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물리학 단상 본문
어떤 이들은 젊은 나이에는 인문학을,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 과학을 공부하고 또 다른 이들은 반대로 젊은 나이에는 과학을, 늦은 나이에는 인문학을 공부한다. 사실, 전자의 경우는 숫자도 많지 않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도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 자연히 기억력/이해력이 떨어지고, 특히 수학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리어, 자연과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문학적인 의미를 붙이는 후자의 경우가 훨씬 흔한 편이다.
그러나, 사실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면 젊었을 때에는 많은 인간관계가 존재하고, 인생의 주요한 판단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문학적 소양이 크게 필요하고,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면서, 존재의 본질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정리할 필요성이 있기에 자연과학적 이해가 더 요구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 판단은 모두 각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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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physics)과 형이상학(meta-physics)의 본질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많은 자연과학적 발견은 보통은 형이상학적인 추론에서 시작해서 실험을 통해서 실증되는 경우가 많다.
뉴턴은 천상의 움직임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끈, 중력의 끈이 있음을 얘기했다. 처음 그 얘기를 꺼냈을 때, 많은 이들이 비웃었다. 만약, 뉴턴의 수학적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그냥 그 화두를 꺼냈다면 미친 놈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디락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전자의 스핀을 기술하는데 필요한 스핀 대수 구조를 발견한다. 이전까지 전자란 시공간상에 전자기력에 따라 반응하는 charge를 가진 점 입자에 불과했다면, 디락방정식은, 전자는 스핀 대수학적인, 그리고 행렬 방정식에 의해서 기술되는 수학적 구조물임을 얘기한다. 그리고, 자연에 내재한 수학적 구조를 파헤치는 도중, 양전자라는 시간을 거슬러가는 반입자의 존재를 예측하고 발견한다.
맥스웰은 빛의 정체, 전자기파를 지배하는 4가지 수학 공식을 만들어 낸다. 전기장과 자기장은 그 자체를 우리가 관측하지는 않는다. 다만, charge를 띤 입자들의 시공간상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 내면에 존재하는 지배적 원리를 찾아낸 것이다. 인류는 전기장 E와 자기장 B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력의 끈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로노프-봄은 그것이 아니라, (V, A)라는 전자기 스칼라/벡터 potential field가 존재의 본질임을 밝혀낸다.
철학적 형이상학과 자연과학적 형이상학의 큰 차이는 크게는 두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검증 가능성, 혹은 이론의 반증 가능성(반증주의)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학적 논리 구조를 따르느냐 아니냐의 것일 것이다. 간단히는 철학적 형이상학에 따라, 그것의 결과로 자연에 나타나는 어떤 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과학적 형이상학은 현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얘기하지만, 그들에 따라 예측되는 정량적인 물리적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끈이론이 등장하면서 그 명확한 구분이 사실 쉽지 않아지고 있다. 많은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끈이론을 비판하는 가장 큰 핵심 중 하나는, 끈이론이 현재의 여러 물리 현상을 나름 잘 설명하고 있지만, 반대로 다른 이론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새로운 물리 현상에 대한 예측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끈이론가들은 반증가능성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그 자체의 이론적 미학에 갖혀있다는 것이다.
끈 이론의 문제는 우리가 다뤄야 할 차원이 너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점들을 쭉 늘어놓는다고 선이 될까.. 몇개나? 0차원에서 1차원은 그냥 단순히 2배의 공간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시공간 4차원이 10차원으로 늘어나게 되면, 수많은 자유도가 창출되며, 그것은 일견 물리학자들이 원하던 것이었다. 그 자유도를 이용해서 중력과 다른 세힘을 통합하고자 하는 원대한 계획은, 그 자유도가 가져다 주는 엄청난 혼란, 자가당착에 빠지게 하는 듯 하다.
끈 이론에서, 끈은 open string, closed string 두가지가 있다. open string에서 Dirichlet condition이라는 경계조건에 따라 해석하면, open string은 brane이라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막에 붙어있게 된다. 그리고, 끈들이 많이 모이면 수많은 끈들의 dynamics에 의해서 brane이 다시 움직이게 되고, brane들이 우주를 출렁거리면서 움직인다. 우리는 0차원의 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차원을 끈을 도입했을 뿐인데, brane이라는 괴물이 등장한다. 인류가 다루기에 끈이론은 너무나 복잡한 레고 퍼즐인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