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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사

푸앙카레, 위상수학

existence_of_nothing 2021. 9. 27. 11:06

 

푸앙카레 (1854-1912) 는 프랑스 로렌 주낭시의 부르주아 명문가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5세때 디프테리아에 걸려 유약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부유한 공무원 집안 출신이라 유럽 각지를 주유하면서 보낸다. 1873년 프랑스 최고 이공 대학인 에콜 폴리테크 이공과에 수석입학/차석졸업한다. 졸 업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미분방정식에 관한 연구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캉 대학/파리 대학에서 교수직을 이어간다. 다른 많은 천재들과 달리, 짜증나게도, 그는 걍 쭈욱 엘리트 코스를 밟는다. 따라서, 사실 얘기할만한 감동적인 스토리는 별로 없다. 정치적 성향도 거의 중립적이었지만, 드레퓌스 사건에서 드레퓌스의 입장을 변호하여 검찰측에 과학적 반론을 한다.

 

푸앙카레는 수학계에서 “the last universalist 혹은 last Renaissance man” 이라고 칭한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업적을 남겼다는 말이다. 엘리트답게 30권의 책과 500여편의 다작을 남기고, 일반인들의 과학 대중화에도 앞장서 프랑스 학술원 문학부분 회원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물리학 분야는 온통 위상 수학, topology를 얘기한다. 푸앙카레는 위상수학의 창시자이다. 위상수학이란 무엇일까…

 

인간들은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모든 인간들이 고차원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그냥 단순하고 감각적으로 주어지는, 깊이 있는 독서 대신에 TV에서 보여주는 타인의 생활을 엿보거나 혹은 막장 드라마에 몰입하면서 크게 추상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노/장사상 전공의 최진석 교수는 동양철학을 전공했지만, 동양철학을 서양 철학적으로, 그리고 대중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학자로 유명하다. 그 분 왈, 철학적으로 살지 않는 사람들은 “인생을 막 살고 있다” ^^.

 

감각적으로 사고를 할 때, 우리에게 지구는 평평하고, 태양은 지구를 돈다. 그러나, 추상에 대한 능력은 감각의 저변에 있는 존재의 원리,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얘기하게 하고 오늘날 우리는 지구는 둥글고, 태양을 돌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인간은 동물과 1도 다르지 않은 물질과, 1도 다르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며, 지구는 신의 선택으로 우주의 한가운데 예쁘게 중심으로 위치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먼지 같은 은하단의 가장 자리에서, 우연히 골디락스 존에 위치하면서 우주력으로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의 찰나의 역사를 가짐을 안다.

 

추상적인 사고의 1단계는 일단 보이는 것의 일반화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사과, 태양, 모자등의 모양을 일반화하여 “원”이라는 보편자 개념을 만들어내고, 똑바르게 자란 식물, 끈 기타 모양을 보면서 “직선”의 개념을 만든다. 그리고, 이것을 3차원 공간의 개념으로 확장하면 우리는 정육면체, 정사면체 같은 여러 도형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추상적인 사고를 체계적으로 진행하여 기원전 3세기에 이미 유클리는 “기하학 원론, 스토이케이아”를 집필하고, 이천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불쌍한 중고생들은 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만약 3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세상이 4차원이라면, 원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러한 공간에서 원의 정의는 무엇일까? 만약 우리의 세상이 평면이 아니라 구부러져 있다면, 만약 우리가 구면에 살고 있다면 (실제로 구면에 살고 있다),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180도 일까? 만약, 수학에 관심이 있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곡률에 따라, 양의 곡률을 가진 공간에서는 세 내각의 합은 180도를 넘고, 음의 곡률을 가진 공간에서는 그보다 작음을 잘 알 것이다.

 

휘어진 공간에서, 유클리드의 5공준, 평행선 공준(평행선은 만나지 않는다)은 공리가 아니다. 휘어진 공간에서 두 점 사이에 가장 가까운 경로는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며, 그러한 곡선을 측지선, geodesic라고 부른다. 리만(Riemann, 1826-1866)은 이러한 휘어진 공간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우리는 리만 기하학이라고 부른다.

 

리만 기하학의 또 다른 이름인 미분 기하학(differential geometry)을 10년동안 친구 그로스만의 도움으로 공부한 아인슈타인은, 뉴턴이 도입한 중력이라는 끈을 가위로 싹둑싹둑 자른다. “그런 끈은 없다. 우리가 중력이라고 부르는 것, 그것들은 존재들이 그냥 두 지점 사이를 가장 짧은 경로로 운동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차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라는 일반 상대성이론을 만든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인간의 추상 능력의 극한을 보여준다.

 

만약 그 공간이 n 차원이라면, 그 공간에서는 어떤 모양들이 존재가능하고 변형이 가능할까? 만약 변형을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고유량은 무엇일까.. 이러한 것들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위상수학 분야이다. 1893년 수학자 클라인(뫼비우스 띠의 3차원 확장인 클라인병으로 유명)은 위상기하학 (topological geometry)을 “위상적 변화(위상 사상)에 대해서 불변인 도형의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분야”라고 정의한다. 아래 그림은, 안과 밖의 경계가 없는 3차원 구조물인 클라인 병을 보여준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우리는  몸안으로 음식을 넣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 음식은 몸안이 아니라 기관지에서 항문까지의 몸 밖의 공간에 음식을 흘리면 조각을 내며, 분자단위로 분해된 물질들만이 몸안으로 스며들 뿐이다.

 

직육면체 모양의 밀가루 반죽을 토닥토닥 두드리면 구형의 밀가루 반죽이 된다. 그러나, 도너츠 모양의 도형을 토닥토닥 두드려서 원을 만들 수는 없다 (물론, 응게 버리면 되것지만, 이것은 위상적 변화가 아니다). 즉, 직육면체는 구와 위상동형이지만, 도너츠는 그렇지 않다. 아래 그림은 위상 동형인 여러 물체들을 보여준다.

 

도형이란 무엇인가? 3차원 공간에서 도형은 점과 선, 그리고 면으로 구성된다. 그러면 도형을 이루는 점, 선, 면의 개수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푸앙카레의 대선배인 오일러 (1707-1783)는 별 관계도 없어 보이는 세개의 숫자 사이에 오일러 (혹은 오일러-푸앙카레) 표수 (Euler characteristic)라는 다음 X=v-e+f, (v:# of virtex=꼭지점수, e:# of edgge=모서리 수, f: # of face=면 수)라는 놀랍게도 간단한 관계가 성립함을 보인다. 이것은 모든 위상 동형 변환에 대해서 불변인, 위상 불변량이다. 예를 들면

 

위에서 X=2로 동일한 이유는 위의 모든 도형이 구형(sphere)과 위상 동형이기 때문이다. 만약 도너츠에 해당하는 공간이라면, 다른 공간이라면 오일러-푸앙카레 지수는 어떻게 될까? 아래에 나타나 있다. 조금 눈치가 빠른 이라면, 무엇인가 묘한 구석을 발견할 것이다. 즉, 지수 값이 공간 상의 구멍의 수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간에 존재하는 구멍의 수는 위상 불변량이 되며, 이러한 구멍의 수를 세는 수학 분야를 homology라고 부르고, 어떤 도형의 모양을 다른 모양으로 변형하는, 즉 위상 동형인 모양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분야를 homotopy라고 부른다.

 

오일러-푸앙카레 지수에서 보듯이, 푸앙카레는 n차원 공간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공간의 본질적인 요소는 무엇인지 (위상 변환에 대해서 불면량이 무엇인지)를 열심히 연구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3차원 공간이 아닌 일반적인 추상 공간에서의 도형의 모양에 대해서 깊이있는 연구를 진행한다.

 

그의 이름을 유명하게 만든 “푸앙카레 추측, Poincare conjecture”은 클레이 수학연구소의 Millenium 7대 문제 중, 문제 자체는 가장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공처럼 생긴 것은 공이며, 공의 형태로 만들 수 있다 ^^”. 이 말을 듣고 “Duck test”를 떠올릴 분들도 있을 것이다. “If it looks like a duck, swims like a duck, and quacks like a duck then it probably is a duck” “오리처럼 생기고, 수영하고 짖으면 그것을 바로 오리라고 부른다”

 

물론, 전문적인 수학용어로는 아래와 같이 조금 fancy하다. “모든 경계가 없는 단일 연결 콤팩트 3차원 다양체는 3차원 구면과 위상동형이다” (Every simply connected, closed 3-manifold is homeomorphic to the 3-sphere). 다른 말로는, 모든 지점이 연결된 3차원 구조체이면 구면과 위상동형이다 인데, 그러면 도너츠 면 (torrus surface)도 구면과 동형이냐하면 그렇지 않다. Simply connected, 즉, 그 표면상에서 어떤 원(closed line)을 그리면 한점으로 shrink할 수 있다는 조건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어쨌던, 이 유명한 푸앙카레 추측은 오랜 시간 풀리지 않다가 2002년 러시아의 은둔천재 페렐만에 의해서 millenium 7대 문제 중 유일하게 해결되고 이제는 푸앙카레 증명으로 승격된다. 2006년 페렐만은 그 공로로 수학계 노벨상 필즈 메달에 지명되지만, millenium 상금(10억)과 함께 필즈 메달도 거부하고, 러시아의 작은 마을에서 아직까지도 어머니와 함께 작은 월급과 함께 독신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페렐만이 99%를 증명한 이론을 완성한 부르스 클리에너(예일대)와 존 로트(미시건대), 존 모건(컬럼비아대), 강톈(프린스턴대)에게 10억원은 수여된다. 어차피, 흙으로 가는 인생, 누군가에 10억원은 귀찮과 불필요한 짐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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