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무한에 대한 사유 본문
무한대라는 개념은 오래 전부터 희미하게 있었다. ‘제논의 역설’로 유명한 그리스 철학자 제논도 무한대라는 수학적인 개념을 언급한 바 있다. 고대 인도의 수학에도 무한대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인도 자이나교의 수학에서는 셀수 있는 수, 셀수 없는 수, 무한으로 수들을 구분하였다. 아르키메데스는 이미 무한 등비급수 합공식 S=1+r+r^2+...=1/(1-r)을 이용하여 여러 넓이 문제를 풀었다.
제논은 그러한 무한의 사유를 확장하여,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를 분할하는 과정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기에, 움직임은 없다는 궤변같은 얘기를 한다. 제논의 논리를 타파하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무한은 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양이지만 실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였다. 과연, 무한이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일까, 아니면 실재할 수도 있는 것일까..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비슷한 시기에 움직임을 영원히 분할할 수 있으며, 그러한 과정이 영원히 지속되더라도 논리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얘기, 미분과 적분에 관해서 얘기한다.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를 아주 잘게 쪼개면 그 사이는 직선으로 근사화할 수 있다는 얘기, 사실, 그 부분만 정확히 이해하면 중등생이라도 기본적인 미적분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 무한대를 나타내는 기호 ∞는 1655년 신학에서 방향을 튼 수학/물리학자인 존 윌리스가 최초로 도입한다. 무한대도 당당히 숫자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한동안 인류는 무한대를 다루기를 두려워한다. 대 수학자 오일러도, 가우스도 무한이란 그저 큰 수, 혹은 수학적으로 다룰 가치가 없는 수 정도로 여겼다. 무한으로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지 않았고 무한의 사고는 때로는 자체 모순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에 조나단 같은 갈매기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회가 어떤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말이다. 1878년 독일 수학자 게오르그 칸토어(Georg Ferdinand Ludwig Philipp Cantor, 1845~1918)라는 수학자는 집합론(set theory)에서 두 집합 사이의 대응의 원리를 이용하여 무한을 셀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유리수(분수)의 집합은 정수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 둘은 1:1 대응이 가능하기에 그 숫자가 동일한, countably many 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실수 집합의 경우는 그러한 대응이 불가능하기에 uncountably many이다. 아래가 그 유명한 유리수의 대각화를 통해서 정수와 1:1 대응하는 과정이다.
칸토어의 스승은 크로네커였는데 그는 "정수는 신이 만든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인간의 일이다"라는 과격파 정수론자였으며, 실제로 그는 무리수를 포함한 모든 숫자를 정수로 표현하려는 연구를 하기도 하였기에 칸토어의 무한수, 초월수의 개념을 심하게 공격한다. 물론, 크로네커도 오늘날 크로네커 정리, 크로네커 델타등으로 알려진 위대한 수학자중 한 분이다.
어쨌던, 말년에 당시 수학의 금기 영역인 무한대를 건드린 댓가로 칸토어는 심한 압박을 받고 정신병원과 학교를 오가다가 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그의 묘비에는 "수학의 본질은 그것이 갖는 자유로움에 있다(Das Wesen der Mathematik liegt in ihrer Freiheit)"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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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개념은 때로는 직관과 위배될 때도 있다. 정수와 유리수의 개수가 같다거나 혹은 짝수와 자연수의 개수가 같다는 것은, 그들 사이에 1대 1 대응관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납득이 가지만, 하나의 집합이 다른 집합의 부분집합이라는 점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구조가 무한 반복되는 프랙탈 구조를 어떤 scale에서 바라보더라도 동일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직관적 믿음과 실재는 때로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느낄수는 있을 것이다. 이것은 생각보다는 심오한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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