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그리스 초기 철학/수학, 플라톤 본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활동시기는 펠로폰네소스 전쟁(431-404)이 발생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소크라테스도 보병으로 참전한다. 그가 전 생애를 통하여 산파술이라는 고상한 이름으로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밤새 술마시며 노가리를 씹고 있을 동안 석공소는 크산티페가 운영하고 대소사를 다 처리하는 대가로 세기의 악처라는 명성을 얻는다.
우리는 흔히 본인이 잘 안다고 생각한다. 교양 과학 서적을 여러권 읽다 보면 물리학에 대해서 본인이 남들보다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깊이있는 질문을 해 보면 잘 대답하지 못하거나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게 점점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유도해서 상대방이 대답을 못하는 상태, 아포리아(Aporia, ἀπορία)에 다다르게 하여 본인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알고있다고 착각을 한 것임을 깨닫게 하는것을 산파술이라 한다. 자신의 인지(recognition)를 인지하는 능력을 meta-recognition이라고 하며, 지능이 뛰어난 이는 보통 메타인지능력이 우수하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은 일본 법철학자가 식민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1930년대에 번역한 것이라고 나무 위키는 얘기한다. 다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행동의 일관성과, 죽음에 대한 초연한 생각 (죽음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을 가졌기에 추방과 죽음이라는 선택 중, 더 품위있어 보이는 선택을 한다.
그리스 시대 많은 철학가들은 수학가를 겸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소크라테스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자인 플라톤이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마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수학 분야 연구는 별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학사에서 플라톤의 입체에 관한 간단한 언급만 나온다.
플라톤의 입체는 모든 면이 동일한 정다면체로 이루어진 입체를 뜻한다. 세상에는 단 다섯가지의 정다면체만 존재한다. 정 (4,6,8,12,20) 면체만 가능하다. 이것은 피타고라스와 테아이테오스라는 플라톤동시대 수학자가 발견한 것을 "티마이오스"라는 저서에서 그 중 정 십이면체를 제외한 4개를 흙(6), 공기(8), 물(20), 불(4)에 대응시켜서 우주의 원소들을 설명해서 그의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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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BC428-348)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숭고함이 무엇인지를 얘기한 철학자이다. 저작들 대부분이 대화체로 되어 있고 소크라테스가 등장하기에 어느 부분이 소크라테스의 철학인지, 그리고 실제 그가 말한 내용인지 플라톤의 생각이 더해진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철학에서는 이를 Socratic problem 이라고 한다). 러셀과 함께 "수학원리"를 공저한 화이트헤드는 "서양 철학은 플라톤과 그 각주"라고 얘기한다.
플라톤은 "어깨가 넓은" 이란 뜻이고, 실제로 그는 레슬링 선수로도 활약한 거구로 보인다. 명문가 출신의 플라톤은 20대에 아테네 민주주의에 의한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서 정치를 포기하고 철학자의 길로 들어선다. 소크라테스의 사후, 이집트등을 여행하고 피타고라스 파에서도 잠시 공부를 한 후에 아테네에 돌아와, BC 387년에 오늘날의 대학에 해당하는 아카데메이아를 연다. 아카데메이아는 그 후 900여년을 존속하다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서 서기 529년에 폐쇄된다. 그곳에서는 "산술, 기하학, 천문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철학"을 교육했는데, 학원입구에 "수포자(기하학을 모르는 자) 지원 사절"이라는 입학조건을 내건것으로 유명하다.
플라톤은 정치/도덕 철학, 인식론, 형이상학, 우주론까지 철학의 거의 전 분야에 걸쳐서 저서를 남기고 오늘날까지도 플라톤주의자 논쟁은 이어진다. 플라톤의 본질주의, 이데아론은 초기 기독교 교리를 세우고 유지하는데 유용하게 이용되어 12~13세기까지 서구 철학을 지배한다. 반면, 비슷한 시기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서구 사회에서는 한동안 사라지고 아랍권에서만 주로 연구되다가 십자군 전쟁 이후에 먼 길을 돌아서 서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플라톤은 35편의 대화편 형식의 저서를 남겼으나, 일부는 위작 논란이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의 초기, <파이돈>, <향연>, <파이드로스>,<알키비아데스>의 중기, <파르메니데스><테아이테토스>, <티마이오스>,<법률>의 후기 대화편으로 구분한다. 후기로 갈수록 플라톤 본인의 생각에 가깝다.
플라톤은 파르마니데스에게서 본질주의를, 피타고라스에게서 영혼 불멸 사상의 영향을 받는다. <파이돈>에서 영혼불멸 사상을 믿는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순간을 거룩한 순교의 장면처럼 묘사한다. 당연히 후기 기독교 교부 철학에서 예수 혹은 순교자의 죽음과 대비시키는 소재로 사용한다. 플라톤 이래로 중세에 혹은 최근까지도 육체는 영혼의 감옥 수준으로 그 가치가 내려간다. 가치없는 육체의 만족을 위한 탐욕은 모두 억제되고 최소한의 노동과 수입으로 금욕적인 생활을 할 것을 얘기한다.
플라톤은 <파이돈>에서 영혼 불멸뿐 아니라 세상은 이상적인 세상 이데아의 환영일 뿐이다고 주장한다. 이데아에는 홍길동, 코알라 같은 실제 인간/개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아름다움" 같은 보편적인 개념들도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본질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그 본질은 이데아의 세상이 아니라 물체 각자에 존재한다고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멋 훗날 중세시대에 "유명론"과 "실재론" 혹은 그 후에 "합리론"과 "경험론"등 서구 철학의 논쟁사에 다시 등장한다.
그런데, 보편자/추상 개념의 이데아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후기 <파르메니데스>편에서 제 3인논증(아리스토텔레스가 명명)에 의해서 스스로 부정하는 듯한 의견을 보인다. 만약 큼이라는 보편자가 있고 큰 것들의 개별자가 존재한다면, 이것들의 묶음은 다시 큼1이라는 보편자를 구성하고 그러면 다시 큼1을 포함하는.. 등의 영원 회귀 구조에 빠지므로 자가 모순에 빠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이라고 부를때, "인간"이라고 부를만한 본질은 이데아에 있다고 주장을 하면 이것은 본질주의이고, "인간"은 본질이랄게 없다.. 그냥 학교에 있으면 선생이고, 집에 있으면 남편이고... 이렇게 상황에 따라 본질이 결정된다고 하면 상대주의처럼 해석된다. 이러한 논쟁은 서구 역사 전체를 통해서 반복되고 있으며, 구조주의, 실존주의, 탈구조주의 논쟁에까지 연결된다.
플라톤에게 선함(아름다움)은 진리에 대한 앎을 의미하고, 진리는 "최고의 원리"가 그것이 진리가 되도록 결정하기 때문에 진리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최고의 원리는 훗날 여러 철학자들에게도 비슷하게 계승되는데 예를 들면, 스피노자는 이것을 자기원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헤겔은 절대 정신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 최고의 원리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하여 저서 <티마이오스>에서 "데미우르고스"라는 신을 도입하고 이것은 다시 플라티노스의 신플라톤주의와 영지주의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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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발견인가, 발명인가?
밑변의 길이가 1인 직각 이등변 삼각형의 빗변의 길이는 root(2)입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우리는 알고 있으며, root(2)를 나타내는 어떠한 짧은 숫자만의 표기도 불가능함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인간의 뇌가 더 이상, 먹이를 향해서 운동만 해야할 필요가 없으니 만들어낸 망상일까, 아니면 원래 우주에 존재하던 개념을 우리는 그냥 발견한 것일까요?
무리수에는 세상에 있는 어떤 숫자들의 조합도 나타나야 하기에 무리수를 나열한 수에는 나의 생일도/당신의 생일도.. 등 모든 정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pi나 exponential 같은 초월수 (transcendental number)는 유리 계수의 방정식형태로 표시될 수 없기에 더욱 신비한 수라고도 할 수 있죠. 이처럼 무리수(초월수)는 일견 신비해 보이는 숫자이며 그렇기 때문에 피타고라스가 우주의 비밀인, 무리수를 발설한 죄로 제자를 학파에서 방출(죽인) 하였을 겁니다.
많은 수학자들은 수학은 원래 있던(실재하는) 개념들의 발견이다라고 믿죠. 예를 들면,
1. 수학자 하디는 "수학적 실체는 우리 밖에 있다, 우리는 관찰한 것을 기록한 것에 불과하다"
2. 수/철학자 괴델은 "공리는 우리에게 자신이 진리임을 강요한다. 감각적 지각을 확신하는 것과 같이 수학적 직관을 확신한다"
3. 수/물리학자 펜로즈는 "수학의 세계는 우리와 상관없이 존재한다, 우리가 보는 물리적 세계는 수학적 세계가 드리우는 그늘이다. 과학은 항상 세계가 특정한 모델과 관련해 작동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그러한 모델은 수학적 구조물이다"
수학은 발견인가요, 발명인가요? 만약 발견이라고 주장하면 수학적 이데아를 인정하는 것이고 따라서 여러분은 수학적 플라톤주의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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