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중세 철학 - 오컴 본문
"인간"은 세상에 존재할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홍길동이란 개별적인 인간은 존재하지만 보편적인 "인간"은 세상에 존재할까요? 당연히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데 ^^
조선시대에 당파싸움에서 별 시답지 않은 인의예지는 기가발현한 것이냐 이가 발현한 것이냐 (사단칠정논쟁), 상복을 3년입을 거냐, 1년만 입을겨냐(예송논쟁), 인성과 물성은 근원이 같으냐 다르냐(호락논쟁) 같은 걸로 논쟁하고 있기전에, 중세 유럽에서는 보편자는 존재하는 것(실재론)이냐 개별자만 존재하고 보편자는 관념적인 것일 뿐(유명론)이라는 주장이 열심히 싸웁니다.
그 시작은 아마 플라톤이 이데아에는 보편자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데 있을 것인데 스콜라철학자들끼리 편을 갈라서 열심히 싸웁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보편자들만이 존재하는 이데아는 부정하기에 유명론자로 생각되기 싶지만, 개별 사물은 형상(본질)을 근거로 한 질료로 구성된다고 주장한 점에서 (플라톤의 강한 실재론에 비해서) 약한 실재론자로 분류됩니다.
유명론은 개별사물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공통된 특성을 토대로 보편 개념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즉, 개개인이 있고 난 후 공통된 종족끼리의 분류를 통해서 "사자", "인간" 같은 보편적 개념이 만들어졌다는 것이죠. 실재론에서는 보편개념이 각각의 개별자의 본질로서 실재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안셀무스, 기욤 같은 교부학자들이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을 받아서 실재론을 주장했죠. 교부론자들에게는 신, 천사 같은 개념적 존재가 실재하지 않는다면 교리 설명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사실 오늘날의 시각에서는 당연히 유명론이 맞는 주장 같지만 중세 카톨릭 사회에서는 유명론을 주장하면 이단으로 취급받고 마녀사냥을 당하였죠.
유명론의 대표주자는 오컴 (오컴의 면도날)이며 그는 오로지 개별자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면에서 영국경험론의 선구자이죠. 유명론자의 입장에서는 경험으로 파악되지 않는 신의 존재나 성질은 학문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믿음/신앙의 영역일 수 밖에 없죠. 당연한 얘기지만 중세 스콜라 철학자들은 신앙을 합리적 이성 혹은 철학의 기반에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이기에 신앙을 믿음의 영역에로 국한하려는 유명론자들을 수용할 수 없었고 따라서 그들은 심한 박해를 받게 됩니다.
오컴은 면도날로 세계의 설명에 불필요한 본질을 베어내고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간결하게 설명할 것을 주장합니다 (유명한 오컴의 면도날이죠). 유명론의 주장은 실제 개별적인 사물에 대한 경험을 중요시하기에 나중에 영국 경험론으로 연결됩니다. 이에 반해 실재론은 개별자의 내부에 존재한다고 믿는 본질을 중요시하기에 대륙 합리론으로 연결되고 이 둘은 근대의 초기에 다시 충돌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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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베이컨(1219-1292)의 이전의 스콜라 철학은 여러 신학적인 문제를 성경이나 학자들의 권위를 바탕으로 연역적 논리로 진리를 탐구하였다. 베이컨은 이와 달리 직접적 경험을 세계 지식의 원천으로 간주하고 실험을 통하여 자연을 관찰하고 탐구할 것을 요구하여 과학적 사고의 지평을 연다. 진보적 성향의 그는 이슬람 철학자에도 관심을 가졌던 그를 스콜라 학자인 보나벤투라가 고발하여 프란치스코회에서 추방당하고 14년동안 이탈리아 안코나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가 80세에 풀려나지만 2달만에 사망한다. 장미의 이름에서 월리엄 수사의 스승으로 여러 번 언급된다. 로저 베이컨은 서양에서 최초로 초석/황/목탄으로 흑색 화약을 발명한 이로도 알려져 있다 (<Operikus Artis et Magiao>, 1249).
오컴(1285-1347)은 13세기 페스트가 창궐하고 영프사이에 100년전쟁을 벌이던 시기의 영국 수도사이다. 월리엄 지방의 오컴이라는 말이다. 요한 호이징하의 “중세의 가을” 그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중세가 머물고 근대가 시작되는 여명의 시기의 철학자이다. 종교개혁의 루터가 유일하게 좋아한 스콜라 철학자라고 나온다. 장미의 이름의 주인공의 롤모델이기도 하고, 교황권과 황제권의 다툼에서 황제권을 옹호하여 교황청의 심문을 받고 이단으로 몰리기도 하며 종교재판에서 교황과 논쟁을 벌이다 그 여파로 평생을 도망다니다 독일 뮌헨지역에서 70세에 사망한다.
오컴의 면도날과 유명론의 대표로 이름을 후세에 이름을 알리지만 정작 오컴의 저작은 많지 않다. 그 당시의 다른 스콜라 철학자들과는 달리 종교보다는 인간 자신의 의지를 통한 앎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 믿기 위한 앎이 불가능함을, 신학과 종교는 그 전제에서부터 다른 학문임을 얘기한다. 왜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가? 인간은 이해할 수 없다. 신은 자신의 의지데로 세상을 만들었고 신의 의도데로 세상은 굴러간다. 세상이 악하게 보이는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이니, 인간들은 관여할 필요가 없다. 신은 완벽하니 신에 대한 것은 믿음의 영역에서만 얘기하고 철학은 철학의 일을 해야 한다.
오컴은 철학을 세가지 원리로 설명한다. 직접성의 원리, 독자성의 원리, 단순성의 원리들이 그것들이다. 그 중 단순성의 원리가 그 유명한 오컴의 면도날이다. 현상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개수 이상의 가정은 오류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신이 세상과 인간을 만든 후에는 자체의 질서에 따라 세상이 돌아간다. 우리는 이 세상을 해석하기 위하여 다시 신의 믿음에 의지할 필요는 없다. 직접성의 원리이다. 신이 만든 세상은 그 자체의 원리에 의해 운영된다. 악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세상에서 악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자성의 원리이다.
오컴, 유명론을 들으면 항상 에코의 "장미의 이름" 마지막 대사가 떠오른다.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 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 뿐”, 실재론자에게 장미 자체는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유명론자에게 장미는 이름일 뿐.. 개별자는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그 허울 좋은 이름, 장미라는 관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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