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중력파, 세잔 본문
세잔(Paul Cezanne, 1839-1906)은 흔히 "근대 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과대학에 입학한 세잔은 결국 적응하지 목하고 외톨이가 되고, 이를 염려한 아버지는 포기하고 그를 파리로 보낸다. 그러나, 원하던 미술학교 입학도 낙방하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은행원으로 일한다. 근데, 여기에서 조차 적응하지 못하고 또 때려친다.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전형적인 loser의 모습이다. 우유부단하고 내성적이었던 성격때문이었다.
운이 좋게도 부유한 모자 판매상의 아들로 태어났기에 다시 23살의 나이에 아버지의 후원으로 다시 파리로 건너가고 운이 좋게도 스승 '피사로'를 만난다. 그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에 따라 미술을 계속하지만 그의 외골수 성격덕에 세잔은 당시의 인상파 화가들(마네, 르누아르, 드가, 시슬레)의 모임에서 조차 왕따를 당한다. 결국 그는 아주 늦은 나이인 56살에야 첫 개인전을 열 수 있었다.
아래그림은 1890~1935년까지의 미술사조의 흐름에 관한 도표이다. 1936년 알프레드 바라는 뉴욕 현대미술관장이 기획한 전시, "입체주의와 추상미술"에서 작성한 것이다. 아래 도표를 보면 세잔이 가장 위에서 종합주의(생테티즘, 고갱), 야수파(포비즘, 마티스), 입체파(큐비즘, 피카소)의 원조로 그려져 있다. 그가 근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이다. 세잔은 종래의 화가들과 달리,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리지 않고, 보이는 것의 본질을 그리고자 시도한 화가이다. "자연을 잘 분석하면 자연은 원추, 원통, 구로 구성된다"는 그의 얘기는 큐비즘, 즉 도형으로 사물을 묘사하는 화풍으로 연결된다.
아래의 그림들은 포비즘 작품인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과 세잔의 "베레모를 쓴 자화상", 큐비즘 작품인 매챙제의 "티타임"(1911)과 세잔의 "생트빅투아르산" 을 비교한 것이다. 그리고 아래쪽 그림은 당시에 유행하던 그림스타일로 그린 팡탱라투르의 "장식된 테이블"과 세잔의 정물을 비교한 것이다. 세잔은 그의 말데로, 보이는데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의 본질적 모습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잔과 에밀 졸라와 어렸을 때 부터 친구였다. 그러나, 에밀 졸라가 바라본 세잔은 우유부단하고 별 재능없는 화가였고, 그의 소설에 이를 반영한다. 그의 소설 "작품"속에서 에밀졸라는 그 화가를 자살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이를 읽고 충격을 받은 세잔은 그와 결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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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노벨상은 MIT 라이너 바이스(Rainer Weiss), Caltech 배리시와 킵손의 세 노학자들에게 주어진다.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 wave observatory) 연구로 2015년 인류 최초의 중력파 존재를 검출하게 하였다. 킵손은 또한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만약 “로널드 드리버” 라이고 연구소장이 85세에 죽지 않았다면 킵손 대신 수상했을 것이지만 (노벨 물리학상은 최대 3인에게 주어지고, 상금은 성과에 대한 지분율에 따라 나눠서 지불됨. 이에 따라 전체 상금 12억중 절반을 바이스 교수가 수상하고 나머지를 반띵함), 오늘날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는 건강 관리도 연구 못지않게 중요해 지고 있다.
<바이스, 배리시, 킵손>
1905년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뿌리부터 흔들어 버리는 “특수 상대성 이론”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다. 맥스웰 방정식에서 광속은 그 공간의 매질의 특성에만 의존할 뿐이다. 갈릴레이의 상대성 이론에 익숙했던 모든 과학자들에게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이었으며, 에테르 이론을 이용하여 이를 수정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있었다. 로렌츠도 그 중의 한명이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광속불변을 공리로 만들어버리고, 그러한 세상은 어떻게 생겼을 지를 추상한다.
결론은 알다시피 몹시 충격적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정된 배경으로서의, 뉴턴 이래 인류가 굳건히 믿던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과 공간은 한덩어리로 4차원 시공간(timespace), minkowski 공간을 이룬다는 것이다. 모든 존재들은 4차원 시공간을 모두 동일한 광속이라는 속도로 흘러가고 있을 뿐, 이것을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관측자의 운동이 빨라지면, 아래 그림처럼, 시공간의 두 축은 45도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로렌츠 변환이라고 부른다.
1905년 기적의 해라고 불리는 해에 광양자설, 브라운 운동, 특수 상대성이론의 3개의 논문을 한꺼번에 발표한 돌연변이 아인슈타인은 이 후 10년동안 침묵한다. 이유는 그가 구상한 두번째 이론을 위해서는 많은 수학적 내공, 비유클리드 기하학인 리만 기하학이 필요했기 때문이고 마침 그의 옆에 그로스만이라는 수학자 친구가 있어서, 둘이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1915년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다시 한번 비틀어 버리는, 진짜로 비틀어 버리는 논문을 발표한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는 시간과 공간, 시공간이 실제로 휘어져 있다는 참으로 기괴한 얘기를 한다. 공간이 휘어져 있고, 시간은 구불러 흘러간다… 대체 어떤 방향으로 휘어져 있다는 말인가? 무엇에 대해서 휘어져 있다는 말인가? 무엇이 그것을 휘게 만들었다는 말인가? 인간의 감각으로 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간 고유의 추상적 사고, 수학은 그러한 휘어진 공간을 언어로 기술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우주가 수학적 언어로 기술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많은 결과들이 있으며, 인간들은 수학을 발명한다기 보다는 자연에 내재되어 있던 코드를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이와 관련 재미있는 논문 중 하나는, 우리가 시공간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재로 양자 오류 정정 부호, quantum error correction code 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라는 것도 있다.
물질은 공간을 휘게 하고, 그 휘어진 공간에서 존재들은 모두가 광속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로 흘러가고 있는지, 실제로는 고차원 manifold에 고정되어 있지만, 인간의 뇌가 이것을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고(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우리들은 알 수 없다. 2차원 공간의 존재가 3차원 공간을 있는 그대로 감각적으로 느끼고 확신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3차원 공간적 구조에 갖힌, 그러한 인식 체계를 가지도록 진화한 존재가 그 이상 차원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체감하고 이해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어쨌던, 수학이라는 추상적 언어로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물질에 의해서 휘어져 있고, 모든 존재들은 시공간을 locally light velocity로 흘러간다.
아래 수식에서 위의 것을, Einstein field equation, 아래 것을 geodesic equation이라고 부른다. 위의 수식의 의미는 물질/에너지는 시공간의 변동을 가져온다는 것이고, 아래 수식의 의미는 존재들은 그러한 시공간에서 가장 짧은 길(geodesic)을 따라 이동한다는 것이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도는 이유는, 태양이 지구를 잡아당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끈, 중력때문이 아니라, 태양이 일그러뜨린 주변 공간을 지구는 그냥 똑바로 가고 있을 뿐인데, 이것이 중력처럼 느껴진다는 해석이다. 아래에서 T를 energy-momentum tensor라고 부르며 말 그대로 에너지와 운동량을 포함하는 4 x 4 행렬( (0,2) tensor ) 이다.
만약 공간의 물질/에너지의 분포가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위 방정식에서 T가 변화하기에 주변의 공간이 변화할 것이다. 마치, 물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의 dynamics는 상당히 nonlinear하기에 정확히 중간 과정까지 해석은 어렵다. 이 경우, 우리는 linearized model을 만들어서, 그러한 변화가 작다고 가정하고, 그 과정을 근사화해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2페이지 가량의 수식을 전개해 보면 아래와 같은 중력 파동 방정식을 얻는다. 아래에서 사각형은 달랑베르 연산자이다. 자세한 사항은 몰라도 되며, 중요한 것은, 공간에 물질/에너지의 변화가 생기면, 그 결과 시간과 공간 자체가 출렁출렁이면서 파도처럼 우주에 퍼져나간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1916년 발견한 사실이며, 그로부터 거의 100년이 지난 후, 인간들은 그의 예측데로 중력파, 그 미세한 흔들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의 블랙홀의 충돌의 결과 생긴 시공간의 흔들림을 찾아낸다.
중력파 검출의 문제는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공학의 문제이다. 이론적으로 중력파를 검출하는 장치는 비교적 간단하다. 마이켈슨 몰리 실험과 비슷하게 생긴 아래 장치를 사용한다. 서로 수직인 2방향으로 4km 길이의 터널 끝에 거울이 알려있고, 빛은 이 터널을 280회정도 반복하는데, 두 방향의 시공간의 거리 차이에 의해서 두 신호 사이에는 간섭 무늬 패턴이 나타난다. 2015년 9월 14일, 지구에서 약 13억광년 떨어진 태양의 29/36배 크기의 블랙홀 2개가 충돌한 흔적이 발견된다. 혹자들은 이것을 금세기 가장 뛰어난 발견이라고도 부른다. 1608년 한스 리퍼세이가 망원경을 발명하여, 인간의 감각기관의 한계를 극복하여 정밀과학을 창시한 이래로 인류는 빛, 전자기파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였다가 21세기에 들어서, 드디어 중력파라는 새로운 망원경을 얻었다는 의미이다.
중력파는 중력에 대한 고전적인 묘사이다. 중력과 양자 역학이 결합되면, 중력을 매개하는 입자인 중력자 (graviton)에 대해서도 관심이 갈 것이다. 인류는 중력파는 발견했지만, spin 2 particle인 중력자, 중력파의 양자장 입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존재유무 조차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중력자를 얘기하려면, 중력을 양자화해야 하는데, 중력은 다른 세힘과 달리 재규격화가 어려우므로 쉽게 양자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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