullerene (C60)이라는 탄소 60개로 만든 축구공을 던져본다. 역시 성공한다. 고뤠, 그러면 이제 생명을 닮은 유기물을 던져보면? 2012년 114개 원자로 구성된 유기물 phthalocyanine(C48H26F24N8O8)을 던져서 성공한다. 존재의 본질은 파동이지만, 거시 세계에 편입되면서 그러한 파동성이 사라진다. 아직도, 인류는 이러한 파동함수 붕괴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모른다.
아로노프 봄 효과에 대해서 여러번 소개한 적이 있다. 원통 주위를 전선으로 감고 전류를 흘리면 원통 내부에 자기장이 생긴다. 만약 원통의 지름이 길이에 비해 충분히 작고, 전선을 조밀하게 감으면 원통 내부에만 일정한 자속 밀도로 자기장이 형성되고 그 외부에는 자기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을 solenoid라고 부른다.
이제, Young 의 이중 슬릿 실험에 솔레노이드만 추가하고, 전류를 흘렀다 안흘렸다 하는 실험을 한다. 솔레노이드의 외부에는 자기장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따라서, 간섭 패턴에 변화가 없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간섭패턴의 위치가 달라진다.
물질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상호 작용한다. 질량을 가진 것들은 서로에게 끌리고, 같은 전하를 가진 것들은 서로를 밀어낸다. 이것이 바로 현상이며, 이러한 현상에서 우리는 어떠한 규칙성을 발견한다. 케플러는 정확한 규칙성을 찾아내는 데 거쳤지만, 뉴턴은 규칙성에 내재한 보이지 않는 실체, 중력을 발견한다.
자석의 성질, 전기의 성질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인간들은 알고 있었지만, 맥스웰은 단 4개의 수식으로 그 전자기적인 성질들을 간단하게 정리한다. 맥스웰의 4개 방정식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전자기학의 본질적인 요소인 전기장 E와 자기장 B로 자연을 설명한다.
고전 역학에서는 B와 E필드가 전자기력의 핵심이며, B 혹은 E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서 전자기력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div B=0 혹은 curl E=0 으로 부터, 인간들은 E와 B를 쉽게 구하는 수학적 도구로서 우리가 전압이라고 부르는 scalar potential field, 혹은 vector potential field A를 도입한다. 그들은 실재가 아니라, 실재를 설명하기 위한 수학적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아로노프-봄 실험에서 두 슬릿 사이에 존재하는 솔레노이드의 직경이 아주 작다면 그 외부에 자기장 B field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전 역학적으로는 두 전자의 경로에 영향을 미칠 요소는 없다. 그러나, 벡터 포텐셜 A는 솔레노이드의 외부에서 0이 아니고 일정한 값이 존재한다.
아로노프-봄 실험은 존재의 본질이 E나 B field가 아니라, 우리가 수학적 도구라고 생각한 (V,A)들이 도리어 존재의 본질임을 드러낸다. 즉, 고전 역학에서 주인공의 역할은 (E,B)이지만, 양자역학의 주인공들은 (V,A)이며, E와 B는 본질적 요소가 아니다. 이것은, 우주가 아주 정교한 수학적 코드와 그 프로그램일 수도 있음을, 수학은 단순히 인간들의 관념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의 본질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1961년 이 실험은 행해졌지만, 사실 그 정확한 의미, 그 실험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서 더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양자장론을 논하는 교과서에서 항상 언급하는 중요한 내용이 되었다. 디락 방정식이, 단순히 상대론적인 양자역학을 유도하려고 했다가, 반입자의 존재, 스핀 대수학과 같은 심오한 의미가 더해졌듯이, 아로노프 봄의 실험도 오늘날 위상 양자장 (topological quantum field theory)에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위상 수학은 공간의 성질을 연구한다. 우리가 사는 공간이 어떠한 모양인지를 연구하며, 공간의 모양이 어떻더라도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topological invariant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중 하나가 공간에 존재하는 구멍의 개수, homology, 를 잘 세는 것이다. 아로노프 봄 실험에서 공간에 특이점, 구멍 하나가 존재한다. 이것은 4차원 시공간의 구멍이 아니라, parametric space에 존재하는 구멍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한 물리학 용어중 요즘 핫한 것이, Berry phase이다. 오랫동안 인간들은 파동함수의 절대값만을 생각했지만, 최근 물리학의 화두는 파동함수의 위상이다.
위상수학(topology)을 이용하여 파동함수의 위상(phase)을 해석하고 변화시키는 것, 현대 물리학의 핫템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