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식하는 물질, 존재와 의식... 자연철학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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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랄프 왈도 에머슨

existence_of_nothing 2021. 4. 9. 14:16

 

자연         by  랄프 왈도 에머슨

 

"끝없이 이어진 고리의 오묘한 사슬은 저 먼 곳까지 이어진다. 눈은 이 사슬이 닿는 곳을 미리 알고, 장미는 모든 언어를 말한다. 인간이 되려 애쓰는 벌레는 구불구불한 나선형 탑을 감아 오른다."

 

세상에는 무엇이 존재한다. 이것은 왜, 어떻게 존재하는 것인가?

존재론의 질문이다. 

 

세상에는 무엇이 존재한다. 이것은 실제 존재하는 것인가, 관념상에서 존재하고 우리는 그 관념상에서 사고하는 것인가? 

인식(존재)론의 질문이다.

 

에머슨의 자연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다. 그는 세상을 자연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나를 바라보자. 나는 왜 이 자리에서 밴드에 입력할 글을 치고 있을까, 나는 왜 이 밴드글을 읽고 있고 이러한 나는 실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실재한다고 생각(착각)하는 것인가?

 

이것은 일견은 말장난같은 질문이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둘 다 답이 될 수 있으며, 현상계(시스템)내에서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내가 영화 상의 한 엑스트라라고 하더라도, 내가 컴퓨터 게임상의 한 단역 배경 캐릭터에 불과하더라도, 그 영화/게임이 끝나기 전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그 모든 것이 끝나더라도 나는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철학 역사에서 관념론은 사라지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숨쉬고 있다. 플라톤의 이데아,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인, 그리스도의 천국과 지상, 라이프니츠의 단자론, 스피노자의 무한양태/신, 헤겔의 절대정신, 화이트헤드의 신,... 인간들은 그러한 관념론의 끈을 끝까지 잡고 있다. 에머슨은 그러한 관념론에 근거하여 존재들을 읊조린다.

 

왜 이 세상은, 자연은 존재하는 것인가... 현대 과학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다. 답이 존재할 수가 없는, 혹은 무한개의 답이 존재할 수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로 얘기하면 침묵해야 하는 질문이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일 뿐이고, 그것은 실천의 문제일 뿐이다.

 

에머슨에게 우주는 자연과 영혼으로 구성되며, 이 세상은 (우주적) 영혼의 표현이다. 자연은 그 자체로서는 단순한 형체에 불과하나, 인간의 관념 속에서 아름다움으로 재구성된다.

 

"인간이 고독해지고자 한다면 속해있는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방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흐름이 나를 관통한다. 나는 신의 일부 혹은 신의 단편이 된다. 자연을 느끼고 싶으면 대지에 나와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라. 나의 친구도, 자식도, 심지어 나 자신 조차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을 만들어 내는 힘은 자연 속에서가 아니라 인간 속에서 혹은 자연과 인간이 이루는 조화속에서 형성된다"

지금 노동에 지쳐 쓰러진 자에게, 친구/부모를 잃고 비탄에 잠긴 자에게 자연은 의미가 없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것을 의식하는 존재가 있을 때, 형태에 의미를 부여할 존재가 있을 때 그 가치가 드러난다.

 

책은 자연, 자연의 편익, 아름다움, 언어, 훈련, 관념론, 영혼, 전망의 8개 장으로 구성되며 보다시피 전체 장들의 제목이 약간 생뚱 맞기도 하다. 그러나 그르니에의 "섬"과는 달리, 전체 얘기들은 앞서 설명한 "자연은 영혼의 표현"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향해서 일관되게 기술되고 있다.

 

세상에 여러가지 신비한 것이 있다. 왜 세상에는 무엇(물질)인가 존재하는가... 어떻게 물질로 이루어진 무엇이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는가... 어떻게 물질로 이루어진 살고자 하는 그 무엇이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존재와 생명 그리고 의식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에머슨은 이 책에서 존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표현이고, 그 표현은 (깨어있는, 시인으로서의) 인간에 의해서 발견되고 또한 재 창조된다. 물질은 영혼이 드러내는 현상일 뿐, 그 자체로서의 본질은 아니다. 영원한 것은 영혼이며 영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살라고 얘기한다.

 

마지막 장의 그의 나레이션을 들어보자.

 

"자연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것이다. 영혼은 자연을 변화시키고 틀을 잡으며 만든다. 자연의 고정성과 야만성은 영혼이 부재하므로 생기는 현상이다. 순수한 영혼에 자연은 유동적이고 변하기 쉬우며 순종적이다.

 

모든 영혼은 그 이면에 스스로 하나의 집을 짓고, 그 집 너머에는 하나의 세상이 있고, 그 세상 너머에 천국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 세상이 당신을 위해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 당신을 위해 현상들은 완벽한 상태로 존재한다... 당신만의 집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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